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앞에서 카메라를 든 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촬영을 시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뒤에 앉은 청소년의 시야를 방해하여 항의가 있기도 했다.

무대 앞에서 카메라를 든 팬들이 하나둘씩 일어나서 촬영을 시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뒤에 앉은 청소년의 시야를 방해하여 항의가 있기도 했다. ⓒ 신문웅


충청남도 태안군 청소년들의 끼와 문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2017  태안군 청소년 문화 축제'가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태안군민체육관에서 청소년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날 축제는 특히 요즘 뜨는 걸그룹 '오마이걸'의 축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눈앞에서 걸그룹들의 공연을 쉽게 볼 수 없는 태안 청소년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오전 10시부터 군민체육관 앞에서 40여 가지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오후 2시에 개회식에 이어 태안군 청소년 끼 겨루기 대회 축하 공연으로 '오마이걸' 등의 출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축하 공연이 계획된 태안군민체육관 무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고급 카메라 장비로 무장한 40여 명의 젊은 팬들이 좌석 앞을 차지했다. 또 다른 10여 명의 팬은 무대 끝부분에서 삼각대 카메라를 거치하고 동영상을 찍을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2시께, 태안군수 등이 참석한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고급 카메라를 든 팬들이 사회자의 거듭된 당부에도 불구하고 의자를 밀며 통제선을 무너뜨렸다. 무대 맨 앞을 차지하려는 팬들 사이의 경쟁이 이는 가운데, 이날 행사를 보기 위해 찾아온 태안 지역 청소년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팬들이 움직이자 뒤에 있던 청소년들도 우르르 몰리며 순간 체육관은 아수라장이 됐다.

객석의 혼란이 진정된 이후, 팬들은 행사 중간에 무대로 나선 걸그룹 '오마이걸'의 축하공연 막이 오르자 카메라 셔터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맨 앞 열을 차지하고 있던 이들은 한 컷이라도 더 잘 찍으려는지, 급기야 일어나서 찍기 시작했다. 공연 모습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뒷좌석에 앉은 청소년들이 앞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의자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르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앙코르 요청이 있었지만, 예정된 3곡을 부른 '오마이걸'은 다음 일정으로 인해 퇴장했다. 이후 좌석 앞을 차지하던 팬들 역시 장비를 챙긴 후 일제히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뒷좌석 청소년들의 시야를 가리면서 또 한 차례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무대 앞 좌석이 텅 비어버린 모양새가 되어 일부 주최 측 인사들은 당황하기도 했다.

이날 축하공연이 끝난 뒤 자리를 빠져나가는 한 사람을 붙잡고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를 물었다. 그는 "걸그룹의 공연 모습과 영상을 찍어 팬 카페나 공식 사이트, 언론사 등에 제공하고 유튜브 등에 동영상도 올리며 오마이걸을 홍보하는 일을 한다"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 축제를 준비한 태안군의 청소년들과 청소년 단체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오마이걸' 공연을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라며 "현장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이나 행사 자체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례한 행태를 보인 일부 팬들이 못내 아쉽다"라고 전했다. 그는 "누군가는 나서서 적절한 해명을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며 분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마이걸 태안군청소년문화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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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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