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5경기 무패 행진이 마감됐다. 단일 시즌 최다 무패 기록을 경신했던 맨유는 리그 4위권 진입보다 유로파리그 우승 도전에 집중하면서, '라이벌' 아스널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맨유가 8일 오전 0시(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아스널과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맨유는 경험이 풍부한 웨인 루니와 마이클 캐릭을 앞세워 승리를 노려봤지만,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안고 그라운드를 누빈 아스널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러나 전반전 분위기는 매우 팽팽했다. 맨유는 전반 2분 루니의 헤딩슛이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고, 아스널은 알렉시스 산체스의 강력한 슈팅으로 응수했다. 특히,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 나선 악셀 튀앙제브가 버틴 왼쪽 측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맨유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득점을 기대케 했던 아론 램지와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의 슈팅은 다비드 데헤아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고, 스트라이커 대니 웰벡은 친정팀 수비에 막혀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다. 가슴 철렁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전반 31분 아스널 롭 홀딩이 페트르 체흐 골키퍼에 연결한 백패스를 루니가 가로채며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행운이 따르며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0의 균형은 후반전에 깨졌다. 후반 7분 아스널 그라니트 샤카의 장거리 슈팅이 안데르 에레라의 등에 맞으면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데헤아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볼의 속도가 워낙 빨랐기에 막을 수가 없었다. 곧바로 추가골까지 터졌다. 후반 11분 챔벌레인의 우측면 크로스가 웰벡의 헤딩슛으로 이어지면서, 아스널은 승기를 잡았다.

맨유는 제시 린가르드와 마커스 래쉬포드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소용없었다. 루니의 절묘한 프리킥은 체흐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마샬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모두 수비진에게 걸렸다. 맨유는 막판까지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만회골을 노려봤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경기는 마무리됐다. 

유로파리그에 올인 한 맨유,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이유

'스폐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리그보다 유로파리그였다. 리그 우승은 이미 물 건너갔고, 그 어느 때보다 4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유로파리그 우승 가능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부상에서 막 돌아온 폴 포그바와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래쉬포드를 선발에서 제외한 것이 무리뉴 감독의 마음을 잘 드러냈다.

확률적으로 볼 때 이 선택은 나쁘지 않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순위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만큼, 맨유의 4위권 진입은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선두 첼시와 2위 토트넘 홋스퍼를 제외하면, 3위 리버풀부터 6위 아스널의 승점 차는 7점이다. 그런데 리버풀이 아스널보다 2경기를 더 치렀다. 아스널이 2경기를 치러 승점 6점을 따낸다면, 사실상 두 팀 간의 승점 차는 1점뿐이다.

4위 맨체스터 시티와 5위 맨유 역시 리버풀보다 1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 차가 크지 않다. 남은 경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4위권 진입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맨유는 2위 토트넘 원정을 치러야 하고, 만만찮은 사우샘프턴 원정 경기도 남아있다. 그만큼 맨유의 4위권 진입은 확실하지가 않다.

반면, 맨유의 유로파리그 우승 가능성은 리그 4위권 진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스페인 원정에서 열린 4강 1차전을 이겼고, 반대편에서는 아약스(네덜란드)의 결승 진출이 높아진 만큼, 리그보다 유로파리그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리그와 유로파리그 모두 최정예 멤버를 내세우기에는 체력적인 부담과 실패 위험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무리뉴 감독의 유로파리그 우승 도전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맨유는 올 시즌 25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지만, 승리를 가져다줄 골잡이가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부상으로 팀을 떠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제외하면, 올 시즌 1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부상 이후 래쉬포드가 '소년 가장'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30경기(선발 16) 5골이란 기록은 매우 아쉽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의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던 헨리크 미키타리안 역시 잦은 부상과 경기력에 기복을 드러내며, 22경기(선발 14) 4골에 그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포그바도 29경기(선발 28) 4골에 불과하고,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득점이 많은 후안 마타는 23경기(선발 17) 6골에 그친다.

'라이벌' 아스널과 맞붙은 이날도 득점력에 대한 아쉬움은 이어졌다. 마타와 미키타리안, 마샬 등 로테이션 자원들이 공격을 이끌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측면 돌파와 크로스만 많을 뿐, 맨유는 득점뿐 아니라 인상적인 공격 장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측면 풀백의 오버래핑도 보기 어려웠고, 중원에서의 시원한 중거리 슈팅도 볼 수 없었다.

맨유는 셀타 비고(스페인)와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이 홈에서 열리고, 결승전 상대는 전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아약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골 결정력으로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확신할 수가 없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이탈로 인한 골잡이의 부재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맨유는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토트넘과 함께 가장 적게 패한 맨유. 그러나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번의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왜 승리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는가. 이 물음에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맨유의 올 시즌 마무리는 매우 울적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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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VS 아스널 조세 무리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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