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군 감독 대행 체제의 한화 이글스가 kt위즈를 상대로 378일 만에 시리즈 스윕에 성공했다. 한화의 마지막 시리즈 싹쓸이는 작년 6월3~5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특히 한화 전력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주포 김태균이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한 원정 시리즈에서 스윕에 성공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이번 3연전의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 선수 윌린 로사리오였다. 로사리오는 16일 4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3경기에서 8홈런14타점을 폭발시켰다. 3경기 8홈런은 빅리그 주전이었던 로사리오의 야구 인생에서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지독한 아홉수에 묶여 18경기 연속 무홈런에 시달리던 로사리오는 단숨에 리그 홈런 공동3위(17개), 타점 공동2위(51개)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로사리오가 3일 동안 홈런 8개를 폭발시키는 무시무시한 대포쇼를 펼치는 동안 로사리오 다음 타석에서 3일 연속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가 있다. 부상만 없다면 김태균, 로사리오와 함께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중심에 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FA' 김경언이 그 주인공이다.

3년8억5000만원의 몸값으로 실속 있는 활약 펼친 김경언

부산 출신의 김경언은 경남상고(현 부경고) 시절부터 팀을 이끄는 간판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 해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유난히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는데 부산고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정근우(한화), 경남고의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장민석(한화), 부산상고(현 개성고)의 채태인(넥센 히어로즈)과 이우민(롯데) 등이 대표적이다.

김경언은 연고 구단인 롯데가 추신수와 이대호를 우선 지명하는 바람에 2차 2라운드(전체15순위)로 '전설의' 해태 타이거즈에 지명됐다. 김경언은 정확한 타격과 장타력, 빠른 발까지 갖춘 대형 외야수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성장 속도는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2003년 125경기에 출전해 85안타46타점을 기록한 것이 김경언의 KIA 시절 최고 성적이었다.

김경언은 2005년 이용규(한화)가 KIA에 합류하고 부상까지 겹치면서 팀 내에서 입지가 점점 줄어 들었다. 2008년과 2009년엔 2년에 걸쳐 1군에서 고작 10경기에만 출전했을 정도. 결국 김경언은 2010년6월 KIA와 한화의 3:3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다. 당시만 해도 트레이드의 중심은 '스나이퍼' 장성호(은퇴)와 한화의 주력 투수 안영명이었고 냉정하게 말해 김경언은 '옵션'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경언은 한화 이적 후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1군에서 출전 기회를 늘려갔고 FA를 앞둔 2014 시즌에는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313 8홈런52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반짝 활약으로 거액을 요구하기에 김경언의 실적은 너무 부족했고 김경언은 한화와 3년 8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적당한 계약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김경언의 계약은 2015 시즌을 통해 재평가됐다.

김경언은 2015년 종아리 부상으로 37경기에 결장했음에도 타율 .337 16홈런 78타점을 기록하며 '마리한화' 열풍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비록 부상 때문에 아쉽게 규정 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김태균에게나 어울릴 법한 활약으로 '모범FA'의 새로운 사례로 떠올랐다. 하지만 작년 시즌 종아리와 발가락에 잇따라 부상을 당하며 66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성적도 타율 .264 5홈런25타점으로 추락했다.

두 차례 퓨처스리그 다녀온 후 맹타, 다이너마이트 완전체 임박 

FA계약 이후 2년 동안 극과 극의 활약을 펼쳤지만 한화 팬들은 여전히 김경언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 없었다. 2014년과 2015년에 보여준 활약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 생활 내내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김경언은 올해도 스프링캠프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결국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4월19일 LG트윈스전에서 올해 처음 1군에 출전한 김경언은 두 경기 만에 1군에서 제외됐고 5월에도 13경기에서 타율 .216에 그치며 타격감을 전혀 회복하지 못했다. 5월 중순까지 타율 .220 1홈런3타점으로 이름값을 전혀 해주지 못하던 김경언은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서산에서 후배들과 땀을 흘리며 잃었던 감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김경언이 2군으로 내려간 사이 김성근 감독은 팀을 떠났다).

김경언이 2군에 내려간 후에도 한화는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상군 감독대행은 지난 6일 다시 경험 많은 김경언을 1군으로 불렀다. 그리고 보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김경언은 2015년을 연상케 하는 활약으로 한화 타선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실제로 김경언은 1군 복귀 후 11경기에서 타율 .343 3홈런8타점 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220에 불과했던 시즌 타율도 어느덧 .276까지 올라갔다.

특히 kt와의 원정3연전에서 김경언의 활약은 상당히 돋보였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김태균의 부재로 3연전 내내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김경언은 3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4타점4득점을 기록하며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kt와의 3경기 타율은 무려 .467에 달한다. 김경언은 김태균이 복귀해 지명 타자 자리를 내준다 해도 아직 코너 외야와 1루 수비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한화는 kt와의 3연전에서 개점 휴업한 김태균의 부상 정도가 크지 않고 손목 수술 후 재활 중인 이용규 역시 전반기 내 복귀가 유력하다. 시즌 개막 후 한 번도 모여보지 못한 이용규-정근우-송광민-김태균-로사리오-김경언-이성열-최재훈-하주석으로 이어지는 다이너마이트 라인업의 완성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3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가 8경기에 불과하고 시즌이 반도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한화가 시즌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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