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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YTN 조준희 사장이 사표를 내고 사장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언론계는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의 언론 장악을 청산하고 개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MBC의 기자 PD 등 8명에 대한 징계 소식이 들려왔다. 언론계는 개혁은 정권교체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MBC의 징계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MBC 경영진은 이전 태도를 한동한 유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TN 조준희 사장이 사임하던 날 나온 MBC의 징계 발표는 MBC 구성원들을 씁쓸하게 했을 듯하다. 그래서 지난 23일 상암동 MBC 사옥 내 노조사무실에서 허유신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아래 MBC 노조) 홍보국장을 만나 징계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투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허 홍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
 허유신 언론노조 MBC 본부 홍보국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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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가 지난 17일 기자와 PD 8명에게 출근 정지와 감봉 등 징계를 내렸습니다. 노조는 이에 대해 19일 '김장겸 사장 등 MBC 파괴의 주범들도 이제는 퇴진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어요. 이날은 조준희 YTN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날이라서 씁쓸했을 것 같습니다.
"조준희 YTN 사장이 지난 금요일 오전 사의를 표명히고 오후에 퇴임식을 했죠. 그는 본래 언론인이 아니라 은행장 출신이죠. 금융인이라서 이분이 YTN 사장으로 갔을 때 언론계는 그를 박근혜 낙하산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때문에 YTN 내부의 구성원들도 반발했고요.

YTN에 해직자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계속 노사 간에 갈등의 소지로 남아있죠, 최근 YTN 노조가 해직자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고 조 사장한테 요구하고 기수별로 성명도 냈던 모양이에요. 거기에 결국 조 사장이 굴복한 결과라고 봐야겠죠.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 이후 언론 환경이 굉장히 척박해지고 공정방송의 기틀이 심각하게 훼손이 됐잖아요. 이제 이런 것들이 정상화될 수 있는 하나의 신호탄이었던 거죠.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상당히 허탈했습니다. 조 사장은 사원들의 기수별 연대성명 하나에 용퇴를 결심했잖아요. MBC는 그간에 기수별 성명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저항이 장기간에 걸쳐 이어졌어요. 그런데 사측은 꼼짝도 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 극심한 노동탄압으로 사원들을 괴롭혀왔어요. 적어도 상식을 가진 경영진이면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구성원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면 YTN 처럼 비판을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아고 상식적이겠죠."

MBC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 정권교체가 이뤄져, 사측 뒤에는 아무도 없어 보이는데, 징계 조치는 뭔가요?
"2월 말 김장겸 사장이 선임될 때 이미 탄핵정국이었고 조기 대선이 예상돼 있었잖아요. 그래서 당시 저희는 방송문화진흥회에 사장 선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는데 강행했어요. 이것은 기존의 친박 세력과 일부 애국을 자처하는 수구세력들이 MBC를 끝까지 본인들의 저항 기지로 삼고자 하는 의도인 것 같아요. 정권이 교체돼 정치적 환경이 바뀌더라도 본인들은 계속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인 것이죠. (이번 징계는) 그런 의도가 지금 눈 앞에 나타난 정도 아닌가 싶어요.

그동안 줄기차게 흠집을 내고 일방적으로 공격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는 노골적으로 비판을 계속하긴 어렵겠죠. 앞으로 지켜볼 문제입니다. 최근 뉴스 보도에서는 그게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주말 사이에 YTN 조준희 사장 관련한 리포트가 있었습니다. 그 보도에서 '정부가 바뀌니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 나왔어요. 거기에 보수시민단체 관계자 인터뷰를 포함시켜서 '정부가 바뀌었다고 임기가 보장된 공영언론들 공영방송들에 경영진 교체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넣었죠.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는 차원의 리포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주 정도 됐죠. 정권교체 이후에 뉴스의 변화를 감지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몇몇 보도를 보면 경영진들이 지켜왔던 태도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뉴스는 외부의 시청자들하고 직접 접촉하는 채널이라 노골적으로 기존 보도 형태를 유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그러나 회사 내부적으로 여전히 징계, 부당전보 사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깥에는 국가적으로 어느 정도 봄이 왔다고 느껴지지만, 저희는 여전히 겨울입니다. 내부적으로는 거의 바뀐 게 없어요."

