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 공연된 굿극 <씻금>

광장극장 블랙텐트에서 공연된 굿극 <씻금> ⓒ 광장극장 블랙텐트


 <씻금>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관객에게 인사 후 세월호 분형소에 분향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가 극을 이어가고 있다.

<씻금>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관객에게 인사 후 세월호 분형소에 분향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가 극을 이어가고 있다. ⓒ 광장극장 블랙텐트


커튼콜이 끝나고도 연극은 이어졌다. 배우들은 얇은 옷차림 그대로 극장 밖으로 나갔다. 세월호 분향소로 다가간 배우들은 연극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제를 올렸다. 아이들을 실은 배 모형이 들어올 때 일부 돈을 올리며 예를 갖추기도 했던 관객들은, 광장 분향소로 모두 따라 나와 다시 한 번 배우들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광화문 광장에 몰아치는 매서운 추위도 배우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진지하게 몰입됐던 연극은 숙연함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에 항의해 연극인들이 만들어 놓은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공연이 시즌2를 맞으면서 한층 강화됐다. 작품성과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2의 첫 공연을 장식한 <씻금>은 한국의 대표적 연출가 중 한 명인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2월 6일~9일까지 이어진 공연은 연일 매진돼 보조석이 놓여지는 흥행 속에 블랙텐트를 찾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씻금>은 3월 3일~19일까지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는 작품이다. 블랙텐트 블록버스터라 불릴 만큼 유명 극단의 공연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는데, 블랙텐트의 뜻에 연대하기 위해 광화문을 먼저 찾은 것이다. 작품을 연출한 블랙리스트 연출가 이윤택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아름다운 광장의 졸병이 되겠다"며 자신을 불러준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굿극 <씻금>은 진도 민중들의 개인사를 남도 소리로 녹여낸 작품이다. 산자와 죽은 자의 세계가 열리면서 씻김굿이 시작된다. 씻금은 씻김의 진도 사투리다. 하나둘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오는 넋들의 개인사에는 한국의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일제 식민시대를 이어져 오는 궁핍한 삶과 일본군위안부와 한국전쟁, IMF, 최근 세월호까지 개인이 안고 있던 한은 시대의 한이기도 하다.

진도에서 구전되는 내용을 채록해 굿극으로 만든 <씻금>은 죽은 자들을 생각하는 산 사람들의 아픔과 그에 대한 위로를 통해 관객 개개인이 갖고 있는 아픔까지도 다독이려는 배려가 담겨 있었다. 술 취한 사람이 무대 위로 뛰어든 돌발 상황에서도 배우들은 당황하지 않고 진한 남도 소리를 이어가며 마음을 어루만져주려는 모습은 '씻금'에 담긴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만들었다. 좁은 무대에서 배우들의 열연은 추위를 무색하게 할 만큼 뜨거웠고 가슴 뭉클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해고자들과 세월호 기리는 작품들 이어져

 광장극장 블랙텐트 시즌2 공연 작품

광장극장 블랙텐트 시즌2 공연 작품 ⓒ 광장극장 블랙텐트


<씻금>을 시작으로 한 블랙텐트 시즌2는 모두 여섯 작품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시즌1이 검열과 블랙리스트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는 소외되고 어려운 노동자들을 보듬고 세월호의 아픔을 위로하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공공적인 성격을 갖는 임시 공공극장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 구성이다.

10일 공연되는 무브먼트 당당의 <광장 꽃, 피다!>는 세계사의 상징적인 선언문들과 우리 역사 속에서 강력한 힘을 가졌던 시와 노래로 구성된 공연으로 무브먼트 당당이 지난 5년간 무대 위에서 선보였던 공연 속 장면들을 재구성했다. 김수영, 신동엽, 김남주, 송경동 등 지금 광장에서 울려 퍼져야할 아름답고 날카로운 시인들의 언어가 배우들의 뜨거운 몸짓을 통해 살아나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질곡의 역사를 돌이켜 새날을 준비하는 승리의 약속을 나누고자 한다.

14일~17일까지는 극단 돌파구의 <노란봉투>가 공연된다. 해고노동자들과 그들에게 가해진 사측의 손해배상청구 가압류(손배가압류), 그들의 투쟁 등의 이야기를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 노조사무실 직원들을 중심으로 다룬 극이다.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서 있는 광화문 캠핑촌에는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콜트콜텍, 동양시멘트, KT 등의 해고 노동자들이 있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자들의 삶과 그 가족들의 삶까지 파탄내는 사측과 정부(경찰)의 악랄한 징벌로 이들에 대한 관심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했다.

2월 21일~24일까지는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킬링 타임>, 27일~3월 2일까지는 <몸, 외치다>, 3월 3일에는 <삼삼한 날에>가 이어진다.

<킬링 타임>은 공동창작극으로 사람들이 배 안에서 죽어가던 시간 무책임한 표정과 말을 일삼던 대통령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품이다. <몸, 외치다!>는 다양한 안무가들이 준비한 무용과 탈춤 등이 4일 동안 매일같이 다르게 공연된다. <삼삼한 날에>는 33명의 안무가가 304분동안 세월호를 기리며 펼치는 퍼포먼스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측은 "박근혜가 퇴진할 때까지 계속되는 공연을 위해 많은 연극인들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해줘 감사하다"며 더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관람, 후원을 요청했다. 연극에 필요한 무대 및 조명 장치 등은 모두 재능기부 형태와 개인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 씻금 노란봉투 킬링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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