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5회초 넥센에게 8실점을 허용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한화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5회초 넥센에게 8실점을 허용하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는 혹시나 했지만 한화 이글스의 4월은 '역시나'였다. 한화가 주말 넥센전 3연패와 함께 10승 16패 리그 순위 9위의 성적으로 4월까지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이맘때 6승 17패로 최하위를 맴돌던 때보다는 조금 낫지만 10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렸던 기대치를 감안하면 여전히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초반 선전의 원동력이었던 한화의 선발야구가 최근 다시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 외국인 원투펀치 중 카를로스 비야누에바(1승 3패 자책점 2.30, QS 4회)가 팔꿈치 염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늦어도 5월 중순이면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지난해 에스밀 로저스의 비슷한 사례를 겪은 바 있는 한화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 오간도(2승 2패. 자책점 4.01)는 퀼리티스타트도 3번이나 기록했지만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이 들쭉날쭉하다. 지난 29일 넥센전에서는 4이닝 11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부진하며 팀의 연패를 막지 못했다.

토종 투수들도 흔들리고 있다. 시즌 초반 2연속 QS로 잠시 반짝했던 송은범은 최근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되며 2패. 자책점 6.14로 귀신같이 제 자리를 찾아갔다. 이태양도 3패 자책점 7.94에 머물고 있다. 대체 선발로 거론됐던 안영명(2패 .6.92)의 성적표도 낙제점이다. 현재 한화 선발 로테이션에서 꾸준히 제몫을 해주고 있는 투수는, 부정투구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배영수(3승, 자책점 2.95) 정도뿐이다.

한화는 지난달 25일까지만 해도 12번의 QS를 기록하며 퀵후크는 단 2차례에 불과했다. 5선발 로테이션이 제법 모양새를 갖추며 올해는 해볼 만하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내구성과 꾸준함 면에서 4월도 넘기지못하고 벌써 흔들린다. 최근 선발진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심지어 김성근 감독은 다시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투수교체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는 패턴으로 회귀하겠다는 구상을 비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년간 실패한 방식을 다시 꺼내들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한화는 넥센전과의 3연전 내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불펜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으나 한 경기도 가져가지 못하며 결국 김 감독의 승부수는 헛심만 낭비한 꼴이 됐다. 마무리 정우람만이 2승 2세이브 자책점 1.86로 호투하고 있지만 팀사정상 세이브 기회를 좀처럼 챙기지 못하고 있다.

타선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화는 올시즌 팀홈런(15개)-타점(102개)-득점(108개)-출루율(.329) 등에서 모두 8위에 머물고 있으며,  팀타율(.271)도 6위, 장타율(.377)과 도루(10개)는 9위로 공격 부문 모든 지표가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부동의 4번타자 김태균이 허벅지 근육 손상으로 2~3주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중심타선의 무게감과 생산성이 더 하락했다. 김태균은 올 시즌 부상전까지 19경기 타율 3할9푼4리 26안타 2홈런 14타점 11득점 14볼넷 OPS 1.039로 맹활약 중이었다. 한화는 김태균을 비롯하여 비야누에바, 이성열 등 적지 않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라인업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0.269 5홈런 12타점)가 초반 부진을 딛고 지난주 급격하게 타격감을 끌어올린 게 반갑지만 아직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김성근 감독이 복귀에 기대를 걸었던 최진행, 이용규, 정근우 등이 아직 타격 감각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 한화는 득점을 뽑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화 입장에서 넥센전 스윕패가 더욱 뼈아팠던 이유는 '버린 자식들'에게 복수를 당했기 때문이다. 3연전에서 넥센 공수의 중심으로 활약한 양훈과 김태완은 모두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화를 떠나야 했던 선수들이다.

양훈은 2015년 4월 허도환·이성열과 1대2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넥센으로 이적했다. 그해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의 엄격한 체중감량 지시를 수행하다가 밸런스가 무너지며 2군에만 머물다 정든 팀을 떠났다. 양훈은 지난 30일 한화전에서 5이닝 동안 4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의 호투로 자신을 버린 친정팀에 설욕하며 넥센의 창단 최초 토종 선발투수 4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 한화에서 방출 당했던 김태완도 지난 28일 1차전에서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넥센의 13-2 대승을 견인했다. 김태완은 올시즌 13경기에서 .414(29타수12안타)로 기대보다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항상 '선수가 없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사는 김성근 감독의 앞에서 보여준 활약이기에 한화로서는 더 뼈아플 수밖에 없는 일격이다.

한화는 올해로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지 어느덧 3년차를 맞이한다. 몇 년간 해마다 전력보강을 위한 투자도 남부럽지 않게 했다. 지난 2년간은 아예 감독 1인에게 유례없는 절대권한을 부여해보기도 했으며 논란을 불사하고 구시대적인 혹사와 지옥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한화 구단은 현장과 프런트의 분업화를 선언한 올 시즌마저도 오간도, 비야누에바, 최재훈 등 적지 않은 즉시전력감을 확보하며 가을야구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 해인 3년차가 되도록 성적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한 시즌 정도면 시간이 부족했거나 운이 없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3년째면 뭔가 최소한의 결실이 있어야할 시점이다. 애초에 한화가 김성근을 영입한 목적도, 김성근 야구에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장점도 오로지 '성적'이라는 면죄부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김성근의 한화는 가을야구는 고사하고 매년 5할 승률도 힘겨워 보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김성근 감독의 방식대로 다 했는데도 수비나 조직력이 더 끈끈해진 것도 아니고, LG-기아처럼 미래를 기약할 만한 과감한 세대교체나 리빌딩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올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5~6월까지도 지금의 양상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성근 감독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도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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