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고양 오리온 프로농구단의 경기. 오리온 문태풍(4번)이 LG 조성민(24번)을 피해 공드리블하고 있다.

지난 2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고양 오리온 프로농구단의 경기. 오리온 문태풍(4번)이 LG 조성민(24번)을 피해 공드리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31일 창원 LG와 부산 KT는 KBL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는 주장 김영환과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KT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조성민,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과 맞바꿨다.

LG가 훨씬 이득인 것으로 보였다. 조성민이 누구인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와 잦은 부상으로 인해 아쉬움을 남기고는 있지만, 그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3점 슈터다.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 NBA 출신 제임스 메이스에 폭발력 있는 슈터 마리오 리틀과 군에서 제대한 포인트가드 김시래까지, 선수 면면으로 보면 우승권 팀인 LG에 조성민이 합류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LG는 팬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뒤바꾸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을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한 이후 5연패에 빠졌다. 6강 플레이오프를 위해서 과감하게 시행한 트레이드의 효과는 보기 힘들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할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왕좌왕하는 수비 조직력과 힘 빠지는 실책의 반복, 선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공격 등 도무지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지난 2일 오후 7시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비는 여전히 헐거웠고, 공격은 팀플레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날 LG는 오리온의 '에이스' 애런 헤인즈의 1쿼터 초반 연이은 실책(4개)에도 불구하고, 리드를 잡지 못했다. 리틀의 무리한 공격은 장재석의 블록슛 능력을 돋보이게 했고, 박인태의 정적인 움직임은 김시래의 실책을 불러왔다. 수비에서도 장재석과 이승현의 움직임을 전혀 막아내지 못하면서, 상대에 너무나도 쉬운 득점을 내줬다.

LG는 부상으로 25일 동안 코트를 떠나있었던 김종규를 급하게 투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LG와 달리 활발히 코트를 누비는 오리온의 공격에 너무나도 무기력했고, 리틀과 메이스의 개인 능력이 아니면 득점을 만들기도 버거웠다. 조성민의 3점슛은 림을 외면했고, 김시래의 패스도 통하지 않았다.

LG가 3쿼터 한때 20점 차까지 벌어졌던 점수를 6점까지 좁혔지만,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볼의 흐름이 원활했던 오리온과 달리 LG는 볼이 돌지 않았고, 정적인 움직임에서 나오는 무리한 패스는 상대에 공격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불러왔다. 4쿼터 막판 장재석의 U파울로 마지막 기회를 잡아냈지만, 이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김종규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은 림을 외면했고, 메이스의 슛은 림에 닿지도 않았다. 전면 강압 수비를 통해 속공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이렇게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점수는 다시 10점 차로 벌어졌고, 결국 경기는 오리온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헐거운 수비, 따로 노는 공격

LG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LG는 6강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전자랜드와 3경기 차이다. 이제 9경기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LG의 목표 달성은 힘겨워 보인다. 그렇더라도 KBL 최고의 인기 구단인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수비 집중력이 살아나야 한다. 최근 5경기에서 LG의 평균 실점이 84.6점에 달한다. 올 시즌 득점 1위인 삼성이 평균 84.8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LG의 최근 5경기 평균 실점은 너무 많다. LG는 골밑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전혀 막지 못하다 보니 손쉬운 득점을 내주게 되고, 골밑이 혼란스럽다 보니 외곽슛 기회까지 허용한다. 김종규가 부상에서 복귀했고, 박인태 역시 블록슛 능력이 있는 만큼, 골밑 수비의 재정비가 절실하다.

군에서 돌아온 김시래가 중심인 앞선은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날 경기에서 LG는 오리온보다 실책 수가 적었다. LG가 14개의 실책을 기록한 반면, 오리온은 17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런데 LG는 앞선에서 상대 실책을 유도하는 좋은 수비 이후, 속공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지 못했고, 상대의 기세를 살려주면서,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아오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LG의 최근 5경기 공격 상황을 보면, 김시래가 골밑에 있는 메이스에게 볼을 투입해 일대일을 시키거나, 리틀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모습이 많다. 메이스와 김종규의 하이로우 게임, 이들의 높이를 활용한 외곽슛 기회 창출, 김시래의 스피드를 활용한 손쉬운 골밑 득점 등 팀으로서 만들어나가는 공격이 필요하다.

선수 면면으로 보면, 우승 후보임이 틀림없는 LG의 부진은 아쉬운 점이 많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과 길어지는 연패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상대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자신들의 능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올 시즌만 농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을 받은 김종규와 군에서 제대한 김시래, 최고의 슈터 조성민까지, LG의 미래는 밝아도 너무 밝다. 이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에 상관없이 희망이 넘치는 LG의 농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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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VS 고양 오리온 KBL 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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