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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직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예비 고3 학부모 대상 진학지도 설명회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2018학년도 대학입시의 주요 내용, 진학지도 연간 스케줄, 대입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법 등을 소개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직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예비 고3 학부모 대상 진학지도 설명회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2018학년도 대학입시의 주요 내용, 진학지도 연간 스케줄, 대입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법 등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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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마지막 날,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마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3월부터는 새 학년이 시작되고, 이전 학년의 기록은 더 이상 손댈 수 없다. 방학의 끝자락이지만, 학생부 앞에서 애면글면하는 아이들과 교사들로 학교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겨울 추위쯤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학생부 잘 써줘야 좋은 교사?

마감을 코앞에 둔 언론사의 편집부가 이런 모습일까. 교실과 교무실, 컴퓨터실을 오가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고, 덩달아 자판 앞 교사들의 마음도 바빠진다. 학생부 기록 하나하나에 아이들의 인생이 달려있다는 듯 교무실엔 사뭇 비장한 분위기마저 흐른다.

아이들의 손에는 그들의 학교활동과 소감을 깨알같이 적은 종이가 한 장씩 들려있다. 대개 자신의 이야기를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풀어 쓴 것이라, 읽어가다 보면 이래도 되나 싶어 쓴웃음을 짓게 된다. 수업 중 질문은커녕 꾸벅꾸벅 졸기만 하던 아이가 제 스스로 태도가 바르고 적극적이라며 구체적인 사례를 적어 건네기도 했다.

아이들도 교사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그래선지 직접 찾아와 건네지 않고 메일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학교 활동 내용을 손수 적어와 자신의 학생부를 풍성하게 해달라고 통사정하는 아이들이나, 좋든 싫든 받아서 뭐라도 적어줘야 하는 교사들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소설책'이 된 학생부가 몰고 온 학교의 전에 없던 풍경이다.

어처구니없는 글이라고 해도 교사로서 무질러 버리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아이가 미워도 면박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교사가 요구한 대로 써줄 수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더니 그 후로 그 아이는 교사를 소 닭 보듯 하며 아예 인사도 건네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바야흐로 학생부의 '품질'로 아이들이 교사를 평가하는 시대다. 이젠 학생부를 솔직하게 적는 교사는 아이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엄혹한 환경이 된 것이다. 학교 내에서 유일한 영구보존장부라는 학생부는 순식간에 신뢰와 권위를 상실했다. 이러다 학교현장에 편법과 거짓이 난무하는 가운데 교사와 학생이 서로 불신하고 반목하는 아수라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학종이 보여준 우리 교육 현실

 지난 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열린 예비 고3 학부모 대상 진학지도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관련자료를 펼치고 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2018학년도 대학입시의 주요 내용, 진학지도 연간 스케줄, 대입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법 등을 소개했다.
 지난 1월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연수원 우면관에서 열린 예비 고3 학부모 대상 진학지도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관련자료를 펼치고 있다. 이날 강사로 나선 교사와 입학사정관은 2018학년도 대학입시의 주요 내용, 진학지도 연간 스케줄, 대입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준비법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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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수업 중에 너희들 각자의 특기와 적성 등을 파악해내지 못해 정말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너희가 쓴 걸 마치 교사인 내가 느낀 것인 양 그대로 옮겨 적을 순 없다. 그건 교육적으로 온당치 못할 뿐더러, 교사로서 자존감을 스스로 해치는 일이다. 너흰 대학 진학과 동시에 이곳을 벗어나지만, 나는 교육자적 소명을 가지고 너희 후배들을 계속 만나야한다."

부탁하는 아이들을 잡고 되레 교사로서 괴로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아이들은 십분 공감하면서도 이구동성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거다. 당장 성적이 비슷한 친구의 학생부가 자기의 것보다 매수가 많은 것부터 그렇다는 거다. 짝꿍도, 옆 반 아이들도, 인근 학교에서도 다들 그렇게 하는데, 양심이 찔린다며 손사래 치다간 혼자만 바보가 될 것 같다고도 했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고 정신을 황폐화 시킨다는데, 교육이 되레 아이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천문학적 사교육 시장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끊임없이 불안감을 심어주며 덩치를 키워왔다지만, 이젠 공교육도 오십보백보다.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부 컨설팅이 사교육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마당에, 학교는 더 이상 사교육을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처지다.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리라 철석같이 믿었던 '귤'이 어쩌다 불과 몇 해만에 '탱자'가 돼버렸을까. 고등학교 교육의 성취를 오로지 명문대 진학실적으로 갈무리하는 현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아무리 과정 중심의 교육을 외쳐봐야 이른 시일 내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는 건 교육에서도 불문율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오지랖 넓게 이런 고민도 한다. 인구절벽이 운위되는 현실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선택에 따라 학교의 존폐 여부가 결정되는 시대가 곧 온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선택 기준은 명문대 진학실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다. 적어도 학교가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진학실적이 좋지 않으면 지역 내에서 '슬럼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덧붙이기도 한다.

애초 입시를 통해 공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입시를 바꾸면 학교가 그 취지대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이었다. 아이들은 시험을 치러야 공부를 하게 된다는 인식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설책'이 된 학생부처럼 다양한 편법만 양산했고, 조변석개의 입시제도에 대한 면역력만 키워준 결과를 낳고 있다.
입시라는 '꼬리'가 공교육이라는 '몸통'을 흔드는 격이었다. 학생부 종합전형이 교실수업과 학교생활 전반을 바꿔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섣불렀다. 그게 가능할 거였다면, 교육과정이 입시에 철저히 종속된 현실에서 공교육이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입시제도가 어디 한두 번인가.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금언이다. 끊임없이 피동적인 존재로 몰아가는 현실에 맞서 교육자적 양심과 소명을 일깨우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입시에 주눅 들어 편법을 방치하고 불법에 눈 감는 교사는 더 이상 교사가 아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요컨대, 온존한 학벌구조와 학생부의 위력 앞에 '대서소 직원'으로 전락한 교사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백약이 무효다. 이젠 그 껍질을 깨고 나올 때도 됐다. 교육을 흔히 '줄탁동시'로 정의하지만, 정작 그것이 필요한 이들은 아이들이라기보다 이 땅의 교사들이다. 입만 열면 인성과 창의를 운운하면서, 여전히 관행에 찌들어 복지부동한다면 아이들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수십 년이 지나 아이들이 커서 자신의 학생부 내용을 들여다 볼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아이들은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학교생활을 잠시 추억할지언정 학생부를 그다지 의미 있는 기록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 방학 중에도 학생부를 꾸미느라 온 학교가 호들갑스러웠던 과거를 한껏 조롱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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