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스트 인 파리 스틸컷 _ 도미니크 아벨(돔 역), 엠마누엘 리바(마르타 역), 피오나 고든(피오나 역)

영화 로스트 인 파리 스틸컷 _ 도미니크 아벨(돔 역), 엠마누엘 리바(마르타 역), 피오나 고든(피오나 역) ⓒ 그린나래미디어


"웃긴 이야기를 찾는 것이 아닌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요. 처음 이야기의 뼈대를 잡고 리허설을 할 때, 재미있는 요소들이 추가됩니다. 90% 정도는 수정이 돼 없어지고 10%만 남게 됩니다." (피오나 고든)

영화 <룸바>, <페어리>의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 부부가 신작 <로스트 인 파리> (18일 개봉)로 삶의 비애와 감동을 위트와 유머로 풀어냈다. 영화는 이모 마르타의 편지를 받은 피오나(피오나 고든)가 이모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모는 행방불명이고 전 재산인 여행 가방은 세느 강 속으로 사라졌다. 피오나에게 파리의 모든 것은 낯설다. 그때, 낭만을 아는 엉뚱한 노숙자 돔(도미니크 아벨)과 마주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파리의 풍경과 함께 담았다. 피오나는 자신의 가방을 갖고 있던 돔이 수상쩍어 싫지만 함께 이모를 찾아 나서면서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 주연을 맡았던 이모 역을 맡은 배우 엠마누엘 리바와 두 배우의 케미는 영화를 애틋하게 한다. 지난 4일,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들을 만났다.

슬픈 상황도 다른 각도로 보는 시선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은 부부다. 매 작품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고 감독도 한다. 피오나는 캐나다에서, 도미니크는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0년 초 파리에서 시작됐다.

"파리에 있는 학교에서 만났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중에 연극을 같이하면서 커플이 되었어요. 다섯 작품을 같이 했는데 2000번이 넘게 공연한 작품도 있고요. 공연을 하면서 저희가 추구하는 유머와 방향, 색깔의 공통되는 부분들을 찾았죠. 자크 타티나 찰리 채플린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다가 나중에 영화에 출연한 것과 같죠." (도미니크 아벨)
요양원에 가기 싫은 이모 마르타와 이모를 찾기 위해 파리를 활보하는 피오나. 피오나가 이모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둘의 만남은 꼬인다. 치매를 앓는 이모의 눈에 경찰은 자신을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도망가고 찾으면서 만나지 못하는 웃기고 슬픈 상황은 이모와 이름이 비슷한 사람의 장례 소식을 이모의 죽음으로 오해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관객은 그 장례식의 조문객으로 온 이모의 모습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인간의 불안정한 것들, 잘못된 것들에 영향을 받아요. 굴욕적이고 슬픈 상황에서도 다른 각도를 그 상황을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죠." (피오나 고든)
"너무도 이 큰 세계에서 작게 느껴지는 사람들,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느끼는 사람들, 모두가 하얀 얼굴일 때에 혼자만 검은 얼굴이라도 느끼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도미니크 아벨)

 피오나 고든, 도미니크 아벨 부부 감독

피오나 고든, 도미니크 아벨 부부 감독 ⓒ 김광섭


이메일로 시나리오 쓰기

피오나와 도미니크는 각자가 쓴 시나리오를 이메일로 주고받으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해 간다.  

"얼굴을 마주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이메일을 읽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이메일을 통해 작업하면 서로의 자아가 너무 과도하게 서로를 지배하는 일 없이 일할 수 있게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리허설 단계가 되면 스토리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죠. 리허설할 때는 관객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고요." (피오나 고든)

피오나과 도미니크는 관객과의 대화에 앞서 관객과 함께 <로스트 인 파리>를 봤다. 상영 후, 영화가 끝나자 모두 재빨리 밖으로 퇴장해 영화가 재미없었나 생각했다고 한다. 관객이 자리를 뜬 이유는 관객과의 대화 장소가 상영관이 아닌 옆 공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영화 색깔을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실제 일어난 것이다.

"슬펐는데 재미있기도 해요." (웃음) (피오나 고든)

 피오나 고든

피오나 고든 ⓒ 김광섭


다음은 두 감독과 나눈 질의응답이다.

- 얼마 전에 타계한 마르타 역을 맡은 엠마누엘 리바 씨에 대한 기억이 궁금합니다.
도미니크 아벨: 저희가 리바를 만났을 때 굉장히 많이 웃고 호기심이 많은 것에 놀랐어요. 활기차고 똑똑한 분이셨죠. 그녀의 열정이 인상 깊어요. 시와 영화에 열정이 깊었습니다. 스스로 시를 쓰시기도 하셨고요. 88살이셨는데 아이, 가족도 없이 혼자 4층에서 살고 계셨어요. 등이 아프신데 4층까지 왔다 갔다 하시면서 활기찼어요. 6년 정도 암을 앓고 계셨는데 전혀 주위에 이야기하지 않으셨고요. 연기를 하면서 행복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희가 원하던 삶이었어요. 처음엔 두 커플의 여정의 오브젝트였지만 만나고 나서 그분이 출연하는 부분을 많이 늘렸어요.
피오나 고든: 그분이 웃긴 역을 맡은 것은 처음이셨어요. 88살의 나이에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이 용기가 있다 생각해요.

- 마르타가 운명하여 묵념하는 중에 비가 내리는 장면의 아이디어가 궁금합니다.
피오나 고든: 엄숙하고 정돈되고 명예로운 분위기가 나와야 하는 부분인데,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엄숙해야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자연이 모든 것을 바꾸어버리는 거죠. 유골함도 녹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데, 그 전에 비가 와서 먼저 녹여버리고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다른 장례식 장면도 마찬가지고요. 돔이 망자에 대해 처음에는 좋은 이야기하다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 장면이 있죠. 그게 바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은유적으로 본다면 바나나 껍질을 밟고 항상 넘어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인생이 재미가 있는 것 같고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6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로스트인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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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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