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각 국가에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축구팀이 존재하고 있다.

1983년 프로 축구 리그가 공식 출범한 대한민국 또한 마찬가지다. 아시아를 호령하는 '한국 축구의 젖줄' 'K리그 클래식'부터 하위리그 'K리그 챌린지', 비공식적이지만 3부 리그 격인 실업축구 리그 '내셔널리그', 장기적인 승강제 도입에 앞서 출범한 'K3리그 어드밴스'와 ' K리그 베이직'까지 약 50개가 넘는 팀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자가 속한 리그에서 자신들의 연고지의 이름을 걸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연고지를 중심으로 하는 축구팀들은 지역 주민들의 '아이덴티티'이자 '자존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연고지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팀 네임은 무엇이 있을까? 대한민국의 프로 축구인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에 속해있는 팀들의 이름을 살펴보고, '이런 팀 네임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TSV 1860 뮌헨', '크리스탈 팰리스', '유벤투스'.. 역사가 담겨있는 네이밍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바르셀로나 전에서 2골을 넣은 파울로 디발라

유벤투스의 경기 장면. ⓒ 연합뉴스/EPA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해외 구단 중 팀의 특색을 잘 나타내는 사례를 찾아보았다. 유럽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의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의 연고지엔 바이에른 뮌헨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분데스리가 2에는 무려 1860년에 창단된 'TSV 1860 뮌헨' 팀이 있다. 분데스리가 초기 구단이기도 한 1860 뮌헨은 창단 연도를 팀 네임에 넣으며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다음은 이청용이 속해있는 '크리스탈 팰리스'다. 연고지인 런던 부근에 있는 건축물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이름을 따온 사례로, 이는 화재로 사라져버린 건축물의 정신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지막은 유벤투스다. 유벤투스는 라틴어 'juvéntus'(청춘, 젊은이들)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팀의 창단을 이끈 세 고등학생의 역사를 팀 네임에 담아낸 것이다.

앞서 언급한 클럽들은 각각 팀 창단 연도, 지역 특색, 창단 과정의 정신을 담아내며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클럽 이름을 넘어서 지역의 역사를 담아내기도 한다. 이 팀들 외에도 수많은 팀들이 자신들의 팀 네임을 설정함에 있어 지역의 특징, 역사 등을 고려함으로써 주민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FC', 'FC○○'.. 이놈이 저놈인 K리그 네임

 1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6차전 FC서울과 우라와 레즈의 경기. 서울 윤승원이 선제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6차전 FC서울과 우라와 레즈의 경기. 서울 윤승원이 선제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에 속한 팀 네임 중 가장 큰 특징은 연고지 앞뒤에 FC(Football Club)을 붙이는 형식이다. ▲FC 서울▲FC 안양 ▲강원 FC ▲광주 FC ▲대구 FC ▲경남 FC ▲수원 FC ▲성남 FC 까지, 22개의 팀 중 9개의 팀이 이러한 팀 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해외 구단의 경우에도 연고지 앞에 FC를 붙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이러한 팀 네임은 지역민들로 하여금 소속감을 불어 일으키는 측면에선 효과적이지 못하다.

연고지 이전으로 지금까지도 시름을 앓는 FC 서울이 지역 연고제 미시행기 시절 '럭키 금성 황소'를 계승하는 정신을 이어나간다면 '1983 서울'이라는 네이밍을 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반대로 안양의 경우, 과거 안양 LG 시절 홍염 응원을 선보이며 K리그에서 손꼽히는 팬덤을 자랑한 서포터스'Red'의 영광과 연고 이전의 아픔을 기려 '안양 Red Light'등의 네이밍을 선정했다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또, 순우리말로 광주 FC는 '빛고을 FC'이라는 이름도 고려해볼 수 있고, 지역의 특색을 고려하여 강원 FC는 '백두대간 FC', 수원 FC는 '수원 화성 FC' 등의 이름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름은 단순한 지역명의 이름에 약간의 가미를 더해 특색을 살리고, 이는 지역민들로 하여금 유대감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

'현대', '아이파크', 'E랜드'.. 기업의 이름과의 시너지는?

K리그엔 기업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팀도 있다.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 '서울 이랜드 FC' 등이 그 예다. 기업 구단인 이상 홍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구단과 기업 네임 간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네임에 대해서는 분명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하는 '포항 스틸러스'는 강철을 뜻하는 'Steel'의 이름을 살려 포스코의 색깔과 구단의 강력한 이미지를 자아내는 네이밍으로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경우엔 모기업 삼성의 이름이 들어가긴 했지만, 블루 윙즈라는 이름을 함께 넣음으로써 구단의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수원 월드컵 경기장의 애칭인 '빅 버드'도 이 이름에서 비롯된 것을 봤을 때 훌륭한 네이밍이라고 말할수 있다.

반면 '울산 현대'의 경우, 기존에 있던 '울산 현대 호랑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2008년부터 '울산 현대'만을 팀 네임으로 사용하고 있다. 만약 '현대 호랑이'에서부터 이어지던 호랑이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면, 지금 울산 문수 축구 경기장은 단순히 경기장 외관을 나타내는 '빅 크라운' 이라는 별칭 대신 '호랑이굴'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너스', '1995', '시티즌' ... 유대감을 높일 좋은 카드

K리그에도 좋은 팀 네이밍을 한 팀들도 존재한다. 이번 시즌 새롭게 챌린지 무대에 입성한 '안산 그리너스' 그리너스 답게자신들의 색깔을 유니폼에 입히며 정체성을 다졌다.

안양과 마찬가지로 연고 이전의 아픔을 겪은 '부천  FC 1995'는 과거 부천SK 전신 '유공 코끼리'의 팬들이 응원을 위해 최초로 뭉친 해의 1995를 내걸어 역사를 다지고 있다.

'대전 시티즌'은 시민 구단의 정체성을 살려 '시티즌' 네이밍을 채택하여 소속감을 높였다. 안산과 부천, 대전의 네이밍 또한 충분히 가치 있고, 특색있으며, 의미 있는 네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특색 있는 이름만이 팀의 전부는 아니다. 첼시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FC, FC 바르셀로나 등 단순한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실력이 떨어지는 것도, 지역민들과의 유대감이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K리그에 대한 관심을 불어 일으켜야 하는 현시점에서, 이러한 작지만 영향력 있는 네이밍 마케팅은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국내축구 K리그 기업구단 시민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글쓰는것을 좋아하여 스포츠 기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https://m.blog.naver.com/filippo_hazaghi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