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6년째 됐다. 2011년 3월 15일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총 32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소규모 평화 시위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이슬람 종파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며 끝없는 전쟁으로 번졌다. 몇백만의 국민들이 난민과 이재민이 되어 고통받고 있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총탄과 포탄 등 때문에 시리아 축구 대표팀은 2010년 12월을 끝으로 자국에서 홈경기를 개최하지 못했다. 결국 외국 곳곳을 전전하며 경기를 치러야 했고, 한국의 시리아 원정경기 역시 지난 2016년 9월 6일 말레이시아의 세렘반에서 열렸다. 오랜 내전으로 팀의 전력 역시 눈에 띄게 약해졌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는커녕 대표팀을 꾸리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를 앞두고, 수적으로는 적지만 시리아 응원단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자국의 국기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시리아 응원단의 모습을 보면서, 좋지 않은 상황에도 그들의 애국심은 여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국기를 흔들어 보이는 시리아 응원단 시리아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증명해 보이고 싶어 했다.

▲ 자국기를 흔들어 보이는 시리아 응원단 시리아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증명해 보이고 싶어 했다. ⓒ 서원종


"우리는 축구로 이 고통을 이겨낼 겁니다"

시리아 응원단은 시리아 내전 등 내부 정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고통받는 시리아 국민들을 떠올린 것인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이곳에서 만큼은 정치와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축구로 전쟁을 이길 것이며, 월드컵은 그 최종 목적지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시리아 축구 대표팀은 자국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했다. 28일 경기에서도 시리아 대표팀은 몸을 사리지 않는 전술로 한국 진영을 위협했다. 시리아의 공격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후반전에 들어서 한국 골키퍼의 선방과 골대에 막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한국에게 위험한 순간이 꽤 연출됐다. 시리아의 공격에는 애환이 실려 있었다.

원정석의 시리아 응원단 양적으로 얼마 되지 않은 수였지만, 그들의 응원은 자국 팀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원정석의 시리아 응원단 양적으로 얼마 되지 않은 수였지만, 그들의 응원은 자국 팀에게 큰 힘이 되었다. ⓒ 서원종


결과적으로, 시리아는 패했다. 양 팀 선수 모두 몸이 채 풀리지 않은 전반 4분, 홍정호의 벼락같은 골로 한국이 1대 0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경기 내용만 보면 시리아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여러 번 기회를 잡았지만 결정적으로 골 득점력이 부족했고, 가까스로 실점 위기를 넘기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슈틸리케는 여기까지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선수들 사이의 조합 플레이는 아직도 부족해 보였다. 수비에서는 패스 미스가 빈번했고, 공중볼을 제대로 잡지 못해 뒤로 흘리는 모습도 여러 번 연출됐다. 공격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해 시리아에 여러 번 슈팅을 허용했고,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손흥민과 기성용 등이 출전했으나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펄럭이는 시리아 국기 언제쯤 그들은 테러의 위협 없이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

▲ 펄럭이는 시리아 국기 언제쯤 그들은 테러의 위협 없이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 ⓒ 서원종


시리아는 최종 예선에서 '승점 자판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FIFA 랭킹 95위로 최약체에 속하는 시리아는 현재 이란-한국-우즈벡에 이은 조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홈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선전이다. 고통받는 시리아 국민들에게는 크나큰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최종예선 결과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서 순위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무패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란은 월드컵 진출을 기대하고 있고, 한국-우즈벡-시리아가 경합 중인 조 2위는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 국가대표팀이 아직 희망을 잃지 않은 이유다.

1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한 시리아. 사람들이 희망을 찾기 어려운 시대, 축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시리아에 다시금 세계 곳곳에서 관광객이 방문할 날이 오기를 많은 사람들이 기원하고 있다. 아랍의 봄이 시리아에도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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