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이다. 22년 간 아스날에게 내줬던 북런던의 주인 자리를 드디어 토트넘이 차지했다.

1일 월요일 오전 0시 30분(한국 시각) 영국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펼쳐진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날FC의 경기에서 토트넘이 델리 알리와 헤리 케인의 득점을 묶어 2대0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은 아스날의 수비적인 전술과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지만, 후반 10분에 터진 알리의 선제 득점으로 앞서 갔다. 득점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케인이 패널티킥 득점에 성공하면서 아스날을 침몰 시켰다. 두 점 차의 리드를 잡은 토트넘은 경기 템포를 조절하면서 아스날의 반격을 잘 막아내 리드를 지켜냈다.  

이날 승리로 손흥민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이 영국 북런던을 대표하는 축구 팀 자리에 올랐다. 토트넘은 갈 길 바쁜 지역 라이벌 아스날을 2대0으로 완파하며 22년 만에 리그에서 아스날보다 높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승리로 승점 3점을 가져온 토트넘은 승점 77점(23승 8무 3패)를 기록하게 되었다. 반면 패배로 승점 60점(18승 6무 9패)으로 묶인 아스날은 남은 리그 다섯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도 토트넘 밑에 위치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모든 것에서 앞선 토트넘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모든 부분에서 라이벌 아스날을 압도했다. 전술부터 경기력, 집중력 등 대부분의 상황에서 상대보다 우위에 위치하며 승리를 챙겼다.

최근 공식 경기 3연승을 이끌어 낸 쓰리백 수비를 들고 나온 아스날은 전반전에는 비교적 토트넘의 공격을 잘 제어했다. 손흥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역습 공격에 몇 차례 위기를 내주긴 했지만 실점을 허용하진 않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후반전에 승부를 지으려는 아스날의 시나리오는 하프타임까지만 유효했다.

후반전은 완전히 토트넘의 쇼타임이었다. 전반전 상대 수비에 묶여 있던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서서히 공을 만지면서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중원은 빅토르 완야마가 힘과 피지컬을 바탕으로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에는 아스날의 거센 전방 압박에서 쉽게 벗어나기 시작한 토트넘에게 남은 작업은 공격 뿐이었다.

후반 10분 아스날 수비가 방심한 틈을 따 오른쪽 풀백 키에런 트리피어가 전방으로 침투하는 케인에게 빠르게 스로인을 전달했다. 상대 수비의 방해를 버텨낸 케인은 에릭센에게 공을 건냈고, 좁은 공간에서 에릭센은 섬세한 드리블 돌파 이후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겨냥했다. 에릭센의 슈팅을 체흐 골키퍼가 막아냈지만, 알리가 선방한 공을 밀어 넣으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 공격의 상징이자 감독 포체티노가 절대 신뢰하는 공격 3인방이 만들어 낸 상징적인 골이었다.

선제 실점에 당황한 아스날은 급격하게 흔들렸고, 곧바로 케인에게 패널티킥을 내주게 된다. 케인은 본인이 얻어낸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연이은 득점으로 토트넘의 젊은 선수들은 흥분할 수 있었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들은 노련했다. 젊은 나이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방심보단 열정으로 경기장에 분출됐다. 2대0 스코어도 부족하다는 듯 토트넘은 지속적으로 아스날의 골문을 위협했다.

아스날을 무너뜨린 토트넘의 공격만큼이나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전 내내 큰 위기를 노출하지 않은 토트넘 수비진은 후반 중반부터는 아스날의 파상공세로 인해 흔들리기도 했지만 실점은 내주지 않았다. 에이스 산체스를 협력 수비로 방해 해주고, 패스의 질을 높여줄 외질을 틀어 막으면서 아스날의 공격력을 반감시켰다. 손흥민 대신 무사 뎀벨레를 투입해 경기 템포를 조절한 포체티노의 교체 카드도 아스날을 어렵게했다. 토트넘은 아스날보다 빠르고 힘이 넘쳤으며 노련했다. 그렇게 토트넘이 승리했다.

미래도 밝은 토트넘

이번 승리로 북런던 주인 자리에 앉은 토트넘이 쉽게 자리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현재 리그 우승 경쟁을 할 정도로 강한 팀인 토트넘은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기 때문이다.

아스날전에 선발 출장한 토트넘 11명 선수의 평균 나이는 25.5세다. 상당히 젊은 평균 나이다. 통상적으로 축구 선수의 전성기가 20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토트넘 선수단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특히 팀의 에이스 선수들이 선수단의 평균 나이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어리다.

토트넘은 젊은만큼 빠르고 에너지가 넘친다. 넓은 공간은 빠르고 저돌적인 토트넘 공격수의 먹잇감이 된다. 토트넘의 공격 패턴은 대략 이러하다. 에릭센이 정확한 패스로 공격을 주도하고 손흥민이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허문다. 알리와 케인은 균열이 생긴 수비진 안으로 파고 들어 득점을 성공시킨다. 많은 팀들이 알고도 못막는 토트넘의 빠른 공격 패턴에 당하고 있다.

토트넘 선수들의 스피드를 제어하기 위해 상대 수비가 내려 앉아도 토트넘은 공격의 날카로움을 유지한다. 중원을 지배한 상태에서 빠른 윙백 자원들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으면 패널티 박스 근처에서 기회를 노리던 공격수들이 골을 만들어 낸다. 토트넘을 제어할 수비 전술은 그리 많지 않다.

젊은 선수단은 가장 큰 약점인 기복 있는 경기력도 개선되어 가고 있다. 지난 시즌 첼시와 경기에서 흥분된 모습으로 자멸하며 리그 우승을 놓친 토트넘은 이제 없다. 경기가 잘 안풀리고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도 선수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다급하게 골을 노리기 보다는 침착하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승리를 거머쥔다.

포체티노 감독도 젊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골고루 기회를 부여하면서 선수단 전체에 활력을 넣고 있다. 전술도 다양하다. 상대팀 전술에 맞게 포백과 쓰리백을 오가면서 상대를 공략한다. 기본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지만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고 직선적인 롱패스도 가미한 공격을 시도한다. 포체티노는 유럽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써 선수단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제 북런던의 주인 자리는 토트넘이 완벽하게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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