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부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머리를 짧게 깎고 정신무장을 새롭게 다지는가하면, 타순에 변화도 줘보고 지고있는 상황에서 필승조를 투입하는 등 온갖 처방을 단행했음에도 한번 꼬일대로 꼬인 흐름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

롯데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3대 14로 완패했다. 지난 13일 부산 기아 타이거즈전부터 한 주간 6경기 내내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전패를 당했다. 6연패는 올시즌 롯데의 최다 연패 기록이다.

29승 37패(.439)를 기록한 롯데는 승률이 -8까지 떨어지며 이제는 중위권이 아니라 4약으로 추락할 위기에 몰렸다. 당장 스윕패를 허용한  6위 넥센(34승 1무 32패)과의 승차만 5게임이나 벌어졌다. 5위 SK(35승1무 32패)와는 6게임 차. 반면 3연승을 내달린 8위 한화(28승 38패)에게도 어느덧 1게임 차이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롯데는 올시즌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의 화려한 친정 컴백을 등에 업고 타선 강화 효과와 함께 내심 2012년 이후 5년만의 가을야구까지 진출까지 꿈꿨다. 5월까지만 해도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며 선전했다. 이대호도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중심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6월에 접어들며 롯데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달에만 16경기에서 무려 12패(4승)을 당하며 급격히 무너졌다. 선발과 불펜, 타격과 수비가 모두 흔들리며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연패도 연패지만 결과보다 내용이 더 좋지 않았다. 장기레이스에서 종종 연승과 연패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무언가 스스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다. 진 경기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저력이라도 있어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연패 과정에서 롯데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답이 없었다.' 롯데는 현재 외인 3인방 레일리, 애디튼, 번즈가 한꺼번에 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며 사실상 외국인 선수들 덕을 전혀 보지못하고 시즌을 치르고 있다. 특히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레일리(4.1이닝 6안타 5실점)는 이날 11일만의 1군 복귀전에서도 부진 끝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하며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암울해졌다. 시즌 7패(3승)째를 기록한 레일의 자책점은 5.63으로 더 높아졌다.

롯데는 지고있는 상황에서도 불펜 필승조를 조기에 투입하는 강수를 두며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윤길현의 볼넷 남발과 야수진의 어설픈 수비까지 겹치며 자멸했다. 지난해 뒷문 보강을 위하여 FA 시장에서 거액을 주고 영입한 윤길현은 2016시즌 7승 7패 16홀드 자책점 6.00을 기록한데 이어, 올시즌도 10홀드를 기록했으나 자책점이 5.46으로 안정감이 크게 떨어진다.

타선도 돌파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의 가세에도 불구하고 팀타율이 .282로 7위에 머물고 있으며 득점권 타율은 .270으로 9위, 반면 병살타는 68개로 전체 1위다. 병살 1위 최준석(16개)를 비롯하여 이대호-번즈(이상 10개. 전체 4위)까지 벌써 두 자릿수 병살타를 기록한 선수를 무려 3명이나 보유한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할 이대호도 최근에는 부진하다. 초반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한 덕에 타율 3할5푼 3리(4위)로 여전히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6월만 놓고보면 2할 6푼 6리로 올시즌 처음으로 3할대를 밑도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홈런도 16경기에서 단 한번도 추가하지 못했다. 6연패 기간에도 이대호는 20타수 7안타(3할5푼)를 기록했지만 장타는 하나도 없었고 정작 중요한 고비마다 찬스에서 번번이 흐름을 끊기 일쑤였다. 이대호의 우산효과가 사라지면서 동료들까지 덩달아 부진한 악순환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부터 더 꼼꼼이 챙겨야 하지만 롯데는 코칭스태프까지 더위라도 먹은듯한 실수를 저지르며 가뜩이나 불난 집에 기름까지 끼얹었다. 16일 넥센전에서 선수명단 작성 착오로 잘못된 포지션에 등록된 이대호가 일찌감치 교체되고 선발 투수 노경은이 4번타자로 들어서야했던 황당한 장면은 아마추어에서도 나오기 힘든 해프닝이었다.

아직 시즌은 절반 이상이 더 남아있지만 롯데가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도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나간게 2012년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으로 KBO 역사상 가장 긴 무관 기록(24년)이라는 불명예도 가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성적부진에 경기외적으로 크고 작은 스캔들까지 겹쳐 바람잘날이 없었던 롯데였다.

다른 이도 아닌 홈팬들로부터 '느그가 프로가?'라는 질타를 받았던 것이 오래되지도 않은 바로 작년의 일이었다. 성적도 성적이었지만 경기에 임하는 치열함이나 기본적인 자세에서부터 먼저 '프로다움'을 갖추라는 팬들의 요구였다. 롯데가 지금처럼 선수단에서부터 코칭스태프까지 무언가 나사빠진 듯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또다른 현수막이 홈구장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롯데는 이번 주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두산에는 3승 5패로 약했지만 KT전에서는 6승 3패로 우위다. 반등을 위해서는 이번 주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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