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 오는 30일 특별한 상영회를 연다.

영화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이 오는 30일 특별한 상영회를 연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아래 <불한당>)이 이례적인 상영회를 갖는다. <불한당> 측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관객 600명을 대상으로 'Thank You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배우들이 참석해 관객과의 시간을 갖고, 참석하는 팬들에게는 미공개 스페셜 포스터를 증정할 예정이다. <불한당>측은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행사가 고지된 이후 약 2천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불한당>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7일 개봉한 <불한당>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은 작품이다. <청춘 그루브> <나의 PS 파트너>를 만든 변성현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며, 배우 설경구와 임시완이 주연을 맡은 느와르 영화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불한당>은 9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의외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CJ 엔터테인먼트라는 업계 1위 배급사가 배급을 담당했음에도 그랬다.

<불한당>의 상영회가 이례적이라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실 개봉 후 상영회가 처음일리 없다. 팬덤이 형성된 영화들의 경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상영관을 대관하고 이벤트를 열었다. 지난해 개봉한 이래 트위터를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던 <아수라>가 대표적이다. 페미니즘의 영향아래 재관람 열풍을 일었던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도 다른 듯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불한당>을 몇 번이고 재관람하고, 영화관을 대관하고, 굿즈를 제작했다는 증언과 증거들이 수두룩하다. 과거 팬덤이 형성됐던 영화들과 비교할 때, <불한당>은 조금 더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우다. 팬덤이 특별한 사랑을 쏟기 이전, 개봉 직후 불거졌던 변성현 감독의 트위터 글 논란 때문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한 장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변 감독의 SNS가 몰고 온 파장

"다만 저는 지역차별주의자나 여성차별주의자는 결코 아니라는 점 하나만은 외람되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고향 역시 전라도이며, 특정 지역과 여성 비하를 일삼는 사람들은 제가 가장 혐오하는 집단입니다. 오늘 일로 말의 무거움을 가슴 깊이 새기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염치없지만 여러분들께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불한당>은 제 개인의 영화가 아닙니다. 수백 명의 땀과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아무쪼록 이 영화가 저의 부족함 때문에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 하는 일이 없도록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개봉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변성현 감독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장문의 사과문 말미 내용이다. 앞서 개봉 직후 온라인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변성현 감독의 트위터 글 중 일부를 모아 캡처한 사진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급기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윤성현 감독의 이름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이게 다 개봉일 직후인 5월 18일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그날 오후 변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앞서 소개한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문제의 소셜미디어 글은 대체로 사적인 의견들에 가깝다. 조기대선 과정에서 TV토론을 시청하며 특정 후보에 대한 촌평을 적었고, 개인적으로 즐겨 먹었다던 홍어 사진을 게재했으며, 여성의 신체 부위에 대한 의견과 관련된 링크를 공유했다. 부적절한 표현이 더러 있었지만 대개 개인 신상 창원의 발언이거나 감정적인 글이 대부분이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감독의 초조함이 묻어나는 글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그 글들은 한순간에 변 감독을 '일베감독', '여성혐오자', '지역차별주의자' 등으로 둔갑시켰다. 신중하지 못한 소셜미디어 사용의 나쁜 예랄까. 변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자체 홍보팀을 통해 SNS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기실 모든 상업영화 관련 감독이나 배우들도 이러한 요청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물은 엎질러졌고, 논란은 거셌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변 감독에 대한 낙인은 지워지지 않았다. 포털이나 트위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감독이 만든 영화는 안 보겠습니다"와 같은 비판글이 이를 대변한다. 그런 와중에 <불한당>을 관람한 많은 이들이 호의적인 평가를 보냈고, 이른바 '불한당원'이라 불리는 팬덤 층까지 생겨난 것이다.

 영화 <불한당> 기자시사 당시 배우 설경구, 임시완, 전혜진, 김희원과 함께 선 변성현 감독.

영화 <불한당> 기자시사 당시 배우 설경구, 임시완, 전혜진, 김희원과 함께 선 변성현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논란 속에 자생한 <불한당> 팬덤

2000년대 들어, 개봉 전후 '논란'이 영화의 흥행에 득이 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그 논란이 정치적·사회적 논란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영화라는 예술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특히 그러하다. 그러니까 상영관 외에서 들려오는 잡음은 관객들의 피로감과 부정적 인식만 늘릴 뿐이다.

노이즈 마케팅이 별반 작동하지 않는 생태계라는 얘기다. 2005년 개봉 당시 박지만씨의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뉴스릴 장면을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때 그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불한당>은 개봉 첫 주말 63만9999만 명을 동원했지만, 이후 급격히 스크린 수와 흥행 동력 자체가 떨어졌다. 칸 입성 효과도, "작품이 좋다"는 입소문도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결국, 변성현 감독은 칸 레드카펫도 포기했다.

<불한당>의 경우, 애매한 지점들로 가득하다. 감독 개인의 소셜미디어 글이 문제시된 특이한, 첫 번째 사례라 기록될 만하다. 그 논란이 얼마만큼 흥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한 것은 <불한당>이 '만족'까지 모르겠으나 대중과 평단이 동시에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는 점이리라. <무간도>와 <신세계>를 연상시키는 '잠입수사'는 분명 대중적인 소재였다. 최근 한국영화가 특히 사랑하는 '감옥'이란 배경도, 설경구가 연기한 재호라는 캐릭터도 한국관객들이 충분히 애정을 보낼 만한 캐릭터였다.

여기에 영화 곳곳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한 재기발랄한 연출과 변 감독 특유의 유머들이야말로 <불한당>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의 명성에 흠집을 낼 작품은 아니었다.

여러 팬이 환호를 보낸 설경구와 임시완 캐릭터의 진짜 '브로맨스' 역시 여러모로 <불한당>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기존 상업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꽉 짜인 미장센이나 공들인 롱테이크 역시 관객들의 눈을 호강시킬 요소였다. 한 마디로, 변형된 누아르 장르물로 기꺼이 즐기고 평가할 만한 구석이 많은 '한국영화'였다.

그 사이, 이번 상영회를 끌어낸 팬덤은 훨씬 더 간절하게 <불한당>에 대한 애정을 키워왔다. 한국영화의 '팬덤 문화'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스크린 바깥의 논란을 딛고 자생한 <불한당>의 팬덤과 이번 상영회는 그런 점에서 이례적인 케이스로 남을 전망이다.

불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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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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