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2번에 걸쳐 왕조를 이뤘기 때문으로 성적에 걸맞게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며 전국구 인기 팀으로 현재까지 명성을 누리고 있다.

KCC의 대단한 점은 오랜시간 동안 감독이 단 3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1대 신선우 감독, 2대 허재 감독을 거쳐 현재는 추승균 감독이 3번째 사령탑을 맡고 있다. 신 감독, 허 감독은 각각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본인만의 색깔로 리그우승을 이끌며 왕조를 구축한 바 있다.

두 감독은 모두 국가대표급 걸출한 2번과 함께했다. '캥거루 슈터' 조성원(46·180cm)과 '꽃미남허슬' 강병현(31·193㎝)이 바로 그들이다. 조성원은 이상민, 추승균과 함께 '이조추트리오'를 이루어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다이나믹한 이른바 '쇼타임'농구를 펼쳤다. 강병현 또한 하승진, 신명호, 전태풍 등과 더불어 허 감독 농구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3대 추감독 역시 다음 시즌부터는 걸출한 대형 2번과 함께한다. FA 역사상 최대 금액인 9억 2000만원으로 KGC인삼공사에서 둥지를 옮긴 이정현(30·191cm)이 그 주인공이다.

 언제나 KCC와 적으로 만났던 이정현(사진 오른쪽)은 다음시즌부터는 든든한 아군으로 함께 한다.

언제나 KCC와 적으로 만났던 이정현(사진 오른쪽)은 다음시즌부터는 든든한 아군으로 함께 한다. ⓒ 전주 KCC


1차 왕조의 가장 날카로웠던 보검, 슈터 조성원

조성원은 KCC는 물론 프로농구 역사 전체를 대표할 만한 슈터다. 명지대학교에서 뛰었던 관계로 아마 시절에는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상무입대 후 쟁쟁한 스타급 선수들 사이에서도 주포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프로농구 데뷔 이후에는 원년 슈터 열풍의 주역이었던 '이동미사일' 김상식, '사랑의 3점슈터' 정인교는 물론 대학시절부터 이미 슈퍼스타였던 '람보슈터' 문경은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기량과 활약상을 보여준다.

KCC 1차 왕조의 주역이었던 조성원은 신장은 작았지만 폭발적인 외곽슛을 바탕으로 KCC 주포로 활약했다. 그의 최대 장점은 한 시대를 풍미한 NBA 레전드 슈터 '만랩 슈가' 레이 알렌(38·196cm)이 그랬듯 공을 가지고 있을 때는 물론 공없는 움직임도 매우 좋았다는 부분이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포인트가드의 패싱플레이를 도왔고 슛 타이밍이 워낙 빨라 공을 잡았다 싶은 순간 림을 가르기 일쑤였다. 상대하는 수비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 스텝'은 물론 속공 시에도 쉬운 레이업슛 대신 3점슛으로 마무리 짓는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외곽을 성공시키는 전천후 슈터였다. 여기에 빠른 발과 높은 탄력으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 레이업이나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수비하는 입장에서 조성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때문에 조성원은 신 감독 체제하에서 공격농구의 보검 역할을 했다. 외곽을 넓게 쓰며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수비수를 끌어낼 수 있고 빠른 발을 살려 골밑공격까지 가능한 슈터는 전략적으로도 유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KCC와의 궁합도 좋았다. 조성원이 엄청난 슈터인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신장에서 오는 수비의 약점은 분명 존재했다. 2번으로서 작은 키는 상대 일대일 공격의 집중 목표가 될 때도 적지 않았다.

이 부분은 1번 이상민, 3번 추승균이 제대로 커버해줬다. 일대일 수비도 좋지만 이상민, 추승균은 각각 1,2번-2.3번 수비가 모두 가능했다. 거기에 도움수비에도 능했다. 신 감독은 바꿔 막기나 도움수비 등을 통해 조성원이 수비 부담 없이 공격에 마음껏 집중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준 바 있다.

감독의 색깔과 비슷했던 명품 2번, 추 감독의 농구는?

현역 시절 최고의 공격수였던 허 감독은 지도자가 된 후에는 무엇보다도 수비를 강조했다. 공격에서는 프리롤을 펼치며 자유분방한 사고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수비만큼은 전략, 움직임, 투지 등 모든 면에서 깐깐한 감독이었다.

1차 왕조 조성원이 출중한 동료들의 도움수비를 믿고 공격의 날개를 마음껏 펼쳤던 스타일이라면 강병원은 거꾸로 자신이 희생하며 동료들을 살려준 '마당쇠' 혹은 '살림꾼' 형 2번이었다. 선수층이 넓지 않고 포지션별 밸런스가 좋지 않았던 당시 KCC에서 강병현은 그야말로 빛과 소금같은 존재였다.

강병현은 팀의 에너지같은 존재였지만 하나씩 뜯어서 보면 완벽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운동능력과 허슬플레이 등은 일품이지만 경기 중 강약조절이 부족하고 2번으로서 썩 정교하지 못한 외곽슛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신의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다른 영역까지 넘나든다면 자신을 중용했던 허 감독을 잇는 '천재'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었겠지만, 그러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강병현을 많이 사랑했던 배경에는 팀을 '이기게 하는 선수'로서 활약한 이유가 크다.

강병현은 기록으로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대단했다. 조성원이 사이즈는 작지만 정교한 슈팅을 바탕으로한 공격력으로 이를 상쇄했다면 강병현은 가드로서 큰 체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운동능력·센스를 겸비한 블루워커형 대형가드였다.

2번을 맡고 있으면서 1번을 도와 수준급의 리딩을 펼칠 수 있었으며 어지간한 3번 선수까지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패스, 수비, 돌파, 센스, 제공권 등 다양한 부분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외곽슛 역시 이름값을 감안했을 때 빅네임 슈터와 비교해서 모자란 정도지 꾸준히 성공률이 상승했고 특히 큰 경기에서의 이른바 '빅샷'에 능한 강심장 클러치 플레이어였다.

추 감독 체제에서는 아직 그만한 2번은 없었다. 김민구(26·191cm)는 부상후유증으로 예전의 운동능력을 대부분 상실한 상태이며 김지후(26·187cm)는 뛰어난 슈터지만 기복이 심하며 무엇보다 수비에서 낙제점을 보이며 주전으로서 꾸준한 출장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새로이 KCC로 둥지를 옮긴 이정현에 대한 기대는 크다. 이정현은 조성원만큼의 슈터는 아니며 강병현만큼 다재다능한 블루워커 또한 아니다. 하지만 강병현 못지 않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내외곽에서의 공격력이 뛰어나다. 특히 배짱이 좋은지라 중요한 순간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조성원, 강병현으로 2번의 왕조를 이룩했던 KCC에 이정현이 3대 2번 계보를 이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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