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가 저력을 발휘하며 목표 승수를 초과 달성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17일 네덜란드에서 막을 내린 2017 월드리그 2그룹 경기에서 5승4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주력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역대 최약체'로 평가 받은 대표팀을 구성하며 3그룹 강등까지 걱정했던 남자배구가 12개 팀 중에서 당당히 6위에 오르며 여유 있게 2그룹 잔류를 확정 지었다.

 '역대 최약체'로 불린 젊은 선수들의 투지는 한국 남자배구를 22년 만에 최고 성적으로 이끌었다

'역대 최약체'로 불린 젊은 선수들의 투지는 한국 남자배구를 22년 만에 최고 성적으로 이끌었다 ⓒ 국제배구연맹


'역대 최약체' 비아냥 이겨내고 22년 만에 최고 성적 달성

한국 남자배구는 2017 월드리그를 앞두고 엄청난 악재에 빠졌다. 2016-2017 V리그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휩쓴 문성민(현대캐피탈 스카이워코스)을 비롯해 김학민, 한선수(이상 대한항공 점보스),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빅스톰), 송명근(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등 남자배구의 간판 선수들이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대거 제외됐기 때문이다.

결국 김호철 감독은 정지석(대한항공), 박주형, 노재욱, 이시우(이상 현대캐피탈), 이강원(KB스타즈), 류윤식(삼성화재 블루팡스) 등 국제 대회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정지석이나 이강원, 이시우는 소속팀에서도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고 박주형과 류윤식, 송희채(OK저축은행)는 공격보다 서브리시브를 우선으로 하는 선수들이었다. 혹자들은 이번 대회 1승도 쉽지 않을 거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3주 동안 9경기의 강행군을 치르면서 5승4패라는 기대 이상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열린 3연전에서는 체코와 핀란드를 풀세트 접전 끝에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고 2주차 일본 시리즈에서는 슬로베니아와 터키를 연파했다. 다만 일본을 상대로 0-3으로 패했고 이 과정에서 정지석이 허리 부상을 당하며 마지막 네덜란드 시리즈를 더욱 어렵게 했다.

17일 네덜란드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패한 한국은 다음날 체코를 꺾으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대회 마지막 날 슬로바키아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며 5승4패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이 월드리그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것은 김세진, 신진식, 박희상, 임도헌 등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1995년 이후 무려 22년 만이다. 최악의 전력으로 최상의 성적을 올린 작은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이번 대회 대표팀의 주포로 활약한 이강원은 125득점으로 득점 부문 6위(2그룹 기준)에 올랐다. 2017 월드리그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한 기량을 선보인 이강원은 V리그 차기 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대회 기간 동안 허리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궂은 일을 책임진 정지석은 리시브 부문 11위(43.84%)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독이 든 성배'였던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해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22년 만에 월드리그 최고 성적을 낸 김호철 감독의 지도력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팀과 프로팀을 오가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호철 감독은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세대교체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2그룹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하긴 했지만 아직 한국 남자배구는 갈 길이 멀다. 한국의 오랜 라이벌이었던 일본과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아시아 최강 이란은 1그룹에 속해 있다. 이제 한국 남자배구도 월드리그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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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그 남자배구 김호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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