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 최고의 선수로 뽑힌 카스퍼 슈마이켈

이 경기 최고의 선수로 뽑힌 카스퍼 슈마이켈 ⓒ 유럽축구연맹


그들이 만든 꿈 같은 동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비록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영광 바로 뒤에 2부리그로 미끄러질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부진한 시즌이지만 축구 선수들 누구나 꿈꾸는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당당히 8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스터 시티(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15일 오전 4시 45분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세비야 FC(스페인)와의 홈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올랐다.

GK 카스퍼 슈마이켈, 아버지 앞에서 팀을 구하다

경기 시작 후 4분도 안 되어 홈 팀 레스터 시티가 실점 위기에 몰렸다. 세비야의 공격형 미드필더 사미르 나스리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대각선 슛을 위력적으로 날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은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왼쪽으로 중심을 이동하며 팔을 내뻗어 슈퍼 세이브로 팀을 구한 것이다.

레스터 시티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먼저 골을 내줬다면 1차전 어웨이 경기 1-2 패배의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부전자전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 덕분이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카스퍼 슈마이켈의 아버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전설적인 골키퍼 페테르 슈마이켈이다. 1998-1999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놀라운 트레블(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 잉글리시 FA컵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역사를 쓰기까지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 주역이었다.

대를 이어 축구 선수로 성장한 인물들이 꽤 많은 편이지만 아버지만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단 카스퍼 슈마이켈은 아버지가 이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그리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나와서 16강을 넘어 8강까지 올라갔으니 이것만으로도 보기 드문 역사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카스퍼 슈마이켈과 레스터 시티 선수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토록 소중한 역사다.

27분에 팀 주장 웨스 모건의 프리킥 세트 피스 선취골, 54분에 올브라이트의 침착한 왼발 추가골로 2-0으로 달아났으니 레스터 시티 선수들이 만든 '두 번째 동화-챔피언스리그편'이 절정에 오른 셈이다.

카스퍼 슈마이켈 2경기 연속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 '두 번째 동화-챔피언스리그편'

후반전 중반 주심이 바빠졌다. 양 팀 핵심 선수가 지나친 신경전을 펼치다가 이마로 상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터졌다. 세비야 FC의 공격형 미드필더 사미르 나스리가 레스터 시티 골잡이 제이미 바디를 쓰러뜨렸다. 이에 주심은 두 선수 모두에게 노란딱지를 내밀었는데 마침 나스리는 전반전 18분에 이미 받은 것이 있어서 이참에 퇴장당하고 말았다. 한 골이라도 따라붙으면 연장전 희망이 생기는 세비야 FC이기에 후회에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비록 세비야 FC가 궁지에 몰렸지만 마지막 1골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78분에 비톨로가 빼어난 공간 침투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이 절호의 기회를 성공시킨다면 연장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비톨로를 거친 태를로 넘어뜨린 선수는 레스터 시티 골키퍼 카스퍼 슈마이켈이었다. 페널티킥이 공격수 곧 키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레스터 시티가 오히려 벼랑 끝에 몰린 셈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줬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감도 더 크게 느껴야 했다.

하지만 카스퍼 슈마이켈의 놀라운 순발력은 3만1520명 홈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세비야 골잡이 은존지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 방향을 정확히 읽고 왼쪽으로 몸을 날려 공을 쳐낸 것이다. 지난 달 23일 스페인 어웨이 경기(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도 14분, 호아킨 코레아가 찬 페널티킥을 오른쪽으로 몸 날려 잡아냈기 때문에 2경기 연속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남겼다.

이 순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스퍼의 아버지 페테르 슈마이켈은 벌떡 일어나 옆에 있던 사람과 감격의 하이 파이브를 나눴다. 아버지로서 아들의 슈퍼 세이브가 너무나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세비야의 추격을 뿌리친 레스터 시티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별들의 무대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레스터 시티의 동화-프리미어리그편에 이어 '챔피언스리그편'이 완성되고 있다는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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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15일 오전 4시 45분, 킹 파워 스타디움)

★ 레스터 시티 2-0 세비야 FC[득점 : 웨스 모건(27분,도움-리야드 마레즈), 마르크 올브라이튼(54분)]
- 두 경기 합산 점수 3-2로 레스터 시티 8강 진출!

★ 유벤투스 1-0 FC 포르투
- 두 경기 합산 점수 3-0으로 유벤투스 8강 진출!

◇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팀
레스터 시티(이상 잉글랜드)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CF(이상 스페인)
도르트문트, FC 바이에른 뮌헨(이상 독일)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 16강 남은 일정(3월 16일 오전 4시 45분, 왼쪽이 홈 팀)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레버쿠젠
☆ AS 모나코 - 맨체스터 시티 FC
축구 챔피언스리그 레스터 시티 세비야 FC 카스퍼 슈마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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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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