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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교도 100여 명은 1일 오후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 안에서 구도의 길을 걷고 기도를 올렸다.
 원불교 교도 100여 명은 1일 오후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 롯데골프장 안에서 구도의 길을 걷고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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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대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때는 설렘이 있습니다. 정산 종사님도 그런 설렘과 궁금증을 가지고 이 구도의 길을 걸어가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길은 구도의 길입니다. 내가 스스로 정산 종사가 되어 걸어보면 좋겠습니다."

원불교 교도 100여 명은 1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에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정산 종사가 걸었던 구도의 길을 걸었다. 국방부가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롯데와 계약을 체결한 후 군인들을 동원해 골프장 입구부터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산 종사는 소태산 대종사의 뒤를 이어 원불교 종법사를 역임한 분으로 소성리가 고향이다. 원불교는 소성리를 3대 성지 중 하나로 정하고 있으며 매년 교도들이 정산 종사가 걸었던 길을 찾아 구도를 하는 성지순례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버스를 타고 약 10분 정도 달려 롯데골프장 주차장에 내린 교도들을 기다린 것은 군인들과 울타리를 치기 위해 운반해놓은 철자재 뿐이었다.

원불교 교도들이 1일 오후 사드 배치가 예정된 성주 롯데골프장을 지나 구도의 길을 걷고 있다.
 원불교 교도들이 1일 오후 사드 배치가 예정된 성주 롯데골프장을 지나 구도의 길을 걷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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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가 예정된 성주 롯데골프장 구도의 길을 찾은 원불교 고도 한 명이 평화의 띠를 나뭇가지에 묶고 있다.
 사드 배치가 예정된 성주 롯데골프장 구도의 길을 찾은 원불교 고도 한 명이 평화의 띠를 나뭇가지에 묶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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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 교무는 "경상도를 하도로 부른다"며 "(정산 종사께서) 하도에는 의문을 풀어줄 사람이 없어서 상도(전라도)에 갔다"며 "아버지가 해주신 새벽밥을 먹고 이쪽으로 해서 김천역까지 가 기차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교무와 교도들은 골프장 사잇길을 따라 500m정도 올라간 뒤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기도를 드렸다. 일부 교도들은 나뭇가지에 '사은이시여! 힘을 주소서'라고 쓰인 천을 매달기도 했다.

김선명 교무가 "오늘의 기도 주제는 상생과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교도들은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 김 교무는 "우리들의 외침에 정부는 국가안보를 빌미로 거짓과 위선과 편법으로 롯데와 사드 배치 부지 계약을 강행했다"며 "온 국민을 전쟁과 경제위기로 내몰고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동아시아의 평화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무는 이어 "우리들이 한여름부터 외쳐온 촛불의 염원은 전쟁의 위기로부터 이 땅을 구하고자 하는 평화였다"며 "하지만 우리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사드의 망령은 한반도를 뒤엎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 군인들이 이미 들어와 있다.
 사드 배치가 예정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 군인들이 이미 들어와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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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우리는 죽기로서 취하고 죽기로서 버리라고 했던 대종사님의 말씀을 받들어 어떠한 난관도 흔들림없이 이 길을 올곧게 나가고자 한다"며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가 오는 그날까지, 국민이 주인되는 그날까지 힘을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한 교도는 "우리가 사드를 반대하는 것이 마치 국가안보에 반대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행위에 결코 동의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며 "평화의 성자가 나신 바로 뒷산에 전쟁무기가 가당하기나 하겠나? 그럼에도 국가안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심 교무는 "우리는 이 구도의 길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사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불교 교도들은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뒤 골프장을 걸어서 내려왔다.

김천주민과 성주군민 300여 명은 1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드 반대를 외쳤다.
 김천주민과 성주군민 300여 명은 1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드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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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롯데골프장이 있는 삼거리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사드 가고 평화 오라'고 외쳤다.

성주와 김천 주민 등 300여 명은 '사드 배치 절대 반대'라고 쓴 손피켓 등을 들고 정부와 국방부를 비난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희주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사드참외, 사드자두, 사드포도를 누가 사 먹겠느냐"며 "개도 자기 집 지키고 꼬리 흔드는데 개보다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사드가 처음 이 땅에 온다고 했을 때 우리는 평생 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며 "그러나 지금은 우리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지키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드를 반대하는 것은 우리 생명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며 "그 길을 가는 동안 눈물도 흘리고 힘든 일도 겪고 있지만 김천시민과 성주군민이 함께 한다면 반드시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주와 김천 주민 300여 명은 1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롯데골프장 인근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사드 반대를 외쳤다.
 성주와 김천 주민 300여 명은 1일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롯데골프장 인근까지 거리행진을 벌이며 사드 반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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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민은 "요즘 태극기집회 보면서 너무나 어이가 없고 태극기에 대한 애정도 없어졌다"며 "오늘 태극기 달아야 하는데 정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조기를 달까 생각했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집회를 마치고 골프장 입구까지 거리행진을 마친 주민들은 함께 떡국을 나눠먹은 뒤 헤어졌다. 이들은 이날 오후에 성주군청과 김천역 앞,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계속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태그:#사드, #롯데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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