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천안함 기억 배지'를 만드는 청소년을 인터뷰합니다. - 기자 말.

Thanks For 772의 디자인 커버.
 Thanks For 772의 디자인 커버.
ⓒ Thanks for 772

관련사진보기


2010년 3월 26일 저녁, 갑작스러운 북한의 피격에 100여명의 승조원이 탑승한 해군 함선이 침몰했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이 함선은 포항급 초계함이었던 PCC-772 천안, 즉 천안함이었다. 이 중 앞부분에서는 많은 수병이 구출되었지만, 후미는 그대로 침몰하여 전 국민의 안타까움을 받았다. 그 속에서 '희망'을 예측하는 이도 있었지만, 결과는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올해 3월 26일이면 7년째를 맞는 이 참사, 이 참사를 기억하려는 청소년이 있다. 천안함 기억 배지를 만들어, 한 사람이 이를 구입하면 한 개가 다른 시민들에게 나눠지는 방식이다. 수병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그마한 배지, 벌써 수요조사에 들어간 이 배지를 만드는 청소년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2월 24일 금요일, 서울 연신내의 한 카페에서 배지 기획자 최민씨를 인터뷰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배지를 만들게 되었는지, 어떻게 배지를 판매하는지 인터뷰 전문을 통해 확인해볼까 한다.

얼굴을 전부 사진에 담기는 부담스럽다던 최민 씨. 결국 '눈만 빼꼼' 드러내는 사진 촬영에는 응하셨다. 페이스북 페이지 뒤로 최민 씨가 보인다.
 얼굴을 전부 사진에 담기는 부담스럽다던 최민 씨. 결국 '눈만 빼꼼' 드러내는 사진 촬영에는 응하셨다. 페이스북 페이지 뒤로 최민 씨가 보인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 마디 부탁드린다.
"대동세무고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최민이다. '지원병'이 있어서 여러 청소년 활동 모집공고가 보이면 바로 넣는 스타일이라 여러 군데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회 문제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위안부' 관련 활동인 '마리몬드 피스가드너'에서 활동했었고, 기사를 편집해서 정보소외계층에게 전달하는 '우리모두 소중해' 활동도 하고 있다."

- 다음 질문은 프로젝트 소개인데, 'Thanks for 772'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
"내가 그 때 상황을 직접 기억하는 '안보 사건'은 천안함 폭침이었다. 또 '연평해전'에 대한 영화가 개봉한 것을 보고, 이런 분들이 계셔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2010년 3월 26일 일어난 그 폭침이 많은 사람에게서 잊혀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년동안 생각만 하고 있다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그리고 11월의 촛불집회에서 많은 청소년들을 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이름이 'Thanks for 772'인 이유는 천안함의 장병 분들이 서해바다를 지켜주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감사를 넣은 것이다. 또 천안함의 정식 명칭이 PCC-772 천안이었기 때문에 이 숫자를 넣은 것이다."

- '배지'라는 디자인 상품으로 시판하는데,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 세부 디자인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린다.
"배지인 이유는 내가 교복에서도 관련 배지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용성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또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이다보니 사람들에게 더 알리기 좋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은 처음에 해군모였는데, 여기에 추모의 의미를 담은 꽃을 담으려 했었다. 하지만 천안함 관련 글을 찾다가 그들도 평범한 청년이었다는 글을 보고 사람으로 점점 형상화하게 되었다.

디자인은 친구 수윤이가 도와줬다. 평범한 해군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군복을 입고, '해군머리'를 하고, 위에는 해군모를 쓴 모습 말이다. '10년 5월 합동영결식 때 동료 장병들의 모습을 보고 따 왔다. 그리고 천안함 관련 글자를 굳이 쓰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천안함 뿐만 아니라 연평해전 등의 전투에 참여한 해군 장병들도 함께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홍보 포스터라던가, 커버 등도 그 친구가 도와줬다."

- 어떤 형태로 판매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수익금은 어떻게 쓰일지 궁금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1 for 1으로 진행한다. 내가 배지 한 개를 사면 다른 시민들에게 배지 한 개가 나눠진다. 배지 하나의 가격은 3~4천원 정도인데, 대부분 구매층이 학생이다보니 저렴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목표는 300개의 배지를 판매하고 시민들에게 300개의 배지를 서울 시내 특정장소에서 나누어주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나누어드리려고 한다.

배송도 우편과 택배로 할 예정인데, 친구들 사이에서 공동구매를 하는 것도 배송비를 아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수익금을 어딘가에 전달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참사를 기억하게끔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서 기부보다는 1 for 1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1차 때는 기억을 위주로 한다면 2차 때는 천안함유족회에 수익금을 전부 전달할 생각이다."

