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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 ‘클린룸 이야기’ 국회 상영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 중증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 ‘클린룸 이야기’ 국회 상영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 중증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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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 이야기' 관람 뒤 눈물 흘리는 직업병 피해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를 지켜본 피해자와 시민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클린룸 이야기' 관람 뒤 눈물 흘리는 직업병 피해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를 지켜본 피해자와 시민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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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씨는 의자에서 일어서다 앞으로 휘청했다. 어머니 김시녀씨의 도움을 받아 겨우 똑바로 섰다. 그녀는 몸을 혼자 가누는 게 쉽지 않다. 이동할 때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한다. 발음이 새, 말도 어눌하다. 삼성LCD 공장에서 일을 하다 뇌종양을 앓게 돼 근육조절과 발성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런 한혜경씨가 손가락을 힘겹게 들며 소리 질렀다.

"왜 나쁜 유해한 화학물질을 교육도 제대로 안 하고 쓰게끔 해서 이렇게 병 걸리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그런 높은, 지네가 뭐라고. 진짜 이건 세상이 불공평한 거에요. 나쁜 사람들, 없어야 해요." 

2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첨단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클린룸이야기'는 반도체노동자의인권지킴이 반올림(아래 반올림)이 유해물질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IPEN의 제안으로 제작한 직업병 피해자들의 증언영상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 등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희귀 난치성 질환 등 직업병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 24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영상에 출연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중 10여 명이 이날 상영회에 참석했다.

"이재용이 봤으면 좋겠다"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 ‘클린룸 이야기’ 국회 상영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 중증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 ‘클린룸 이야기’ 국회 상영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등 중증 직업병에 걸린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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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이 끝나자 일부 관객들은 눈가로 손을 가져갔다. SK하이닉스와 매그너칩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김진기씨의 아내 임진숙씨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을 훔쳤다. <클린룸이야기>에서 "그만 울어야지"라고 인터뷰했던 임씨가 눈물을 참지 못한 건 남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임씨는 "반도체공장이 셧다운(가동중단) 됐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대피하는데 엔지니어들은 들어가서 고쳐야 하는 대목이 나왔는데 남편이 엔지니어였어서 생각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1995년에 SK하이닉스에 입사해 일하다 2005년 악성림프종을 얻은 김성교씨는 병으로 내려앉은 눈에 휴지를 대며 "클린룸이라는 건 우리들을 위한 클린룸이 아니라 반도체를 위한 클린룸이었다. 반도체를 위해 먼지가 없어야 하는 것이지 가스가 있고 그게 사람에게 어떻게 유해한지는 우선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원래는 산업재해 신청을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제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죽더라도 후배들과 동료들한테 이 아픔이 전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클린룸이야기'와 상영회에 얼굴을 드러낸 이유를 설명했다.

한혜경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도 "삼성 앞에서 하는 반올림 노숙농성이 620일을 넘어가고 있다. 추운 겨울과 무더위를 겨우 났는데 또 무더위를 나야 하는 게 겁이 난다"면서도 "피해자들은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몸이 돼서 살고 자식 앞세운 부모들은 고통 속에서 산다. 이런 고통이 왜 나한테, 내 자식한테 왔는가만 생각하기보다 이 고통과 아픔을 또 다른 부모가, 자식이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관객들은 박수로 응원의 뜻을 보냈다.

이어 김씨는 "<클린룸이야기>를 이재용이 봤으면 좋겠다"라며 "제가 내일 이재용 재판을 가는데 이재용 독방에 <클린룸이야기>를 보도록 영상을 설치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외쳤다.

'영업비밀'이란 미명아래 위험에 노출되는 첨단전자산업 노동자들, 법 개정 시급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클린룸은 우리가 아는만큼 클린 하지 않아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에서 영상에 출연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씨(맨 왼쪽부터)와 어머니 김시녀씨, 김유경 돌꽃법률사무소 노무사, 삼성반도체 피해자 박민숙씨, SK하이닉스 피해자 김성교씨가 영상을 관람한 뒤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클린룸은 우리가 아는만큼 클린 하지 않아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클린룸 이야기’ 상영회에서 영상에 출연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인 한혜경씨(맨 왼쪽부터)와 어머니 김시녀씨, 김유경 돌꽃법률사무소 노무사, 삼성반도체 피해자 박민숙씨, SK하이닉스 피해자 김성교씨가 영상을 관람한 뒤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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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행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피해자들은 직업병 피해자가 산업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악성 림프종에 걸려 숨진 한 피해자 가족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아무 힘도 없는 제가 남편이 병에 왜 걸렸는지 원인을 밝혀서 근로복지공단에 내야 하는 구조다. 회사를 찾아가기도 하고 전화도 하고 남편이랑 같이 일했던 사람들 만나게 해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들은 게 없다. 그저 클린룸에서 일했다는 한 가지만 회사가 말해주더라"라며 "개인이 피해자가 병에 왜 걸렸는지 알아내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강 의원은 "전자 산업의 특성상 질병과 업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굉장히 어렵고 밝히려고 해도 회사가 관련 자료를 안 준다. 그래서 유럽에서 하는 것처럼 직업병 리스트를 만들 계획이다"라며 "병에 걸린 개인이 특별한 질병이 있다는 것을 회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이 직업에 종사한 사람들이 그 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리스트화하는 법을 만들어서 피해자 본인이 입증 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지병이 없다면 당연히 직업병으로 인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영업비밀이라며 관련 자료를 주지 않는 행태에 대해서도 강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서 영업비밀을 사전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기업이 특정 화학물질을 영업비밀로 하려면 이를 등록해 심사를 통해 영업비밀임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영업비밀이란 미명하에 노동자들이 그대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거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삼성반도체 유방암 피해자 박민숙씨는 한 가지 바람을 이야기했다.

"핸드폰에 '삼성'이라고 뜨는 이름이 꽤 있다. 같이 일한 후배들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전화에 삼성이라고 뜨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어디, 누가 또 아픈가, 그래서 전화했나'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이 돼서 이제는 '삼성'이란 글씨 떠도 맘 편히 받고 싶다"

<클린룸이야기> 제작을 제안한 조 디간지 IPEN 과학전문 상임고문은 "전자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대중들의 눈에는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이나,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독성 물질은 보이지 않는다"며 "그들과 그 물질의 모습을 보이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클린룸이야기'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클린룸이야기>는 8월쯤 온라인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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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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