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너게츠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포틀랜드의 주전센터 메이슨 플럼리를 영입했다. 이미 니콜라 요키치라는 젊고 유망한 2년 차 빅맨을 보유하고 있는 덴버는 플럼리를 보강하면서 골밑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플럼리는 16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전에서 파워포워드로 선발 출전하며 11득점9리바운드3어시스트로 무난한 이적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2012-2013 시즌 이후 3년째 플레이오프에 초대받지 못한 덴버에게 플럼리 영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한 수였다. 물론 플럼리가 리그 판도를 바꿀 만한 대형 스타는 아니지만 궂은 일에 능하고 패싱센스와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 요키치의 좋은 골밑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원이다. 다닐로 갈리날리와 케네스 페리드 같은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 덴버의 선수 기용폭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덴버가 전력 보강을 위해 움직이자 플레이오프 경쟁자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에서도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뉴올리언스는 NBA 올스타전이 열린 20일 타이릭 에반스와 버디 힐드, 랭스턴 캘러웨이, 그리고 2장의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새크라멘토 킹스로부터 '폭군' 드마커스 커즌스와 포워드 옴리 카스피를 영입했다.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는 NBA 최고의 빅맨 앤서니 데이비스(AD)와 드마커스 커즌스(DC)가 한 팀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대형 트레이드로 최고의 공격형 센터 영입한 뉴올리언스

뉴올리언스는 2014-2015 시즌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부상에 허덕이던 오클라호마씨티 선더를 제치고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마스코트를 호네츠에서 펠리컨스로 바꾼 후 2년 만의 성과였다. 하지만 2015-2016 시즌 뉴올리언스는 데이비스와 에반스, 에릭 고든(휴스턴 로케츠) 등 주축 선수가 차례로 부상에 허덕이며 30승52패로 다시 1년 만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지난 2015년 데이비스와 5년1억4500만 달러, 센터 오메르 아식과 5년5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뉴올리언스는 거액을 들여 전력을 보강할 여유가 없었다(물론 거물로 성장할 데이비스와 장기계약을 한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아식과의 장기 계약은 '재앙'에 가까웠다). 결국 뉴올리언스는 뚜렷한 전력보강을 하지 못한 채 2016-2017 시즌을 맞았고 데이비스의 괴물 같은 활약에도 좀처럼 승수를 적립하지 못했다.

한편 새크라멘토는 해마다 코트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는 커즌스를 중심으로 루디 게이, 애런 아프랄로, 맷 반스 같은 중고참 선수들이 분발하면서 실로 오랜만에 서부컨퍼런스의 플레이오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난 1월 19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친 '2옵션' 게이가 시즌아웃 판정을 받고 말았다. 킹스가 다시 커즌스의 원맨팀이 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킹스와 커즌스는 최근 몇 년간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었다. 실력과 재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최고 수준이지만 커즌스는 언제나 다혈질의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망친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커즌스는 이번 시즌에도 전반기에만 17개의 테크니컬 파울을 기록했다.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닌 테크니컬 파울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좋은 리더가 되기 힘들다.

결국 새크라멘토는 커즌스를 내보내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켄터키 대학 동문이자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빅맨 라인이 될 수 있는 'ADC듀오'가 완성됐다. 잠재력을 완전히 드러내지 못한 루키 선수와 신인 지명권이 포함돼 있는 이 트레이드는 아직 섣불리 승자를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농구팬들의 관심이 데이비스와 커즌스가 만난 뉴올리언스 쪽에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악동' 커즌스는 2인자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뉴올리언스는 누가 뭐래도 데이비스의 팀이다. 개인 성적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만23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리더로서의 역할도 제법 잘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와 데이비스는 2020-2021 시즌까지 계약이 돼 있고 데이비스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소속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구단에서도 당연히 데이비스를 팀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줄 선수로 커즌스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이 조력자가 지나치게 거물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데이비스의 켄터키 대학 직속 선배에 다혈질의 성격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커즌스가 '2인자' 역할을 순순히 수용할지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커즌스가 뉴올리언스에서도 새크라멘토 시절처럼 악동과 폭군의 이미지를 씻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한다면 리그 최고의 센터를 영입한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뉴올리언스와 빅딜을 성사시킨 새크라멘토는 팀의 에이스와 식스맨 포워드를 보낸 대가로 3명의 선수와 2장의 신인 지명권을 얻었다. 사실 커즌스보다도 나이가 많은 리그 8년 차 에반스와 통산 182경기 중 주전 출전이 48회에 불과한 갤러웨이는 엄밀히 말해 리빌딩을 위한 자원이라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은 지난 올스타전 라이징스타 챌린지에서 28득점을 기록했던 루키 슈팅가드 버디 힐드라 할 수 있다.

오클라호마 대학 시절 전미대학농구(NCAA)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리던 힐드는 11월까지 19경기에서 7득점으로 부진했지만 12월 이후 득점력을 끌어올려 이번 시즌 8.6득점 3점슛성공률 36.9%를 기록하고 있다. 슈팅 가드 치고는 신장(193cm)이 다소 작긴 하지만 새크라멘토에서는 아프랄로와 충분히 주전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힐드는 경기당 30분 내외의 출전시간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슈터다.

커즌스를 영입하며 농구팬들을 놀라게 한 뉴올리언스는 파워포워드 테렌스 존스를 매물로 스몰 포워드 보강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CP3' 크리스 폴(LA클리퍼스)을 영입해 단숨에 빅3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큰 그림'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후반기 동안 데이비스와 커즌스의 조화,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눈앞의 목표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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