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음주운전 죄송...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 묵묵부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지난 2016년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 이정민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았던 야구선수 강정호가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2심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혈중 알코올 농도 0.085% 상태로 운전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입건됐다. 경찰조사 결과,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삼진아웃' 제도에 따라 면허가 취소됐다. 국내 야구팬들은 물론 강정호의 미국 소속구단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졌다.

앞서 검찰은 강정호를 정식재판에 넘기는 대신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으나 법원은 상습적 음주운전과 은폐 의혹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을 내려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에서도 검찰은 1500만원의 벌금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구형량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징역형을 받은 강정호는 미국행을 위한 취업비자 발급도 거부당하며 메이저리그에서의 선수생활에도 당분간 제동이 걸렸다.

강정호의 선처 호소가 설득력 없는 이유

강정호 측은 즉각 항소했고 2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낮춰 달라고 호소했다. 강정호 측은 선처를 바라는 근거로, '메이저리그에서의 활동'을 내세웠다. 징역형이 유지되는 한 강정호의 비자 갱신은 불가능하며 이대로 메이저리그에서의 선수경력이 끝나 버릴 수도 있다. 비록 강정호의 죄가 중하지만 잘못을 모두 인정했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 데다 직업인 야구까지 접어야 하는 것은 죄값으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다.

검찰도 이례적으로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여주기를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2심 재판부는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은 선고할 수 없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강정호로서는 최소한 지금보다 더 손해볼 것은 없는 셈이다.

강정호의 선처 호소는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여기에는 공감대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강정호가 부당한 처벌을 받았거나, 아니면 강정호의 정상을 참작해줄 만한 동정의 여지가 있거나.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강정호는 둘다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생각해봤을 때, 음주운전만 한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저지른 상습범에, 공공기물파손-뺑소니-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저지른 '악질' 범죄자에게, 엄벌은커녕 관용이나 선처부터 논하는 것 자체가 과연 이치에 맞는 이야기일까.

더구나 강정호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는 이미 충분히 선처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강정호의 죄질에 비하면, 집행유예 2년은 결코 무거운 형벌이라고 할수 없다. 음주운전에 지나치게 관대했던 우리의 법체계와 문화가 불러온 착시효과다. 그런데 강정호는 적반하장으로 이마저도 불복하며 죄값을 더 깎아보겠다고 오히려 법을 역이용하고 있다.

강정호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야구선수'라는 직업적 특수성을 내세워 동정을 호소하는 것도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다. 강정호의 직업이 야구선수라는 것과 그가 저지른 죄에 대한 처벌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재판부가 피고인의 직업 편의나 해외 비자발급 여부까지 일일이 고려하여 구형을 내려줘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변명은 '구차'

야구를 못하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 가혹하다지만, 그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법원의 판결 탓이 아니라 온전히 본인이 자초한 대가일 뿐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이제 와서 '메이저리거로서의 국위선양'이나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변명을 내세우는 것도 구차하다. 그 정도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책임감이나 자각이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기 전에 이미 뉘우칠 기회는 차고 넘쳤다.

야구는 그저 강정호 개인의 직업이자 돈벌이 수단일 뿐 선처의 이유가 될수 없다. 오히려 강정호는 지금 유명한 메이저리거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처를 빙자한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 음주운전이나 유명인의 사회적 물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더 엄중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강정호의 죄가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하거나 그로 인하여 메이저리그에서의 선수 경력에 지장을 받는 것은 강정호와 피츠버그 구단이 알아서 감당해야 할 몫이다.

만일 2심에서 강정호에 대한 구형이 1심보다 퇴보한다면 이는 결국 또다시 유명인이나 가진 자에 대한 '봐주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또다른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또다시 우리 사회에 나쁜 선례를 남길 뿐이다. 다음달 2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1심만큼 단호하고도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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