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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솔 코를 간지르는 천은사 매화향, 봄을 깨웁니다.
 솔솔 코를 간지르는 천은사 매화향, 봄을 깨웁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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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 순간, 지금이 행복이다."

마음자리. 떠나고픈 욕망이 샘솟더이다. 어이할꼬? 반응이 즉각 나타나더이다. 기다렸다는 듯 온몸이 근질근질. 원인은 막바지 작업 중인 <선문답여행> 책 탈고를 위해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었던 탓이더이다. 지인과 번개 여행을 기획했다.

앞만 보고 뛰느라 애쓴 마음 천천히 숨 쉬며 걸어보게 '천은사'

 지리산 천은사, 지금껏 어찌 진면목을 몰랐을까?
 지리산 천은사, 지금껏 어찌 진면목을 몰랐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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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지리산 천은사(泉隱寺). 왜, 하필 천은사에 꽂혔을꼬? 지리산 화엄사, 성삼재, 노고단, 우번암 등을 수시로 다니면서 천은사와 시절인연이 한 번도 닫지 않은 까닭입니다. 주지 스님 뵙고 차 한 잔 마시길 벼르고 별렀으나 번번이 꼬였습니다. 다른 일정에 천은사를 꾸역꾸역 구겨 넣은 무성의 때문이지 싶습니다. 지리산 천은사는 자기에게 온전히 시간 내길 종용한 거였습니다. 인간을 향한 절집의 시샘이라니...

서둘러 지리산 천은사로 떠납니다. 주지 성문 스님과 인연 쌓은 지인을 앞세웁니다. 일주문 오른쪽 언덕 위에 자리한 부도전을 둘러봅니다. 조촐하고 소박한 느낌입니다. 일주문. 편액이 눈에 띕니다. 특이하게 세로로 쓰였습니다. 성문 스님에 따르면 "조선시대 3대 명필로 꼽히는 원교 이광사 선생께서 화기를 막기 위해 '물흐름체(수체)'로, 세로로 쓰셨다"고 합니다.

 구례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입니다.
 구례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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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인 지리산 천은사(신라 흥덕왕 3년, 828년)는 인도의 덕운 스님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명산을 살피던 중 지리산에 들어와 창건했다고 알려졌다.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 3대 사찰이다. 고려 충렬왕 때 남방 제일 선찰로 지정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성한 불교성지이다."

천은사 안내판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일주문을 지나니 금강송 숲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천은사 외곽을 한 바퀴 돌아오는 약 30분 거리의 산책길입니다. 발이 숨 쉴 수 있게 맨발로 걸어도 좋습니다. 이어 무지개다리인 피안교 위에 2층 누각 수홍루가 있습니다. 계곡과 저수지의 경계를 이루는 수홍루의 멋은 계곡 쪽에서 봐야 빛납니다. 홍교 형식의 반원인 피안교가 물에 닿으니 비로소 하나의 동그라미가 됩니다. 이 자체가 운치입니다. 이를 두고 이름일까. 천은사가 말합니다.

"앞만 보고 뛰느라 애쓴 마음
천천히 숨 쉬며 걸어보게
비울 것도 채울 것도 없으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걷고 또 걸으며 다만 쉴 뿐이다"

 천은사, 수홍루 아래 피안교가 원을 이뤄 멋을 자아냅니다.
 천은사, 수홍루 아래 피안교가 원을 이뤄 멋을 자아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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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기에 빗자루를 뒀을까?

천왕문을 지나자 본격적으로 절집 누각이 펼쳐집니다. 가장 먼저 2층 누각 보제루가 보입니다. 그 앞에 피어난 홍매화. 인간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듯, 작은 나무에서 피워낸 홍매화가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가녀린 향이 코를 간질거립니다. 가는 길, 나그네의 눈을 사로잡는 한가한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보제루를 기대고 비스듬히 서 있는 빗자루 하나.

'누가 여기에 빗자루를 뒀을까?'

이런 상념은 사치이자 번뇌. 무심코 둔 빗자루에서 소 울음소리 들리는 듯합니다. 그냥 어찌나 반갑던지. 빙그레 웃음 한 줌 실실 쪼갭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 청합니다. 빗자루 손도 꿈쩍 않습니다. 공덕이 부족함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행여 들킬세라 실실 쪼갠 웃음, 가만히 갈무리합니다. 이렇게 천은사와 하나 됩니다.

