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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의 언론의 역할과 방향성을 고민해보고자 '문재인 시대 언론의 역할'이란 시리즈 기획물을 준비했다. - 기자 말

언론의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그것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권력을 건강하게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왕조 국가였던 조선 시대에도 사헌부, 사간원 등 언론 삼사를 두어 왕권을 비판하고 견제하도록 했다.

지난달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라고 해서 언론의 역할이 달라질 건 없다. 하지만 지난 9년 언론의 주 비판 대상은 민주주의 후퇴, 언론 및 인권탄압 등이었다. 이제는 언론의 비판과 견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다.

앞으로 언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3일 고궁 박물관 내의 커피숍에서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만나 해법을 모색해 보았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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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교체 되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어요. 언론의 역할은 어느 정부든 권력 감시와 비판입니다.
"언론은 정부를 비판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에요.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비판을 적게 해서도 안 되고 자기가 싫어하는 대통령이라서 무조건 비판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이지요. 문재인 정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언론의 역할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한다면, 오히려 건강한 언론의 비판이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보 언론사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사는 그런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물론 비판이 언론의 역할이지만 그것도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언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민심의 소재를 파악해서 정부나 정치권에 전달하고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 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민심을 외면한 채 국정농단을 자행했고, 언론은 이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았어요. 그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민심을 정확히 읽고 그걸 바탕으로 정부를 비판해야 합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 다양한 기획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언론사의 기획이 정치적 의제로 이어져서 개혁해나갔으면 하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지난 9년간 권력 비판은 대부분 민주주의 후퇴같이 일차원적인 비판에 머무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차원적인 비판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좀 더 고차원적인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맞습니다. 정부가 잘못하는 걸 지적하고 비판하는 걸 넘어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일자리, 청년 통일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가 있잖아요. 언론에서 새로운 정책이슈를 발굴하고 이것을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정부의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 우리나라 언론은 이념이 다르면 무조건 비판하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보수 정권에서 진보언론이나 진보언론에서 보수언론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데 이런 모습이 좋아 보이지는 않아요.
"맞아요.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으로 언론의 진용이 나뉘어 있잖아요. 그래서 보수언론은 진보세력에 대해 비판만 하고 진보언론은 보수 정권에 대해 비판만 하고 있다는 인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보수언론와 진보언론 등 언론은 다양한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언론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켜줄 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는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기자가 기레기라는 말을 들었죠. 박근혜 정부에서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으며 저널리즘의 원칙을 저버렸다면, 지금이라도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죠. 최근 가짜 뉴스가 많이 등장하는 데 이것은 저널리즘의 위기를 더욱 강화합니다. 가짜뉴스들이 기본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채로 만들어지고, 그런 것들이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 연결망을 통해 확산되는 현실은 언론의 위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면 기존 저널리즘이 자기 원칙과 기본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널리즘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가짜뉴스가 오히려 팽배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기계적 중립과 공정성 사이 고민도 있어요.
"공정성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찬성과 반대를 1:1로 보도해야 한다는 형식적 공정성을 강조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식적 공정성을 강조하다 보면 기사가 가진 진정성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상황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양적인 공정성보다는 질적인 공정성, 즉 내용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언론 기사를 양적 공정성의 잣대로 보면서 규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질적 공정성은 어떤 걸 의미하나요?
"질적 공정성은 다시 말해 형식적 공정성이 아니라, 내용적 공정성을 말합니다. 그것은 1:1의 양적인 균형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담보할 수 있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PD수첩>에서 광우병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 때, 기자들이 했었던 1:1의 양적 공정성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PD 저널리즘 같은 걸 양적 공정의 잣대로 평가하는 건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세월호 참사를 통해 기자에게는 기레기라는 오명이 씌여졌어요. 기레기는 아마도 지난 9년 언론장악의 상징이 아닐까 생각해요.
"기자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권력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대의 언론은 파수견의 역할은 안 하고 애완견 같은 역할만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말이 붙은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지난 9년 권력의 언론 장악이 강화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이명박근혜 정부가 이익을 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벌어졌어요. 그것은 정치 권력이 언론을 장악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입니다. 즉, 언론의 비판과 견제가 사라졌기 때문에 탄핵이 초래된 것이라고 봅니다. 이처럼 언론은 끝없이 정치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때 그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 결국, 언론장악이 정권의 종말을 부른 거네요?
"그렇습니다. 언론장악이 정권의 종말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해요. 그래서 언론에 자유를 주지 않으면 정치는 스스로 몰락할 수밖에 없어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무너진다고 봅니다."

