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핥기 이슈만 쫓지 않습니다. '필인더스트리'는 영화, 가요, 방송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 문제를 바라보고,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영화 <옥자>의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 <옥자>의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넷플릭스


영화 <옥자>의 제70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은 일견 경사이자 축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화두 하나를 던지게 됐다. 무슨 소리냐고? 최근 불거진 프랑스 극장연합회(FNCF)와 칸영화제 사무국 간 줄다리기 때문이다. 프랑스 극장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옥자>와 <메예로위츠 스토리>의 칸영화제 경쟁 진출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줄다리기라고 표현했지만, 칸영화제 사무국 측에서 "지난 4월 13일 공지한 대로 경쟁 부문에서 발표될 것"이라면서 동시에 "칸영화제 경쟁 부문 영화는 프랑스 극장에 배급되는 영화여야 한다는 원칙을 내년부터 적용한다"라고 공지한 걸 보자. 사실상 극장연합회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 논란의 중심엔 미국 업체인 넷플릭스가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메예로위츠 스토리>를 전액 혹은 상당 부분 투자한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다. 극장 개봉을 위해 배급사와 협업하는 게 아닌 자사 유통망, 즉 인터넷 기반으로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한다.

극장 중심주의 

 영화 <옥자>의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이 작품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논란이 담고 있는 함의는 생각보다 크다. ⓒ 넷플릭스


지난 10일(현지시각) 칸영화제 사무국의 공지를 좀 더 살펴보자. 사무국은 "프랑스 극장과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함께 콘텐츠가 제공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끝내 협의가 안 돼 유감"이라며 "영화제에 투자하는 새로운 사업자를 늘 환영하지만 프랑스와 전 세계 영화의 상영 방식을 지키길 원한다"라고 이유를 달았다.

경제적 관점으로 봤을 때, 이 논란은 분명 넷플릭스 입장에서 호재일 수 있다. 세계 3대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자체가 일종의 공신력 확보를 뜻하고, 이 논란으로 홍보 효과까지 노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를 이미 생각한 듯 넷플릭스 대표 리드 헤이스팅스는 10일 자신의 SNS 계정에 "기득권 세력이 우릴 반대하고 있지만 6월 28일 <옥자>를 확인하라"라며 "극장 체인이 막기 원한 대단한 작품"이라 적었다.

기본적으로 프랑스는 자국 영화 쿼터제가 있고, 특히 배급과 상영에 있어선 멀티플렉스 중심이 아닌 직능별 역할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옥자>를 두고 말이 많은 것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영화를 제공하기 위해선 극장 상영 이후 일정 기간(4개월) 뒤에 가능하다'(일명 홀드백)라는 제도 때문이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나 한국의 일부 영화인들 입장에선 과한 보호주의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만 생각하는 발상이라 비판할 수도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영화제에서 프랑스 영화 등을 담당하는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오마이스타>에 "영화를 제7의 예술이라 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기본 정신에 기초한 거로 보인다. 그만큼 프랑스에선 영화를 만들 때 극장이 갖는 의미가 크다"라며 "<옥자>는 칸영화제 발표 이후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에서 바로 상영해도 되는 시스템인데 거기에 반발하고 있는 것 같다. 칸영화제는 세계영화제면서 동시에 프랑스의 영화제기도 한데 극장 연합회와 충분한 의논이 없지 않아서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프로그래머는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이번 일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들었다"라며 "칸영화제가 상징적이고 그 자체로 파급력이 큰 장인데 납득할 수 없는 조건으로 여러 영화가 한꺼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우려를 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영화의 개념 확장?

 지난 10일 칸영화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지난 10일 칸영화제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 칸영화제


기본적으로 프랑스 극장연합회는 극장주들 노조의 성격을 갖는다. 중소극장주뿐만이 아닌 멀티플렉스 극장들까지 다 아우르는 단체로 5500여 개 극장, 즉 프랑스 내 대부분 극장이 가입해있다. 해당 홈페이지를 살피면 1945년에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오며 영화계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단체다.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이번 일은 영화가 예술이냐 아니냐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문제"라며 "즐거움과 재미를 위한 콘텐츠면 그냥 되는 건지, 시대가 변하기에 영화의 개념도 변해야 하는 건지 화두를 던질 수 있다. 프랑스가 영화의 탄생지기도 하기에 칸영화제 입장에서도 이번 결정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 말했다.

요는 이렇다. <옥자> 논란은 하나의 영상 콘텐츠 상영 방식을 두고 영화로 인정할 수 있을지 논의까지 확대될 수 있다. 나아가 영화의 예술성에 대한 여러 화두를 던질 수 있다.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 역시 "<옥자> 상영 문제는 프랑스 규정이 그렇다면 따르면 된다"라며 "다만 우리에겐 극장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직행하는 영상물을 영화로 규정할 건지, 그 반대 경우는 또 어떻게 규정할 건지 등의 시사점이다"라고 해석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넷플릭스 측의 설명을 구했으나 11일 이후 넷플릭스 측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답 외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배급을 맡은 NEW는 "프랑스 배급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며 넷플릭스의 설명을 듣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오는 15일 국내에선 <옥자> 기자간담회가 열린다. 봉준호 감독과 넷플릭스 콘텐츠 책임자들이 오는 만큼 칸영화제 이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옥자 봉준호 칸영화제 틸다스윈튼 프랑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