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아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 경기에서 우리은행 임영희가 수비를 따돌리고 슛하고 있다.

지난 16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아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 경기에서 우리은행 임영희가 수비를 따돌리고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우리은행은 강하고 노련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지난 16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를 72-64로 제압했다. 우리은행은 2쿼터 초반까지 삼성생명과 동점과 역전을 주고 받으며 대등한 승부를 펼쳤지만 2쿼터 2분 경 23-21로 앞서간 이후 한 번도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가져갔다.

MVP 박혜진은 40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17득점7리바운드9어시스트로 맹활약했고 외국인 선수 존쿠엘 존스는 리바운드를 무려 21개나 걷어내며 골밑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하지만 박혜진과 존스의 활약은 이미 위성우 감독의 계산에 들어간 것이었다. 1차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삼성생명의 추격을 뿌리친 선수는 바로 우리은행의 최고령 선수 임영희였다.

위성우 감독 만난 후 활짝 열린 임영희의 전성기

마산여고 시절 신정자(은퇴)와 함께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던 임영희는 1999년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신세계에 입단했다. 고교 무대에서는 나름 이름을 날리던 임영희였지만 신세계에는 양선애, 이언주, 장선형 같은 스타들이 즐비했고 프로 무대에서 임영희가 경기에 나설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임영희는 2003년 겨울리그에서 장선형의 부진을 틈타 주전으로 출전하며 평균33분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평균득점은 5.9점에 불과했다. 신세계 입단 후 10년 동안 16번의 시즌을 소화한 임영희는 한 마디로 그저 그런 후보 선수에 불과했다. 특히 2006년 겨울리그부터 2008-2009 시즌까지는 5시즌 연속 5점 미만의 득점에 그치며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2008-2009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임영희는 10년 동안 뛰었던 신세계를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지금이야 우리은행이 상대를 찾기 힘든 독보적인 강 팀이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은행은 리그 꼴찌를 밥 먹듯이 하는 약체였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원하는 중견 선수 임영희가 뛰기에는 딱 적당한 팀이었던 셈이다.

임영희는 우리은행 이적 후 3년 동안 3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보장 받으며 평균 10점을 넘나드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그래도 그저 그런 후보 선수에서 준수한 주전급 선수가 됐을 뿐 리그에서 돋보이는 선수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임영희의 농구 인생을 바꾼 인물이 바로 2012년 우리은행에 새로 부임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였다. 두 코칭 스태프는 임영희가 지금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하고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그 결과, 임영희는 2012-2013 시즌 15.37득점 5.17리바운드 3.31의 성적으로 프로 입단 14년 만에 정규리그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2012-2013 시즌과 2013-2014 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 결정전 MVP를 차지하며 서른이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조금만 과장을 보태면 우리은행의 황금기 역시 '노망주' 임영희의 각성과 함께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체력 떨어졌어도 여전히 슛은 발군, 우리은행 키플레이어

사실 2013-2014 시즌을 기점으로 우리은행의 중심은 임영희에서 박혜진으로 넘어가 있었다. 하지만 임영희는 팀의 맏언니로서 언제나 한결 같은 활약을 펼치며 우리은행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리그 MVP 자리는 박혜진이나 양지희 같은 동생들에게 물려줬지만 우리은행 내에서 임영희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등 또래 선수들이 대거 은퇴를 선언하면서 외로워진 탓일까. 언제나 코트를 20대처럼 뛰어 다니던 임영희도 이번 시즌 부쩍 움직임이 느려졌다. 특히 우리은행 이적 후 처음으로 평균 출전 시간이 3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28분45초). 코트에 서는 시간이 줄어드니 개인 기록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결국 위성우 감독도 시즌 중반 이후 김단비, 최은실, 홍보람 등 식스맨들의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임영희의 체력을 관리해줬다(그 와중에 최은실이 리그 최고의 식스맨으로 성장했으니 그 역시 우리은행답다). 노련한 임영희는 큰 경기에서 반드시 제 몫을 해줄 기회가 올 것이라 믿은 것이다. 그리고 임영희는 챔피언 결정 1차전부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38세의 노장 임영희는 이제 더 이상 골밑에서 젊은 선수들과 리바운드 경쟁을 할 체력이 없다. 대신 흔들림 없는 안정된 슈팅력만큼은 여전히 팀 내에서도 발군이다. 임영희는 16일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26분42초를 소화하며 17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리바운드는 1개도 없었지만 득점은 박혜진과 함께 팀 내 최다였다. 다른 부분을 포기하고 열심히 빈 곳을 찾아다니며 오직 슛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우리은행의 골밑은 존스와 양지희가 지키면 된다. 경기 조율과 패싱게임은 박혜진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믿음직한 벤치 멤버 최은실과 김단비가 언제든 코트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내외곽을 넘나드는 과감한 슛과 후배들을 다독이는 노련한 리더십은 오로지 임영희밖에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은 시리즈에서도 변함없이 임영희가 우리은행의 키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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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챔피언 결정전 우리은행 위비 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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