- MBC 문제를 푸는 것만 보면, 정권교체가 답은 아니었네요.
"물론 '이명박근혜' 정권이 워낙 공영방송을 심각하게 장악했죠.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고는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죠. 이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 같은 문제가 아니잖아요.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서 기존의 공영방송에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자는 논리가 아니잖아요. 과거 공영방송을 망쳤던 주범들을 빨리 교체해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건전한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정권이 필요했던 거죠.

다행히 정권교체가 촛불 혁명의 힘으로 이뤄졌습니다. 앞으로 MBC노조는 현 경영진에 대한 퇴진 투쟁을 어떻게 벌인 것인가가 눈 앞의 과제예요. 다만 현 경영진들이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어떤 강제력으로 끌어내릴 수 없어 고민 중입니다.

일단 국민 여론은 언론개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잖아요. 정부에서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요. 다양한 경로로 정상화에 대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언론장악 방지법 법안이죠. 그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나 통과에 대한 움직임도 다시 시작돼야겠죠."

- 일각에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김장겸 사장 만큼은 사퇴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또 다른 언론장악이라는 비판도 있어요.
"방금 말씀 드린 게 이거예요. 예전에 이명박 정부 시절에 집권 직후 KBS 정연주 사장을 굉장히 무리한 방법으로 사실상 사장 자리에서 축출시켰어요. 그러나 법원 판결을 통해 정 전 사장은 무죄를 받았죠. 그럼에도 당시에 정 전 사장 본인은 물론이고 KBS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남긴 상처가 오래갔어요.

거기서부터 '이명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런 방법을 새 정부가 사용하진 않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논의를 해서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죠. 더군다나 지금 국민들의 의식이 높잖아요. 어줍잖은 꼼수로는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란 걸 새 정부도 충분히 알기 때문에 무리한 방법은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요. 저희도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현재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의 임기가 내년 8월까지고, 김장겸 사장 비롯한 경영진은 이제 시작한 지 3개월밖에 안 됐어요. 언론장악방지법 통과를 통해 효과를 보기엔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법 통과의 시기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후에 법 통과가 어렵게 된다고 해도 6개월 정도 지나야 합니다. 그러면 사실상 방문진은 임기를 다 채운 거라고 봐야 하거든요.

아마 김장겸 사장 선임을 강행한 건 그런 걸 알기 때문일 거예요. 다만 MBC노조는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방송 문제와 노동탄압 사례들을 공론화시켜 비판하고, 또 공정방송이라는 사원들의 노동 조건을 지키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그게 저희의 존재의 의미이죠. 그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아요.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서 민사재판 1심서 3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은 상태고, 관련한 형사적인 문제로는 검찰에 배당돼 최근 고 이사장의 진술서를 검찰이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 이사장의 범죄행위 혹은 다른 방문진 이사들의 모종의 비리나 범죄 행위들이 이미 공개돼 있어요.

지난 정권에선 그것을 수사당국 차원에서 그냥 뭉갰어요. 그냥 봐준 겁니다. 하지만 새 정부 아래서 검찰은 그런 문제들에 대한 어떤 조사나 수사를 활발하게만 진행해도 현재 방문진의 이사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날 겁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방문진 이사진의 일부 교체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어요."

"지난 대선, MBC는 문재인 공격에만 치중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MBC의 대선 보도는 종편을 포함한 방송사 중 가장 문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MBC노조에서도 기자회와 공동으로 대선보도 모니터 감시단을 꾸려서 운영했습니다. 최종보고서가 최근 나왔어요. 현 경영진 입장에서는 지난 대선이 본인들이 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사실상 MBC 역사상 가장 최악의 편파 보도였습니다.

일단 후보 검증을 제대로 안 했죠. 사실상 문재인 후보에 대해 일방적인 비난과 공격을 하는 데만 골몰했지, 다른 후보들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공약에 대한 정책 검증 등은 거의 방기했어요.

심지어 문재인 당시 후보가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 공영방송이, 특히 MBC가 너무 많이 망가졌다고 직접적인 비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MBC는 회사의 입장에서 문 후보의 비판에 대한 방어 논리만 보도했어요.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뉴스의 사유화입니다. 공공의 전파를 경영진의 안위에 이용한 것이죠.