 천은사 홈매화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천은사 홈매화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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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여기에 빗자루를 뒀을까? 천은사와 하나 됩니다.
 누가 여기에 빗자루를 뒀을까? 천은사와 하나 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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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은사 부처님들 매화꽃을 뒷배경으로 섰습니다. 부처님들 모습에 매화도 빛을 바랩니다.
 지리산 천은사 부처님들 매화꽃을 뒷배경으로 섰습니다. 부처님들 모습에 매화도 빛을 바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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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 대웅전을 대신하며, 중생의 극락왕생을 인도하는 아미타부처님을 모신 중심전각입니다. 극락보전은 자체가 용의 몸통이면서 배이며, 마당은 연못이고, 법당 자리는 연꽃인 '반야용선(般若龍船)'입니다. 하여, 극락보전 우측 기둥 위에는 수달이, 좌측 기둥 위에는 하마가 삽니다. 극락보전 왼쪽으로 청매 활짝입니다. 반야용선에 올라 매화 향 맡으라는 배려입니다. 해학 앞에 절로 웃음 짓습니다.

단청. 적당히 퇴색해 화려하지 않으나 단아한 멋을 뿜어냅니다. 스스로 천년고찰의 위용을 드러내는 내공이 됩니다. 법당에선 한창 법회 중입니다. 극락보전에선 천은사 신도들의 법회가, 보제루에선 삼사순례 중인 나그네들의 법회가 진행 중입니다. 법회 소리가 마당에서 부딪치니 부처님께서 몸소 왕림하는 듯합니다. 합장으로 대신합니다.

 구례 지리산 천은사 극락보전 현판은 조선시대 3대 명필로 꼽히는 원교 이광사 선생의 글씨입니다.
 구례 지리산 천은사 극락보전 현판은 조선시대 3대 명필로 꼽히는 원교 이광사 선생의 글씨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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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을 기웃거립니다. 법회 중, 한 사람에게 꽂힙니다. 흰 수염을 기른 노스님입니다. 노스님과 차 마시며 한담 나누고 싶은 마음 굴뚝입니다.

"법회 끝나면 주지 스님과 차 한 잔 할 수 있을까요?"
"글쎄. 조금 있으면 끝난다니 뵙고 청해 봐야지."

 천은사 극락보전에서 법회 중인 흰 수염의 스님,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천은사 극락보전에서 법회 중인 흰 수염의 스님,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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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이렇게 멋스러운 절집을 몰랐을까?

진영당, 응진당, 팔상전 옆에 선 관음전. 대자대비 중생 구제의 원력으로 대중들과 친근합니다. 관음전에는 주 보살이신 관세음보살과 함께 협시보살로 남순동자와 해상용왕을 모십니다. 그 뒤에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도나 수월관음도 혹은 아미타 후불탱화를 봉안합니다. 관음전 너머 보이는 소나무 한 그루. 예술입니다. 천은사 한 바퀴 돈 소감.

"어찌하여 이렇게 멋스러운 절집을 몰랐을까? 꼭 횡재한 그런 기분이다."

 지리산 천은사 관음전입니다.
 지리산 천은사 관음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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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뱉은 말이 반가웠을까. 지인들 배시시 웃습니다. 하루 밥값 했다는 거죠. 함께한 보람 있다는 거죠. 성문 스님, "천 가지 보물을 품고 있는 천은사. 천 가지 근심이 소멸되는 천은사, 천 가지 은혜에 감사하는 천은사"라더니, 이렇게 또 감사를 배웁니다. 법회를 마치신 성문 스님을 따라 명월료에 듭니다.

"스님 법문 한 말씀 하십시오."
"잘 먹고 잘 살자."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 뒤를 보십시오. 도정 박정명 선생께서 써 준 글입니다. '장락(長樂)'이라고. 즐거움이 많으면 됩니다."

지리산 천은사 부처님께서 차를 마십니다!

 성문 스님 차가 연해요? 기다리세요. 차향이 솔솔 일어납니다. 깨우침...
 성문 스님 차가 연해요? 기다리세요. 차향이 솔솔 일어납니다. 깨우침...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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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은사 주지 성문 스님께서 갖고 계시는 도정 박정명 선생의 글 '장락'입니다.
 천은사 주지 성문 스님께서 갖고 계시는 도정 박정명 선생의 글 '장락'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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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천은사 부처님께서 차를 마십니다!
 지리산 천은사 부처님께서 차를 마십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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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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