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지난13일(한국시간) 2016~20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밀월(3부리그)과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토트넘 손흥민(자료사진) ⓒ EPA/ 연합뉴스


측면 공격수로 돌아온 손흥민은 강렬했다. 스피드에 있어서만큼은 잉글랜드 최고 수준인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을 가볍게 따돌렸고, 간결한 드리블과 패스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시즌 20골이란 대기록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손흥민이 팀 공격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토트넘 홋스퍼가 1일 오전 0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아스널과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선두 첼시와 승점 차를 다시 4점으로 좁히면서, 막판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제자리로 돌아온 손흥민

4경기 연속골 이후 생전 처음 경험해 본 윙백과 선발 제외란 아픔을 겪었던 손흥민이 자신의 본래 포지션으로 돌아왔다.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손흥민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아스널의 스리백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손흥민의 스피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계산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다소 답답하던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25분 손흥민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빅토르 완야마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왼쪽 측면을 빠르게 파고들었고, 간결한 드리블로 챔벌레인을 따돌리며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진입했다. 아쉽게도 손흥민의 마무리 슈팅이 수비에 걸리기는 했지만, 전반전 토트넘의 공격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스피드가 경기장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자, 토트넘의 공격도 살아났다. 손흥민은 전반 27분에도 빠른 역습을 주도하며 아스널 수비진을 흔들었고, 후반 2분에는 완야마의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을 만들어냈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땅볼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도 옆그물을 때렸다.

손흥민이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자 토트넘의 선제 득점과 추가골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후반 9분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고, 에릭센의 슈팅이 페트르 체흐 골키퍼 손에 맞고 나온 것을 알리가 침착하게 밀어 넣으면서 선취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곧바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해리 케인이 가브리엘 파울리스타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케인은 이 득점으로 팀 내 '북런던 더비' 최다골(6골)을 기록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까지 맛봤다.

이후에도 토트넘의 공격은 멈추질 않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케인의 헤딩슛이 아스널의 골문을 위협했고, 얀 베르통헨의 날카로운 중거리슛은 체흐 골키퍼를 놀라게 했다. 후반 22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 과정에서 알렉시스 산체스의 핸드볼을 만들어냈지만, 심판이 반칙을 선언하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북런던 더비' 측면을 지배한 손흥민, 마음껏 웃을 수 없는 이유

올 시즌 두 번째 '북런던 더비'에서 손흥민은 매우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최전방의 케인, 쉐도우 스트라이커로 성장하고 있는 알리, '패스 마스터' 에릭센이 갖추지 못한 스피드와 측면 지배력을 뽐내며, 자신을 선발 명단에 포함한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이유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숨길 수가 없다.

이날 토트넘 공격진 중에 가장 좋은 몸 상태를 보여준 것은 손흥민이었다.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며 볼을 잡아내는 것조차 어려웠던 케인과 알리, 아스널 스리백 수비의 집중력에 킥의 날카로움이 덜했던 에릭센보다는 손흥민의 움직임이 돋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에릭센과 알리의 세밀함과 번뜩임이 선취골을 만들어냈다.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내는 케인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득점포를 가동했다.

반면 손흥민은 측면에서의 땅볼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을 제외하면, 득점을 기대케 할 만한 기회는 잡아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주포' 케인이 부상에서 돌아오면서, 손흥민이 중앙으로 침투하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슈팅 시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개인기나 연계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만들지 않는 이상, 중앙 지역에서 슈팅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이날 경기에서 증명된 것처럼 손흥민은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다. 스피드를 활용한 뒷공간 침투와 간결한 드리블 능력은 약팀보다는 강팀을 상대할 때 더욱 빛날 수 있는 토트넘의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손흥민의 최대 장점은 슈팅력과 결정력이다. 그는 케인과 알리 못지않은 결정력을 자랑하지만, 그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올 시즌 손흥민은 19골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12골, UEFA 챔피언스리그 1골, FA컵 6골 등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골고루 득점포를 가동했다. 하지만 꾸준하지 못하단 점이 아쉽다. 손흥민은 멀티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무려 5경기나 된다. 시즌 19골 중 11골을 5경기에서 몰아넣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케인과 알리는 꾸준한 데다 손흥민보다 득점도 많다. 올 시즌 27골을 기록하고 있는 케인은 무득점 행진을 4경기 이상 끌고 간 적이 없다. 시즌 개막 이후 4경기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고, 지난해 12월 3경기 연속 침묵했던 것이 올 시즌 케인의 가장 길었던 골 침묵이다. 그는 멀티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7차례나 있는 데다 꾸준함까지 갖췄다.  

알리는 시즌 21골로 손흥민과 득점 수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알리는 손흥민보다 리그 득점이 5골 더 많다. 멀티골을 기록한 경기가 3차례뿐이란 점은 손흥민보다 꾸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전 2골, 첼시전 3골 등 큰 경기에서 강하다는 점도 알리의 큰 장점이다.

이날 토트넘은 최대 라이벌인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를 확정 지었다. 손흥민은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득점포를 가동한 알리와 케인이었다. 그들은 중요한 순간 득점포를 가동하며 '북런던 더비'의 승리를 가져왔다.

이것이 '북런던 더비' 측면을 지배한 손흥민이 마음껏 웃지 못하는 이유는 아닐까. 여전히 공격진 중에서는 교체 1순위였고, 전술 변화에 따라 선발과 벤치를 오가야 하는 상황도 변하지 않은 듯 보인다. 올 시즌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가며 큰 발전을 이뤄낸 것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꾸준함'이란 숙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 숙제를 해결해야만, 손흥민은 케인과 알리 못지않은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와 팀 내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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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토트넘 VS 아스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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