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아래 BIFAN)가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주요 상영작을 공개했다. 7월 13일 개막해 23일까지 11일간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는 모두 58개국 289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인데,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63편에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28편에 달한다. 아시아에서 처음 공개되는 아시안 프리미어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까지 포함하면 전체 상영작의 80%에 가까운 223편이 프리미어 작품일 만큼 규모와 질을 한층 강화했다.

올해 BIFAN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존의 판타스틱 중심의 장르 영화를 넘어 의미 있는 사회적 시선을 확장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대선 직전 열린 전주영화제가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영화제의 봄을 상징했다면, BIFAN은 이를 이어받아 영화제의 여름을 장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주목받는 특별전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이 15일 오후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이 15일 오후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 PIFAN


눈에 띄는 부분은 특별전이다. 배우 전도연의 작품들을 '전도연에 접속하다'라는 이름으로 준비했고, 판타스틱 영화의 거장 알렉스 데 이글레시아 감독들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페미니즘 담론을 강화하는 목적의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히 지난 12월 신작 촬영을 마친 직후 급작스럽게 타계한 홍기선 감독의 특별전이 마련된 것은 한국 영화 운동 1세대 감독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1980~1990년대 사회운동의 방법으로써 영화를 선택했던 홍 감독은 서울영화집단과 장산곶매 등에서 활동한 한국 영화 운동의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오랜만에 신작 촬영을 마친 후 갑자기 전해진 부음에 영화계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가 일궈왔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뜻깊은 특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작이 된, 군 내부 비리를 고발한 <일급기밀>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고, 미군에 의한 살인 사건을 조명해 사회적 여론을 일으킨 <이태원 살인사건>도 오랜만에 상영된다. 충무로 데뷔작이었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는 스크린으로 본 관객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980년대 작품으로 농민 문제를 다룬 단편영화 <수리세>와 <파랑새>가 한국영상자료원의 복원작업을 거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공개되는데, 한국영화 운동에서 상징적인 작품들이다. <파랑새>는 당시 불온사상 전파를 이유로 제작진이 조사를 받다가 불법상영을 했다는 죄로 연출자들이 구속돼 일명 파랑새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영상자료원에서 일하다 올해 BIFAN에 합류한 모은영 프로그래머의 노력 덕분에 볼 수 있게 되는 작품들이다.

이용승 감독 < 7호실 > 개막작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이용승 감독의 < 7호실 >.

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이용승 감독의 < 7호실 >. ⓒ 명필름


지난해 <자백>으로 흥행 다큐 감독 반열에 오른 저널리스트 최승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 <공범자들>이 BIFAN을 통해 처음 공개되는 것도 특별하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에 이어 최 감독이 두 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공범자들>은 언론 부역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외면하고 정권의 대변에만 혈안이 됐던 인사들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자백>에도 액션 활극을 마다하지 않은 최승호 감독의 작품이라 주목된다.

멀티플렉스의 상영 거부 논란 속에 오는 29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상영작 목록에 올라있는 것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극장과 온라인의 동시개봉 문제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BIFAN이 봉준호 감독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해외 영화계가 주목하는 전규환 감독의 <숲속의 부부>, 윤성호 감독의 신작 <내일부터 우리는>도 BIFAN를 통해 처음 공개되며, 지난해 2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미공개 인터뷰를 추가한 재편집 버전으로 상영된다. <위로공단> 임흥순 감독은 신작 <려행>을 내놓는다.

개막작은 이용승 감독의 < 7호실 >이 선정됐다. 2013년 청년세대의 고용불안을 다룬 <10분>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용승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BIFAN는 '신자유주의시대  약자들이 각자도생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스릴러와 액션을 가미한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영화라고 설명했다. 폐막작은 후쿠다 유이치 감독의 일본영화 <은혼>으로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개그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다.

모은영 BIFAN 프로그래머는 "국내 장르 영화의 선택이 폭이 좁은 상황에서 판을 깔아주고 '장르 영화의 다양화와 지평을 넓히는 게 올해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부천영화제 홍기선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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