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의 개막이 이제 열흘 가량 남았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월 12일부터 22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서울로 귀국했다.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대회 1라운드 경기가 열릴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최종 적응훈련을 실시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바라보는 전망이 밝지 못하다. 지난 제 3회 대회 1라운드에서 조 3위로 탈락한 충격도 있었지만, 현재 대표팀의 전력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속한 A조에서 4개국의 전력이 모두 만만치 않다.

점차 커져간 WBC 대회 규모, 하위권 전력도 만만치 않아

처음 열렸던 2006년 제 1회 대회와 2009년 제 2회 대회에서는 예선 없이 16개국이 본선을 치렀다. 그러다 대회가 확대된 2013년 제 3회 대회에서는 예선 라운드가 신설됐다. 이전 대회에서 본선 1라운드 조 3위 이내에 들 경우 다음 대회 본선 진출권을 부여했다.

그렇다 보니 한때 WBC 본선에서 다크호스였던 국가들도 예선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제 1회 대회 2라운드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의 4강 진출을 저지했던 멕시코는 제 3회 대회 1라운드에서 D조 4위로 탈락, 제 4회 대회에서 예선을 치르고 간신히 본선에 진출했다.

이번 제 4회 대회 예선은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진행되었다. 1차전을 치른 뒤 승리한 팀들끼리 그리고 패한 팀들끼리 2차전을 치른다. 그리고 2차전 경기 결과까지 1승 1패를 기록한 팀들은 패자부활전을 치른다. 여기까지 2승을 거둔 두 팀은 다시 본선 진출 결정전을 치러서 최종 1위만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다행히(?) 멕시코는 이번 예선전을 3승 무패로 끝냈다.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고, 2차전에선 니카라과를 상대로 11-0 콜드 게임(7회)을 기록했으며, 이후 본선 진출 결정전에서 체코를 꺾고 부활한 니카라과를 다시 12-1로 꺾고(7회 콜드) 다시 본선에 합류했다.

대한민국도 제 3회 대회 1라운드에서 조 3위를 기록했기에 망정이지 만일 그보다 더 낮은 성적으로 탈락했을 경우 하마터면 예선까지 치를 뻔했다. 월드컵 축구대회에서도 FIFA 랭킹으로 인하여 아시아 1차 예선은 면제지만 2차 예선과 최종 예선에서 WBC 예선까지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대한민국 야구의 자존심을 긁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과 한 조가 된 이스라엘도 WBC에는 처음 참가한다. 미국 뉴욕 주 뉴욕 시 브루클린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이스라엘은 1차전에서 영국을 5-2로 꺾고, 2차전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었다.

이스라엘에게 패한 영국은 패자조 경기에서 파키스탄을 14-0(7회 콜드)으로 꺾고 패자부활전에서 브라질을 4-3으로 꺾으면서 재도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9-1 승리로 영국의 재도전 의지를 꺾고 본선에 올라왔다.

아직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

이런 상대 팀들을 만나야 하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상황은 어떨까? 문제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는 동안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100%까지 올라오지는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투수들은 투구 컨디션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WBC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연습 경기에 등판한 선수들은 10명이다. 임정우(LG 트윈스)를 대신하여 투입된 임창민(NC 다이노스)은 소속 팀의 캠프가 미국 애리조나 주 캑터스리그 훈련장에서 열린 까닭에 뒤늦게 오키나와로 오느라 아직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최고참 임창용(KIA 타이거즈)도 아직 연습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창용의 경우는 최근 오키나와에서 지인의 차를 운전하다 동승자가 하차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와 접촉 사고를 냈는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본 운전 면허증을 갱신하지 않아 무면허 상태였던 것이 문제가 됐다. 컨디션 문제는 아니지만 팀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

차우찬(LG 트윈스)의 경우 구위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왼쪽 발을 삐끗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데, 이 발목의 컨디션이 향후 마운드에 섰을 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우는 오키나와 훈련에 참가하진 않았다. 오승환은 일단 미국 플로리다 주 그레이프푸르츠리그 캠프장에서 열리는 소속 팀의 스프링 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으며, 시범경기에 한 차례 등판하여 구위를 점검한 뒤 서울에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래도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한 선수는 발생하지 않았다. 날씨도 나쁘지 않아서 계획된 훈련을 날씨 때문에 취소하는 일은 없었다. 오키나와 현지에 비가 내렸던 날은 모두 대표팀 휴식일이었고, 연습 경기를 치렀던 날에도 경기가 끝난 뒤에 비가 내려서 다른 투수들도 예정된 등판을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타선이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닌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를 상대로 치른 2경기에서 도합 6안타에 그친 것이다. 앞으로 타격감 회복을 점검할 경기는 쿠바(2경기), 호주, 상무 피닉스 그리고 경찰청과 치를 평가전 및 시범경기 뿐이다.

남은 시간 동안 조직력 조율, 평가전에서 보일까

1라운드에서 선발로 등판하게 될 장원준, 양현종, 우규민은 무난하다. 장원준은 3이닝 퍼펙트를 기록했으며, 양현종과 우규민도 도합 4이닝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닝 평균 투구수도 15개 내외로 적절했다.

중간 계투진도 기대 이상으로 올라왔다. 사이드암 투수 원종현(NC 다이노스)과 심창민(삼성 라이온즈)은 도합 3.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왼손 타자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는 이현승(두산 베어스)도 1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는 좋은 모습이었다. 마무리투수는 플로리다에서 스프링 캠프를 치르고 있는 오승환이 합류하여 맡는다.

투수들 중 가장 걱정되는 선수는 이대은(경찰청)이다.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 3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아직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지난 겨울 경찰청 의무경찰 체육특기자로 입대하여 기초 군사 훈련을 받느라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대회를 준비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몸에 이상은 있는 것은 아니다.

타선은 아직 변화구 적응이 문제다. 요미우리를 상대로만 삼진 9개를 당했는데, 대부분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유인구로 나온 변화구에 방망이가 나갔다.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는 속구에는 컨택을 했지만, 여전히 변화구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이제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릴 남은 5경기에서 주전 타자들은 15~20타석 정도를 소화할 수 있다. 물론 실전 경기에서 느낄 긴장감은 연습 경기나 평가전과는 차이가 크다. 다만 이제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경기장 환경에 적응할 준비는 순조롭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본선을 치르는 A조와 B조는 본선 2라운드도 도쿄 돔에서 치른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C조와 D조에 비해 2라운드까지는 이동 거리가 짧고 시차도 없어서 대회 일정을 치르는 데 체력적인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투수와 야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가 다른 탓에 아직 경기에서 투타의 균형이 조화롭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남은 열흘 동안 팀의 조직력을 완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25일과 26일 그리고 28일에는 B조에 참가하는 쿠바와 호주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르며, 3월 2일과 4일에는 각각 상무와 경찰청을 상대로 WBC 공식 시범경기를 치른다.

이 5경기에서 체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적절한 투수 교체 타이밍과 야수들의 타격감 그리고 수비 등 전체적인 전력의 점검이다. 특히 대한민국은 제 1회 대회에서 단 하나의 수비 실책도 범하지 않으면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6전 전승으로 마친 바 있다(4강전에서도 패했지만 실책은 없었음). 대한민국 야구가 자랑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조직력인 셈이다.

또한 쿠바와 호주를 상대로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2라운드에서 만날 B조의 전력을 미리 점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는 오키나와에서 열린 연습 경기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고 있는 대표팀이 남은 훈련 기간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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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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