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개막식 현장 이미지.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개막식 현장 이미지. ⓒ 부산영화제


32억에서 25억으로 줄어든 예산, 영화제들이 요청하는 금액은 모두 41억 원. 형평성 있는 배분은 가능할까?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영화진흥위원회의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 30일 국제영화제 지원 심사가 중단됐다"며 "기획재정부의 요청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 총예산은 지난해보다 7억이 줄어든 25억 원으로 책정됐다. 부산영화제 지원을 끊고 나머지 5개 영화제(전주, 부천, 제천, 여성, DMZ다큐)를 지원하고자 예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재부가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심사 중단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 지원 배제시 파장 우려

기재부의 국제행사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제행사에 국비 10억 원 이상을 요청할 경우 기재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만 10억 원이 넘는 국비를 지원받을 근거가 생긴다.

하지만 2013년부터 '국제행사 졸업제도'가 도입돼 2013년 이후 7번 이상 국고 지원을 받은 국제행사는 원칙적으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비 의존도가 높은 국제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초창기를 제외하고 1998년부터 7억~15억 원가량의 국고 지원을 받았다.

영진위가 부산영화제의 지원을 끊으려고 했던 것은 이 규정을 적용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2014년 부산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된 후 평균 15억 안팎을 주던 지원금을 2015년 8억 원으로 대폭 축소했고, 2016년에도 9억5000만 원으로 10억 미만을 지원한 부분이다.

2016년의 경우 기재부의 10억 이상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음에도 10억 미만을 지원해 정치적 작용이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영진위 측은 "대규모 국제행사에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다음연도 행사의 타당성을 전년도에 사전 심사하는 절차이며, 다음연도의 예산지원 규모를 얽매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검 조사 등을 통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산영화제 지원 삭감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 지원을 줄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 자체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크게 깎인 예산을 6개 영화제에 배분할 경우 다른 영화제 역시 전년 대비 큰 폭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다른 영화제들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7일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긴축재정을 펴고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면서 지원 예산 축소에 유감을 나타냈다. 전주영화제의 경우 지난해 6억6000만 원을 지원받았으나 올해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매해 영진위가 영화제 종합평가를 하면서 심사에는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객관적인 평가를 외면한 채 부산영화제만 편중되게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지원 계속 축소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국제영화제 평가 중 일반관객 만족도.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국제영화제 평가 중 일반관객 만족도.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국제영화제 평가 중 일반관객 만족도.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년 국제영화제 평가 중 일반관객 만족도. ⓒ 영화진흥위원회


지난해 영진위의 영화제 종합평가에서 부산영화제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관객이나 전문가 평가 대부분 항목에서 점수가 가장 낮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규모가 큰 영화제들 보다는 작은 영화제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위원들은 "부산영화제의 경우 개막식 전날 부산지역을 강타한 태풍으로 인해 영화제 설치물이 붕괴하는 등의 사고로 행사장소가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 관객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에 대해서는 "특정 장르를 지향하는 영화제에 대해 해당 장르에 대한 영화 애호가로서의 전문가 관객의 우호적인 평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부산영화제나 전주영화제와 같이 종합영화제를 지향하는 영화제에서 만족도가 그만큼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풀이했다.

정치적 탄압 논란 속에 많은 영화인이 보이콧을 했고, 이 여파로 전체 관객 수가 급감한 것도 부산영화제가 낮은 평가를 받은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영화인들의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부산영화제를 보이콧한 한 영화감독은 "부산영화제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복직시키고 나서 지원금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영화제 지원 축소는 한국영화산업 전체에 대한 국제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고, 정치적인 성격이 고려된 만큼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국내 영화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영화제 지원 예산은 42억이던 것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37억-32억-25억으로 계속 축소됐다. 영화계 좌파를 청산한다는 목적으로 영화제들도 손보겠다는 의도였다.

이충직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국제 영화제가 예산의 낭비성으로 보일 수 있지만, 관객들이 전 세계의 영화 흐름을 느낄 수 있고 한국의 영화 산업이 전 세계로 나가는 통로기 때문에 30억 원 가량의 예산보다 더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원래대로 예산안이 복원돼 운영에 힘을 쏟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진위 영화제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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