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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남도지사가 2016년 9월 5일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섬의 날' 제정을 건의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2016년 9월 5일 열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섬의 날' 제정을 건의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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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출신의 이낙연 전남지사와 임종석 전 후보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의 '투톱'이 될, 첫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첫날부터 그동안 그를 괴롭혔던 '호남홀대론'을 불식시키고 지지 기반을 다지려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10일 문 대통령과 이 지사의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지사는 이날 낮 12시 국회에서 열리는 대통령 취임선서 뒤 조각 방향을 포함해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 30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대통령비서실장, 대통령 경호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이 지사는 이날 오후 1시 50분 제25회 전라남도 장애인 체육대회 개회식(해남 우슬체육관)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이날 오전 비서실에 "서울에 다녀와야 하니 오후 일정을 재조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역에 도착했다.

이 지사는 기자들을 만나 "약 열흘 전부터 임종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오늘 서울 올라올 준비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고위직 제의를 받았음을 시사했다.

궐위 기간이 1년이 넘게 남은 이 지사가 즉각 사퇴하더라도 한 해 한 차례 보궐선거를 치른다는 공직선거법 규정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까지 보선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것도 그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영광 출신의 이 지사는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논설위원, 국제부장을 지냈다. 2000년 이후 고향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2014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현 국민의당 원내대표)과의 당내 경선을 거친 끝에 광역단체장 최고득표율(77.95%)로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동아일보> 시절 도쿄특파원, 국회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 수석부회장을 지낼 정도로 일본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

국회의원 시절의 활동상을 돌아보면, 문 대통령보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편이다. 이 지사는 2002년 대선에서 선대위 대변인과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잇달아 지냈다.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사퇴를 압박하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의원들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한 2002년 10월 24일에는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 서서 생각해 보라"는 점잖은 논평을 발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지사를 아낀 노 대통령이 2003년 여러 차례 사람을 보내 참여정부 장관직을 제의하며 신당(열린우리당) 참여를 요청했지만, 어머니의 만류로 신당행을 접은 일화는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환대를 받고
하승창 더민주 사회혁신위원장, 기동민 의원, 임종석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박원순 예방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환대를 받고 하승창 더민주 사회혁신위원장, 기동민 의원, 임종석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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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 물망에 오른 임종석(전남 장흥 출신)은 1989년 제3기 전대협 의장을 지낸 대표적인 '86세대'(1980년대 대학 입학, 1960년대 출생) 정치인이다. 전대협 의장 시절에는 한국외국어대생 임수경(19대 국회의원)씨를 북한의 평양세계청년학생축전에 보낸 것으로 유명하며, 수사망을 잘 빠져나가 '임길동'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공천 포기 압박을 받은 '악연'이 있다(임종석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민선 2기' 출범과 함께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맡아 '박원순계'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10월 전격적으로 '문재인 캠프행'을 택해 정치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임 실장의 문재인 캠프 합류는 올해 초 당내 경선에서 경쟁하던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불화설이 싹트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후 선거대책위 인선과정에서는 캠프를 대신해 추미애 대표와 맞설 정도로 '리더' 의식이 강한 편이다.

최종 발표가 난 것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이 두 사람의 인선을 확정할 경우 경선 때부터 계속 이어온 호남우선 전략을 국정운영에도 계속 반영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호남권 민심은 지난해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의원들을 대거 당선시켜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혔지만, 5.9 대선에서는 17개 시·도 중 최다득표율로 그의 승리를 견인했다(전북 64.84%, 광주 61.14%, 전남 59.87%).

참여정부가 임기 첫해 대북송금 특검 수용 등으로 호남의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겪었던 만큼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태그:#문재인, #이낙연, #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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