-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심판받지 않았잖아요?
"이명박 정권부터 문제가 불거졌죠. 그때 미디어법을 강행 통과시키고 종편을 만들었고, 그 종편은 보수 정권을 재생산했죠. 박근혜 정부를 만들어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어쩌면 또다시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초래한 것이지요. 종편 자체는 태어나서는 안 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보수 편향의 미디어 채널입니다. 그렇지만 워낙 KBS, MBC와 같은 공영방송이 몰락한 상황 속에서 그 반대급부로 JTBC가 탄핵국면에서 의미를 갖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 정권교체 되었는데 종편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정치적인 압력으로 기존에 있던 방송을 없애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비정상적 특혜 등을 없애고, 공정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적으로 문제는 해결된다고 봅니다. 정치적 결단에 의해서 종편을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는 나름대로 공정거래 관행이라든지 특혜가 없어지면 정상화 될 것입니다."

- 현재 지상파의 예능과 드라마에서 편법적인 중간광고를 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세요?
"미디어를 자꾸 산업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미디어의 본질조차도 훼손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중간광고 같은 형식의 도입이 대표적이지요. 그것은 현재 방송 산업이 가진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간 광고 등 과도하게 상업화되는 게 사실이죠.

과도한 상업성이 자칫하면 미디어의 공영성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거예요. 공공적 미디어 시스템은 상업적 운영의 경영적 원칙보다는 언론과 문화적 기능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공공 미디어에 대한 재원 마련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최근 내각 인사청문회에 대한 검증 보도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보세요?
"청문회는 언론사의 미디어 이벤트가 되어버렸어요. 미디어가 청문회를 자극적인 미디어 이벤트로 만들어서 수용자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극적인 내용을 많이 전달하고 인물 검증이나 정책검증은 외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정책에 대한 비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음주운전 위장 전입 등 과거의 행위의 신상털기에만 집중되다 보니 그 인물이 장관 자리에 가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없는 것 같아요. 즉, 미디어가 인물 개인의 신상털기 중심에서 벗어나 그 인물이 가진 정책적 비전과 그것의 타당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 문 대통령 지지자들과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이하 한경오) 사이 갈등이 있잖아요, 일부에서는 한경오를 돈 없는 조중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 흐름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한경오가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서도 안 되고 일방적으로 비판만 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한경오의 비판적 기능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경오도 대통령 지지자들의 비판에 위축되지 말고, 지속적으로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 앞으로 언론에 대한 전망 부탁드립니다.
"지난 보수 정권 동안 언론 적폐가 많죠. 공영방송이 제대로 된 역할 못 했죠. 또 종편은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를 보수적으로 크게 바꿨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공공성은 위축되었고 상업성만 강조되었지요. 또 기자들은 기레기가 됐고 기자들은 정부비판은 하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광고주들의 압박만 받게 되었지요.

지난 보수 정권 동안 언론의 동맥경화가 생겨서 일반 시민과 소통할 수 없게 된 거예요. 그래서 시민이 직접 나섰는데 그게 촛불이라고 봐요. 언론이 동맥경화에 걸려있는데 시민들은 모세혈관이 되어 대한민국의 여론 분위기를 바꾸어 촛불 시민혁명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대동맥을 원활하게 바꿔서 소통의 미디어로 거듭나야 해요. 그래야만 일반 시민의 목소리가 체계적으로 잘 반영될 수 있을 거예요.

언론 민주화는 사실 언론에서 촛불 시민의 정신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는 것을 뜻합니다. 언론은 촛불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체제로 환골탈태 해야 합니다. 공영방송이 바로 서야 하고, 비정상적 종편은 빨리 정상화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과도한 산업 자본의 미디어 진출과 미디어 내용 통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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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