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1. 상당히 일방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수는 지난 25일 대한민국 대 쿠바 평가전의 최종 스코어다.

대한민국 선발투수로 낙점된 장원준은 무실점으로 쿠바 타선을 꽁꽁 묶었고, 그 후 이어지는 불펜진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대은의 1실점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었다. 손아섭의 홈런은 승리에 정점을 찍은 시원한 한방이었다. 쿠바의 마르티 감독 역시 "우리보다 한 수 위"라고 인정할 만큼, 이날 경기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경기였다.

WBC 맞이 준비가 한창인 고척 스카이돔 보라색으로 장식되어 있던 고척 스카이돔이 WBC 서울라운드를 맞아 푸른색으로 단장하기 시작했다.

▲ WBC 맞이 준비가 한창인 고척 스카이돔 보라색으로 장식되어 있던 고척 스카이돔이 WBC 서울라운드를 맞아 푸른색으로 단장하기 시작했다. ⓒ 서원종


기대 이하 최형우, 대표팀에서도 '100억'가치 증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일에 장(長)이 있듯이, 단(短)역시 있기 마련이다. 경기 내에서 가장 약했던 점은 중심 타선, 그 중에서도 4번 타자 최형우였다. KIA 타이거즈와 4년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을 맺은 그는, 금액에서도 느껴지듯 세간의 어마어마한 기대를 안고 이번 경기에서 4번타자라는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실망적이었다.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김태균-최형우-이대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제대로 이어주지 못했다. 김태균은 3타수 2안타 2타점 볼넷 2개, 이대호는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해 준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었다.

다른 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요미우리,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타선들이 자석이라도 붙인 듯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아직 한 경기로 속단하긴 이르지만, 최형우는 본래 시즌에서 보여 주었던 실력이 나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쿠바, 절대로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니다

사회주의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쿠바는 프로야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이 마땅한 프로야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아마야구 강국'이라 하면 쿠바는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국이다.

실제로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1992년, 1996년, 2004년)을 획득하고, 2006년 제 1회 WBC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야구 월드컵에서는 25회 우승한 괴력을 토해 내었다. 가장 최근 실시된 프리미어 12에서는 8강에 머물러 실력이 주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마추어 야구'의 대명사는 쿠바인 것이 사실이다.

쿠바는 무리한 투수 운용을 하지 않고, 철저하게 투수들을 끊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 투수인 토레스 역시 1과 2/3이닝동안 3실점하며 강판당했다. 짧은 이닝 동안 많은 실점을 했지만 당장 오늘 입국한 쿠바 대표팀에게는 그것마저 버거웠다. 2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며 시차 적응도 제대로 못하였던 쿠바에게는 이 역시 건투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당장 내일 한번 더 경기가 치러지는 만큼, 쿠바로서는 오늘 경기를 연습 경기 그 이상도 이하로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는 28일 호주와의 경기 이외에도, 상무와 경찰청과 비공식적으로 열리는 경기에서도 충분히 컨디션을 조율할 수 있다. 아직 경기가 수적으로 많이 남은 만큼, 쿠바로서는 이번 한 경기로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혹여 이번 경기로 인해 '쿠바 야구는 몰락했다', 혹은 '쿠바 야구가 약하다'라는 생각을 가지는 야구팬들이 있다면 큰 오산이다. 반대로 같은 조건으로 한국이 원정을 가서 이 정도의 점수를 낼 수 있을까 반문을 한다면, 어려울 것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흥행 참패한 3층과 4층 지정석, 대책 필요
텅 빈 상단 4층 지정석 정규리그 중에도 시야 방해 등으로 4층 지정석은 외면받고 있다.

▲ 텅 빈 상단 4층 지정석 정규리그 중에도 시야 방해 등으로 4층 지정석은 외면받고 있다. ⓒ 서원종


고척 스카이돔은 입구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블루석과 스카이블루석, 그리고 한층 더 위에서 진입할 수 있는 3층 지정석과 4층 지정석이 있다. 대한민국이 홈으로 쓰는 1루는 기대에 부흥하여 매진에 가까운 티켓 판매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3루 측은 쿠바가 사용하는 더그아웃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더라도, 대부분의 3층 지정석과 4층 지정석은 판매가 덜 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평가전에서 3층 지정석과 4층 지정석의 가격은 2만 5천 원으로 책정되었다. 정규리그 중에는 1만 원 전후의 가격으로 책정되는데, 이에 불구하고 정규리그 중에도 상단 지정석은 소외받기 마련이다. 가장 많은 좌석이 있는 상단 지정석이 가장 소외받는 좌석 중 하나인 사실은 문제가 있다.

특히나 이번 경기는 올해 야구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경기였다. 오랫동안 야구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에 상당한 좌석이 팔리지 않았다는 것은 책정된 금액 혹은 좌석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작년 LG와 넥센의 포스트시즌 당시 대부분의 상단 지정석이 팔린 것을 보더라도, 좌석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 소외되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결국은 금액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WBC 서울라운드 역시 같은 문제가 발견된다.

25일 현재, 비한국경기가 팔리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좌석이 팔렸어야 할 한국 경기에 상당수의 좌석이 팔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좌석 중 대부분은 3층과 4층 지정석인 상단 지정석으로, 4만 원이라는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열리는 WBC에 비하면 서울라운드는 아주 싼 가격'이라 입을 모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는다는 것은 가격에 상당한 무리가 있음을 뜻한다.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보았듯이 블루석과 스카이블루석을 비롯한 1층 좌석 판매에는 걱정이 없다. 국제대회와 정규리그를 대비해서라도, 이 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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