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가 월드리그 2그룹 6위라는 좋은 성과를 가지고 귀국한 날, V리그 남자부에서는 제법 큰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V리그 남자부의 KB손해보험 스타즈 구단과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구단은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KB의 김요한과 이효동이 OK저축은행으로 이적하고 OK저축은행의 강영준과 김홍준이 KB 유니폼을 입는 2: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고 발표했다. KB는 백업 공격수와 고질적인 약점이던 센터진을, OK저축은행은 곽명우의 입대로 공석이 된 백업 세터를 보강했다.

사실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강영준과 김홍준, 이효동은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트의 강동원'으로 불리는 김요한은 배구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선수다. 어느덧 33세, 프로 11년 차의 노장이 된 김요한은 막내 구단 OK저축은행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배구팬들에게 익숙하던 KB스타즈의 김요한은 이제 '자료화면'이 되고 말았다.

배구팬들에게 익숙하던 KB스타즈의 김요한은 이제 '자료화면'이 되고 말았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정상급 토종 거포로 군림하고도 따라주지 않았던 팀 성적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전자공고를 졸업한 김요한은 배구명문 인하대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배구팬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m의 큰 신장과 폭발적인 공격력, 그리고 어지간한 모델을 위축되게 만드는 훤칠한 외모까지 두루 갖춘 김요한은 인하대 시절 유광우(우리카드 위비), 최귀엽(삼성화재 블루팡스)과 함께 2007년 인하대의 전국대회 4관왕을 이끌었다.

당시 김요한은 경기대의 문성민(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과 함께 대학배구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에서는 두 선수의 프로 진출을 애타게 기다렸을 정도. 김요한과 문성민은 나란히 대학생 신분으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그리고 김요한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당연히'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LIG손해보험(현 KB)에 지명됐다.

김요한은 루키 시즌 잔부상에 시달리며 신인왕 등극에 실패했지만 2008-2009 시즌 513득점을 퍼부으며 득점 부문 4위(국내 선수 1위)에 올랐다. 김요한은 2009-2010 시즌에도 530득점으로 두 시즌 연속 득점 4위(국내 선수 2위)에 오르며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공격수로 등극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서브리시브도 2008-2009 시즌 42.53%, 2009-2010 시즌 54.73%로 향상됐다.

하지만 김요한은 2010-2011 시즌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김요한은 빠르게 재활 과정을 마치고 준플레이오프 에 맞춰 복귀했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3경기에서 20득점으로 부진하며 LIG의 탈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김요한은 2011-2012 시즌 외국인선수 밀란 페피치의 부상으로 라이트로 변신해 671득점(5위)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쳤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던 LIG는 오히려 6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2011-2012 시즌의 투혼(?)으로 인해 김요한은 발군의 운동능력을 상당부분 잃게 되고 무릎, 허리, 손등에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국가대표 에이스로의 위용을 잃고 말았다. 결국 리그 최고의 토종 거포였던 김요한은 2012-2013 시즌 312득점, 2013-2014 시즌 263득점에 그치며 '잘생겼지만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10년 주연 인생 끝내고 조연 생활 시작하는 베테랑 김요한 

김요한은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2014-2015 시즌 474득점, 2015-2016 시즌 566득점을 올리며 토종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LIG는 토마스 에드가, 네맥 마틴 같은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도 수비와 세터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2010-2011 시즌 이후 5년 동안 봄배구를 하지 못했다. 이는 창단 후 한 번도 봄배구를 하지 못한 우리카드를 제외하면 V리그 최장기간 기록이다.

결국 2015년 6월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재창단한 KB손해보험은 2016-2017 시즌 이강원, 황두연, 황택의 세터 등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재편했다. 당연히 김요한의 비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었고 김요한은 전 경기에 출전하고도 336득점(14위)에 그쳤다. 27경기만 소화하고 퇴출된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 톤 밴 랭크벨트(348득점)보다도 저조한 득점력이었다. 결국 김요한은 시즌이 끝난 후 트레이드를 통해 OK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7승29패로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김요한이 간단히 주전 선수로 무혈입성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팀은 결코 아니다. 김요한의 포지션인 레프트에는 2014-2015 시즌 챔프전 MVP와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베스트7에 빛나는 송명근과 현 국가대표 송희채가 있다. 그렇다고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206cm의 외국인 선수 브람반 덴 드라이스를 밀어내기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가올 시즌, 김요한은 주포 송명근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후보로 밀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의 송준호, 대한항공의 곽승석, 신영수가 그랬던 것처럼 장기 레이스에서 주력 선수의 체력 안배는 필수다. 부진했던 지난 시즌에도 52.35%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한 김요한이라면 공격에서 능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김세진 감독의 용병술에 OK 저축은행과 김요한의 부활 여부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김요한은 올해 한국나이로 33세가 된 노장이다. 이제 전성기 시절처럼 한 시즌에 1000번을 넘나드는 공격 시도를 하기는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V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인 김요한이 선수 생활 내내 챔프전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낯선 일이다. 벌써 프로 11년 차를 맞는 김요한이 창단 4년 차에 접어드는 신생팀에서 불운했던 배구 인생의 전환점을 찾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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