몇몇 후보 캠프 관계자들의 라디오 인터뷰를 교묘하게 짜깁기해 발언자의 의도를 왜곡해 내보내는 일은 말씀드리기도 부끄럽습니다. 또 여론조사를 왜곡한 사례도 있었어요. 후보별로 지지율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의 지지율을 더하니 문재인 후보를 이긴다, 단일화하면 이긴다'라는 보도를 한 거예요. 기본적으로 나머지 후보들이 단일화해 양자구도가 형성되면 여론조사를 다시 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냥 싹 더하기만 한 거예요.

이런 방식의 저급한 왜곡보도까지 동원하는 걸 보면, 정말 경영진들이 이번 대선을 마지막 저항의 기회라고 생각하는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저지하기에 나섰구나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종편보다 더 심했다는 평가에 자괴감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돼온 문제라 저희 스스로도 무뎌진 측면이 있어요.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SBS가 대선 직전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뒷거리 의혹을 보도했다가 보도본부장 겸했던 김성준 앵커가 교체되고, 보도국의 관련 지휘라인이 전면 교체됐습니다. 그걸 보면서 MBC에서 만일 저런 일이 벌어졌으면, 그냥 다른 언론에 기사 몇 개 나고 몇 사람 웃고 넘어갔을 거라는 얘기를 했어요.

결국 공신력을 갖춘 정상적인 방송사라면, 저 정도의 사안이면 내부적으로 조치가 엄격하게 이뤄지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MBC에서는 SBS의 사례 수준의 대형사고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만약 똑같은 일이 MBC에서 벌어졌다면, SBS와 같은 후속 조처들이 취해졌을까요? 회의적입니다."

"MBC 해직자 문제, 조만간 대법의 상직적인 판단 있을 것"

- 해직자 문제는 아예 이야기가 안 되나요?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죠. 무리하게 언급하면, 자칫 '새 정부가 법원 판결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뉘앙스를 줄 수 있잖아요. 하지만,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MBC의 해직자 문제를 국민들의 관심사 안에 들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제 선고가 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실 아쉬운 건, MBC 해고자 문제는 진즉에 판단이 나왔어야 할 사안인데 과거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미뤄진 게 아닌가 하는 거예요. 조만간 대법원에서 현명하고 상식적인 판단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언론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신뢰도입니다. MBC는 지난 9년간 신뢰도 부문에서 완전히 무너졌고, 시청률도 잘 안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사장이 교체된다고 해서 갑자기 신뢰가 회복되고 시청률이 올라가진 않을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경영진이 교체되고 해직자를 비롯해 쫓겨났던 PD, 아나운서, 기자들이 현장에 복귀하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그날이 온다고 갑자기 시청률이 올라가고 신뢰도가 회복되진 않을 겁니다.

국민들이 지금까지 MBC 경영진에 보냈던 비판적인 입장 못지 않게 MBC 내부에서 싸운 구성원들에게도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각이 있을 수 있죠. '너희가 파업하면서 싸운 건 알겠는데, 너희 중 대부분은 MBC 경영진의 방침에 순응해서 월급 받으면서 살지 않았느냐, 정권교체 흐름에 편승해 뭘 좀 어떻게 해보려는 것 아니냐'라고. 하루아침에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다만 MBC노조가 시청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MBC', 비록 실망감이 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권으로부터 독립돼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송은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염치없지만, 시청자들께서 애정을 갖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들이 저항을 게을리 하거나, 잘못된 체제에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그 점 만큼은 충분히 살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사 역사에 이렇게 심각한 노동탄압은 없었습니다. 반 년 가까운 파업 이후, 수많은 구성원들이 해고당하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심한 탄압을 받았습니다. 다른 조직 같았으면 이미 해체됐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어려움 속에서도 노동조합이 유지되고 있어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저항, 최선의 저항을 하고 있었다는 점은 국민들께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새 경영진이 들어서고, 다시 공정방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도 그 방식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내부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양한 목소리를 다 담아서 가려면 또 다른 차원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단기적으로 뭔가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들께서 한 때 MBC가 한때 최고의 공영방송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MBC 노조는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MBC가 독립적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재건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태그:#허유신, #MBC노조,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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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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