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별들의 잔치라 부르는 이유가 이 한 경기에 모두 담겨있었다. 16강 토너먼트에서 보기 드문 8골 주고받기가 펼쳐진 것은 물론 결정적인 골 순간마다 보는 이들에게 탄성을 이끌어내게 만드는 마성의 기술이 빛났다. 역시 축구의 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골 순간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FC(잉글랜드)가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4시 45분 맨체스터에 있는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S 모나코(프랑스)와의 홈 경기에서 무려 5-3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시키며 홈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별들의 골잔치, 눈을 뗄 수가 없다

2016-2017 시즌 챔피언스리그 지난 해 11월 23일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 레기아 바르샤바(폴란드)의 경기에서 무려 12골이 터져나왔다. 홈 팀 도르트문트가 8-4로 크게 이긴 경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실력 차가 조금 벌어진 팀들이 모인 조별리그였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본선 진출 32팀 중 절반이 떨어져나간 뒤 열린 16강 이후의 토너먼트에서 한 경기 8골이 터질 줄은 정말 몰랐다.

전반전에 3골, 후반전에 5골이 몰려나왔다. 어떻게 보면 양 팀 모두 수비 쪽이 허술한 경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골 순간들은 도저히 한눈을 팔 수 없을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고 기술면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것들이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축구라는 찬사를 보낼 수 있는 명승부의 순간들이었다.

경기 시작 후 26분 만에 홈 팀 맨시티의 선취골이 터졌다. 역시 다비드 실바의 전진 패스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그 공을 받은 르로이 사네가 낮게 깔리는 크로스를 모나코 골문 앞으로 보냈고 발 빠른 공격형 미드필더 라힘 스털링이 미끄러지며 성공시켰다. 보기 드문 명승부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맨시티 홈팬들의 기쁨은 6분을 넘지 못했다. AS 모나코에는 부활한 골잡이 라다멜 팔카오가 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2분에 맨시티 골키퍼 카바예로의 짧은 골킥을 차단한 모나코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가 감각적인 오른쪽 크로스를 날렸고 이 공을 반대편에서 달려든 라다멜 팔카오가 그림같은 다이빙 헤더로 꽂아넣었다. 그가 맨시티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동안 뛰었기 때문에 더욱 불편한 순간이었다. 더구나 후반전에 라다멜 팔카오의 해트트릭 기회까지 충분했기에 더욱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었다.

모나코의 역습은 40분에도 빛났다. 파비뉴의 찔러주기를 받은 공격형 미드필더 킬리안 음바페가 오른발 하프 발리 슛을 맨시티 골키퍼 카바예로의 왼쪽 어깨 위로 차 넣은 것이다.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을 두고 있는 챔피언스리그 규정상 맨시티로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후반전에만 5골, 놀랍고 또 놀랍다

더구나 후반전 초반부터 맨시티는 비상이 걸렸다. 다시 킥 오프 휘슬이 울리고 3분 만에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물오른 팔카오를 막아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골문 바로 앞에서 팔카오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내기 위해 수비수 오타멘디가 발목을 걸어 넘어뜨린 일이었다.

이에 맨시티 선수들은 억울하다고 항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반 34분에 세르히오 아게로가 모나코 골키퍼 수바시치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을 때 페널티킥을 얻어내기 위한 시뮬레이션 동작으로 판정을 받아 경고장만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반전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고 오른발 인사이드로 추가골을 노린 라다멜 팔카오의 페널티킥을 맨시티 골키퍼 카바예로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낸 것이다.

8분 뒤에 맨시티의 동점골(스털링 어시스트-세르히오 아게로 오른발 토 킥-골키퍼 수바시치 잡기 실수)이 터졌기에 팔카오의 페널티킥 실패는 더욱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라다멜 팔카오는 이름값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61분에 기막힌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맨시티 수비수들을 차례로 따돌린 다음, 오른발 찍어차기 마법을 성공시킨 것이다. 상대 골키퍼가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순간을 읽고 완벽하게 찍어찬 공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맨시티 골문 안에 정확히 떨어졌다. 베테랑 골잡이들이 10번 시도해도 1번 이상 성공시키기 힘든 고난도의 킥 기술이었다.

페널티킥 실패 순간이 떠오를 정도로 해트트릭을 놓친 팔카오의 표정이 묘하게 겹쳐보였다. 이것만으로도 펠레 스코어가 되었으니 AS 모나코로서는 더 바랄 것 없었다. 하지만 맨시티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 말았다.

그로부터 10분 뒤에 세르히오 아게로의 두 번째 동점골이 터졌다. 다비드 실바가 왼발로 차 올린 오른쪽 코너킥이 큰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오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세르히오 아게로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시원하게 응답한 것이다.

또 하나의 코너킥 세트 피스가 이 경기 실제 결승골로 기록되었다. 77분, 왼쪽 코너킥을 케빈 데 브라위너가 오른발로 올렸고 야야 투레의 머리에 살짝 스친 공이 방향이 바뀌어 수비수 존 스톤스가 오른발을 내뻗어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82분에는 다비드 실바의 로빙 패스를 받은 세르히오 아게로가 해트트릭 욕심을 접고 반 박자 빠른 패스로 르로이 사네의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보기 드문 8골 역전-재역전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AS 모나코의 돌아온 골잡이 라다멜 팔카오는 84분에 또 한 번의 해트트릭 기회를 잡아서 결정적인 왼발 슛을 골문 바로 앞에서 날렸지만 맨시티 골키퍼 윌리 카바예로가 발로 막아내는 신공을 보여주었다. 카바예로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정말로 믿기 어려운 5-5 점수판도 만들어질 수 있는 명승부였다.

이제 양 팀 선수들은 다음 달 16일 오전 4시 45분에 장소를 루이 2세 경기장(모나코)으로 옮겨서 2차전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된다. 모나코가 이 경기에서 넣은 어웨이 3골이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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