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7년. 롯데 자이언츠의 조원우 감독과 김민재 수비코치, SK와이번스의 백재호 수비코치, 작년까지 KIA 타이거즈의 캡틴이었던 이범호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이었다. 마운드에는 에이스 류현진(LA다저스)을 비롯해, 정민철, 구대성, 문동환 등 지금은 전설이 된 추억의 이름들이 대거 속해 있었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시즌이었다.

한화는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3연패를 당해 탈락한 후 최근 9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오랜 기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팀이 바로 한화다. 만약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면 LG트윈스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장기간 가을야구 진출 실패 기록(2003~2012년)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실망스런 성적과는 별개로 한화는 언제나 야구팬들에게 화제의 중심이 된다. 작년 시즌에도 한화 이글스파크의 좌석 점유율(71.7%)은 10개 구단 중 1위였다. 조금만 잘하면 '마리한화' 현상이 야구계를 휩쓸고 조금만 부진하면 김성근 감독의 옛날식 지도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제 김성근 감독의 계약 기간도 올해로 마지막이다. 한때 '야신'이라 불리며 SK의 왕조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며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투수] 합계 330만 달러 짜리 빅리그 원투펀치 구축

작년 시즌 한화는 총 4명의 외국인 투수가 거쳐 갔다. 이들이 거둔 승리의 합은 단13승이다. 외국인 선수의 승리를 모두 더해도 리그에서 다승 공동 7위밖에 될 수 없다. 이에 한화는 201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강속구 투수 알렉시 오간도와 빅리그 11년 경력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영입했다. 물론 뚜껑을 열기 전까진 함부로 예측할 수 없지만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역대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한화는 류현진의 미국 진출 이후 제대로 된 토종 에이스를 거느린 적이 없다. 다만 올해는 수술 복귀 후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이태양,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투수 준비를 한 윤규진,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왕년의 에이스' 배영수와 송은범, 2015년 10승을 기록했던 안영명 등이 선발 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양적으로는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해졌지만 지나치게 우완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불펜에서는 역시 정우람이 마무리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좌완 박정진, 김범수, 우완 심수창, 이동걸, 송신영, 이재우, 잠수함 서균, 정재원 등이 한화 특유의 물량공세를 펼친다. 여기에 선발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불펜에서 롱릴리프로 나서며 긴 이닝을 소화해 준다면 한화의 불펜은 더욱 탄탄해 질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한화 불펜의 키를 쥐고 있는 투수는 작년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송창식과 권혁이다. 권혁은 지난 22일 NC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 투입됐지만 공2개만 던지고 허리부상으로 강판되며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송창식의 경우 시범경기에서 2경기에 등판해 3.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빨라 내심 개막 엔트리 진입까지도 노리고 있다.

 2017년 한화 이글스 예상 라인업

2017년 한화 이글스 예상 라인업 ⓒ 양형석


[타선] 한화 타선의 간절한 외침, 부상만 없다면...

부상 바이러스가 한화 타선을 덮쳤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를 비롯해 윌린 로사리오, 김경언, 하주석 등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오히려 건강한 선수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 만약 한화가 부상자 없이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 로사리오, 송광민, 최진행 등으로 이어지는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할 수 있다면 타선의 무게감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작년 시즌 데뷔 후 개인 최다 타점 기록(136개)을 세운 김태균은 최근 2년 동안 무려 240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해결사 본능을 되찾았다. 김태균의 타순이 3번이 될지 4번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용규와 정근우의 상차림을 받으며 로사리오의 '우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김태균은 올해도 많은 타점 기회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

야수 쪽에서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한 만큼 한화는 시즌 초반 대체 선수의 활약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작년의 양성우가 그랬던 것처럼 기회를 잘 살리면 시즌 내내 주전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장타력을 갖춘 유틸리티 내야수 신성현과 베테랑 외야수 장민석이 시범경기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올린 가운데 시범경기서 그림 같은 홈스틸을 선보인 2년 차 이동훈도 대주자 요원으로 쏠쏠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한화 타선의 최대 약점은 역시 포수다. 실제로 작년 시즌 한화에서는 타율 .230을 넘긴 포수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모두 서른을 훌쩍 넘긴 노장(심지어 조인성은 마흔을 넘겼다)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특정 선수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도 애매하다. 역시 그 날의 선발 투수와 상대 투수의 유형에 따라 세 명의 포수를 적절하게 돌려 쓰는 김성근 감독과 신경현 베터리 코치의 슬기로운 운용이 필요하다.

[키플레이어] 한화 마운드의 '동안 노예' 박정진

마일영이나 고동진, 이희근 같은 후배들은 이미 코치를 하고 있다. 10개 구단 전체를 뒤져 봐도 그보다 나이가 많은 현역 투수는 최영필(KIA 타이거즈)이 유일하다. 한국 나이로 42세. 당연히 은퇴를 생각하며 팀에서 특별 관리를 받아야 할 노장임에도 그는 작년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77경기). 한화 마운드의 좌완 마당쇠 박정진 이야기다.

한국 나이로 35세가 된 2010년에야 뒤늦은 전성기가 찾아온 박정진은  부상으로 고전한 2013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는 2년 연속 70경기 이상 등판하며 권혁, 송창식과 함께 한화 마운드의 '노예 3대장'으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 게다가 박정진은 점수 차에 상관없이 등판하는 경우가 많아 승리나 홀드 등 기록에서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에도 변함없이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박정진은 일찌감치 '노예 해방의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접은 모양이다. 박정진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등판해 5.2이닝을 던졌는데 피안타 2개, 볼넷 2개만을 기록하며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피안타율은 고작 1할이었다.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 아직도 이런 공을 던진다는 것은 김성근 감독에게 자신을 계속 노예처럼 부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박정진은 올 시즌을 무사히 보내면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박정진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올해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FA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박정진이 꿈꾸는 현실적인 목표는 아무것도 모르던 2001년 준플레이오프 이후 16년 만에 가을야구 마운드에 등판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실 만년 꼴찌팀의 노예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기에 박정진은 너무 좋은 투수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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