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스케이팅은 한국 피겨에서 가장 불모지로 꼽히는 종목이었다. 남녀가 짝을 이뤄 경기를 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남자 선수들이 많지 않기에 팀을 결성하는 것 자체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창을 앞두고 남매 선수가 무서울 정도로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김수연-김형태 조다.
 
김수연-김형태 조는 지난 25일 오후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페어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총점 149.40점(쇼트프로그램 49.28점, 프리스케이팅 100.12점)을 기록해 4위에 올랐다. 1~3위를 차지한 중국과 북한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는 상당했지만, 김남매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이번 시즌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수연-김형태 페어스케이팅 조의 연기 모습

김수연-김형태 페어스케이팅 조의 연기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빠른 기술 습득력으로 점수 급상승

김수연-김형태 조의 최고의 장점은 무엇보다 기술 습득력에 있다. 이 선수들이 구사하는 기술은 아직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빠르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기술들을 익혀나가고 그것을 실전에서 실수 없이 소화하면서 점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두 선수가 구사하는 기술은 2회전의 트위스트 리프트, 쓰로우 트리플러츠 점프를 비롯해 단독 점프로는 트리플살코 점프 등을 구사하고 있다. 기술의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은 기술에서의 실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 결과 지난주 강릉에서 평창 테스트이벤트로 열렸던 4대륙선수권에선 한국의 세 팀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당시 김수연-김형태 조가 기록했던 프리스케이팅 점수는 90.80점인데, 불과 1주일 만에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선 무려 10점을 올렸다, 쇼트프로그램 역시 4대륙선수권 때 세운 개인 최고기록인 49.88점에 불과 0.6점 차이였다. 이 결과 김수연-김형태 조는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올 시즌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었다.
 
4대륙 선수권에 비해서도 두 선수는 점프에서의 실수가 확연히 줄었다. 4대륙 선수권 당시엔 더블악셀 콤비네이션 점프 등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아시안게임에선 이를 모두 성공시켰다.
 
국제대회 메달, 평창 자력출전에 도전

두 선수는 올 시즌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값진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첫 대회였던 주니어 그랑프리의 두 개 대회에 참가했다. 이후 온드레이 네팔라 트로피 대회로 첫 B급 대회에 나선 뒤 멘토컵 대회에선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두 선수는 쓰로우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그 외의 기술은 모두 무난하게 수행했다. 더욱이 이 대회는 국제빙상연맹(ISU)의 랭킹 포인트까지 획득할 수 있는 국제대회 자격을 충족하면서, 두 선수는 메달뿐만이 아니라 포인트까지 획득하는 겹경사를 이뤘다. 그리고 종합선수권에선 지민지-레프테리스 조에 밀려 2위를 기록했지만, 4대륙선수권과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한국 선수단 최고 성적을 거뒀다.
 
오는 3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2017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출전권이 걸려있다. 이 대회에서 배분하는 페어 올림픽 출전권은 16장. 페어의 경우는 러시아, 중국, 미국, 프랑스 등 소수 국가들이 독식하는 경우가 더욱 뚜렷하다. 여기에 북한 역시 페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있고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평창 출전권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현재 한국 페어의 기량으로 봤을 때는 올림픽 티켓을 자력으로 따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지민지-레프테리스 조가 무엇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은반위에서 실수 없이 해야 하지만, 그 벽이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오는 9월에 남은 티켓을 배분하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 참가해 다시 한번 티켓 확보에 대한 도전해야 한다.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선 남은 4장의 티켓을 놓고 올림픽 출전권에 경쟁하게 된다. 이 대회에 참가할 선수는 8월경쯤 국내대회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물론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도 티켓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개최국 자동 출전권으로 평창 올림픽 무대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현재 김수연-김형태 조가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 점수에는 다소 모자르다. 하지만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어느새 가시권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들의 이런 기세라면 만약 세계선수권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네벨혼 트로피에서 한 번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김남매가 써나가는 은반위의 기적이 평창에서 이뤄진다면 한국 페어스케이팅은 또 한번 큰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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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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