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포스터

<원라인> 포스터 ⓒ NEW


<미생> 임시완의 주연작 <원라인>이 29일 개봉했다. 진구가 그의 스승격인 장 과장으로,  박병은이 숙적 박 실장으로 출연했다. 이젠 충무로의 다작왕이 되려하는 이동휘와 김선영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원라인>은 TV에서만 활동하던 왕지원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단편영화 '일출'(2015)로 제14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양경모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그가 각본까지 맡은 작품이다.

컴퓨터공학과에 다니는 대학생 이민재(임시완)는 작업대출의 대가 장 과장(진구)의 도움으로 은행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는데 성공한다. 30%나 되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수금하러 온 기태(박종환)를 따돌리고, 그 돈으로 룸메이트 현진(박유환)과 해선(왕지원)을 끌여들여 짝퉁시계를 명품으로 파는 사기극을 준비한다. 하지만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해선에게 뒤통수를 맞고, 장 과장의 파트너인 박 실장(박병은)에게 붙들려 간다.

민재는 사채 빚에 빠지게 될 상황에서 오히려 장 과장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장 과장 밑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실력 발휘를 하며 사기계의 샛별 '민 대리'로 거듭난다. 하지만 박 실장이 위조전문가 송 차장(이동휘)과 짜고 장 과장을 배신하고 장 과장은 작업대출을 홀로 수사하던 천 형사(안세하)에게 노출되면서 잠수를 탄다. 민 대리는 기태와 홍 대리(김선영) 그리고 현진을 끌어들여 팀을 꾸리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원라인>은 케이퍼 무비의 전형을 따르는 작품이다. 우선 2005년 당시의 대출 상품 고증, 관계자 인터뷰, 말투 연구 등 5년의 준비가 녹아 들어있는 작업대출에 대한 상세한 범죄묘사는 디테일을 살리며 케이퍼 무비에 기대하는 필수 요소를 채워준다. 그들의 사기극은 묘하게 은행이라는 거대자본을 속이는 쾌감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며 배워두면 좋을 것(?) 같은 구석들도 보인다.

또한 <도둑들>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같이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분업화 된 포지션에 배치한다. 임시완의 미묘한 표정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민 대리'. 그는 타고난 사기 재능과 범죄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한편,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로 나온다. 작업대출을 하나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낸 능구렁이 같은 장 과장(진구), 돈밖에 모르는 냉혈한 박 실장(박병은), 말 많고 허당기 다분한 위조전문가 송 차장(이동휘), 미모만큼이나 위험한 해선(왕지원), 한때 건달 유망주였지만 머리는 좀 모자란 기태(박종환)등 개성 넘치는 사기 캐릭터들로 즐비하다.

사기꾼 캐릭터들뿐이나라 나홀로 열혈형사인 천 형사, 그리고 월급도둑 담당검사와 구청직원 등 색깔없는 캐릭터가 없다. 하지만 캐릭터에 개성은 부여했으되 캐릭터들의 활약을 분산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사기극에서의 실질적인 활약상은 주인공 민 대리와 장 과장에게 집중되어 있다. 개인정보 담당 홍 대리는 정작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장면조차 없으며, 몸쓰는 일 담당 기태는 머리쓰는 사기극에서 겉돌고 있어 스토리상 불편한 캐릭터가 되버리고 만다.

 임시완과 진구

임시완과 진구 ⓒ NEW


이 영화는 범죄오락영화를 지향하지만 나름의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다. 한심한 원칙과 유도리란 말을 해대며 하루종일 놀면서 정시퇴근만을 외치는 검사와 구청직원을 통해 목표 의식을 찾아보기 힘든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불법대출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강렬하다. 서민에게 불법대출을 강요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냉쳘한 비판이 담겨있었다면 아마도 영화는 범작을 넘어섰을 것이다.

이 영화에 특색이 하나 있다. 바로 중화기법에 빠져있는 범죄자들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중화기법이란 범죄자들이 사회 규범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해석하며 자기합리화를 통해 범죄를 지속적으로 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원라인>에서 사기꾼들은 버젓이 은행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서민들로 하여금 고액의 수수료를 떼어가며 서민을 빚의 구렁텅이에 몰아 넣는다. 그럼에도 자신들은 대출을 못받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며 범죄행각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속 장 과장은 자신을 인간미 있는 사기꾼이라고 여긴다.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중 하나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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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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