백령도 연화리에 위치한 천안함 위령비.
 백령도 연화리에 위치한 천안함 위령비.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 만든다고 하니까 주변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두 가지 반응으로 갈렸다. 부정적인 반응은 '시기가 너무 늦었다', '다른 사람들이 공격할 수도 있다' 같은 반응이었는데, 남에게 욕먹을 것이 두려워 추모 활동을 하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더욱이 추모활동을 욕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응원해주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부모님은 여러모로 도와주시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응원메시지를 많이들 보내주고 있다.

사실 시작한 지 이틀도 안 되었는데 알려져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모두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더 알려지라고 SNS 공유를 해 주시는 분들, 공동구매 하려고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분들도 감사하게 된다. 또 해군 입대를 준비하는 분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이런 좋은, 뜻깊은 일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연락이었는데,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수량조사를 이틀간 진행하셨는데, 어느 정도의 분들이 구매하신다고 하셨는지 궁금하다.
"페이스북 개인 계정으로 수량조사를 진행했는데, 많은 분들이 공유해주셔서 약 100분 정도가 구매해주신다고 하셨다. 이틀동안 개인 계정에서 진행했는데도 불구하고 100분이나 수량조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했다. 확인해보니까 생판 모르는 분이 수량조사에 참여해주셨다. 친구들이 많이 공유해 준 덕분이었다."

- 그렇다면 이번에는 '묵직한 질문' 한 번 해 볼까. 아마 이 기사에도 달릴 댓글들이지만 (웃음) 천안함이나 세월호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댓글에 '천안함도 기억합시다', '세월호는 기억하자면서 왜 천안함은 기억을 안 하냐'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둘 다 안타깝고, 기억해야 하는 사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참사로 인해 돌아가신 분들을 폄하하고 깎아내리면서까지 한 참사를 띄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참사를 전혀 다른 별개의 안타까운 참사로 봐 주시고,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나아가 사회가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는지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꿈이어도, 내가 바뀌지 않는 것은 목표이다'이다. 하지만 나는 꿈을 꾸고 싶다. 이것을 통해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천안함 폭침에 대해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천안함 사이버 추모관에 올라오는 글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 곳에 찾아주셔서 전사자들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

- 앞으로 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떤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은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 중에 노란리본 상태 바가 있는데, 휴대폰을 켤 때마다 보여서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천안함 상태바도 만들고 싶다. 또 세상에 안타깝고 기억해야 할 사건들이 많아서 이를 기억할 수 있는 배지나 디자인상품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물론 친구나 다른 분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

- 앞으로 개인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진로, 진학 목표도 좋고, 남들 보기에 우스운 자기만의 목표도 좋다.
"전교 3등을 해 보는 것이 꿈이다.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뜬금없는' 목표이긴 한데,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에세이 책, 여행기 책을 한 권 내 이름으로 내 보고 싶다. "

백령도 연화리 천안함 위령탑 아래 설치된 기념판.
 백령도 연화리 천안함 위령탑 아래 설치된 기념판.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북한의 피격으로 인해 일어난, 이 안타까운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째가 된다. 그 사이 안타까운 선박 참사가 또 있었고, 일부의 이념 논쟁이 이 두 참사를 서로 비교하거나, 한 쪽 참사를 폄하하는 등의 '나쁜 움직임'이 있었다. 더욱이 세월호/천안함 관련 블로그, 기사 등의 댓글에 어김없이 '세월호보다 천안함을 기억합시다'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일부 몰상식한 시민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었다.

오는 3월 26일이면 천안함 46장병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사람들이 또 다시 백령도 연화리로 모인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을 기억하겠다고 시청광장에 텐트를 세우고, 포털 사이트에 그러한 댓글을 다는 이들이 과연 연화리에 모습을 드러낼지, 아니라면 사회 각계에서 진행되는 천안함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낼 지 궁금하다.

3월 26일, 서울 시내에서 배지를 배포할 최민씨를 응원한다. 원하는 수량보다 훨씬 많은 수의 배지를 많은 시민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젊은 용사들이 당한 폭침 참사를 진정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기를 바란다.

페이스북 링크 : (https://www.facebook.com/Thanksfor772/)
구매 폼 : (https://form.office.naver.com/form/responseView.cmd?formkey=YTZmYzFkYTMtMGM2My00NjlmLThlNGItYzQwYmFmOGRmYjM4 )
3월 26일 이전까지는 모두 배송된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인터뷰 요청은 2월까지 받겠습니다.



태그:#천안함 폭침, #청소년, #추모, #3월 26일, #안보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