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golden time).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중요한 초반 시간을 뜻하는 말이다. 이 황금 같은 시간을 허술하게 놓치게 되면 소중한 인명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끔찍한 참사를 겪었다.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그 참사.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제대로 된 콘트롤 타워도 작동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남긴 채 도망쳐버렸고 해경은 제대로 된 구조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세월호'의 골든타임은 허무하게 지나 가버렸다.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은 그저 단순한 단어가 아니게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력한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그런 단어가 되었다. 그래서 처음 OCN <보이스>의 골든타임팀을 만났을 때, 반가우면서도 두려움이 앞섰다. 누구보다 먼저 출동하여 해결하겠다는 골든타임팀의 취지가 좋았지만, 무력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기억이 다시 또 오를까 봐. 그래서 다시 아파질까 싶어서.

 센터장 권주, 팀장 진혁, 해커로 유명한 현호(예성 분), 새롭게 합류한 은수까지. 골든타임팀에 소속된 사람들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골든타임을 위해서도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센터장 권주, 팀장 진혁, 해커로 유명한 현호(예성 분), 새롭게 합류한 은수까지. 골든타임팀에 소속된 사람들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골든타임을 위해서도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OCN


각자의 골든타임

걱정과는 다르게 <보이스>의 골든타임팀은 자신의 역할을 잘해냈다. 매화 범인과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펼치면서 늦지 않게 사람을 구조해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미세한 소리도 듣고 찾아내는 강권주 센터장(이하나 분)과 현장에서 활약하는 무진혁 팀장(장혁 분)의 케미는 생각보다 좋았다. 물론, 여전히 반말로 상사인 권주를 대하거나 팀워크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둘은 같은 목적을 향해 걸어가는 중이다.

이제 6화까지 방영된 <보이스>에는 여러 명의 범인이 등장했고, 은형동 살인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중이다. 진혁의 부인을 살해하고 권주의 아버지마저 처참하게 살해한 은형동 살인사건의 진범. 이 사건으로 권주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진범을 잡기 위해 보이스 프로파일링을 공부하러 미국까지 다녀왔다. 유망한 팀장이었던 진혁은 삶이 망가져버렸고 지구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너무나 바뀌어 버린 둘의 삶. 후회와 좌절로 얼룩진 이들의 인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있다.

그렇게 <보이스>는 골든타임팀을 통해 여러 명의 목숨을 구제하면서 골든타임팀의 팀원들의 삶도 구제할 수 있는 동아줄을 내민다.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스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골든타임팀에 들어올 것을 거절했던 박은수(손은서 분) 경장이 그 예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가정이 무너진 경험을 겪었던 은수는 필사적으로 살았다. 그렇게 경찰이 되었고 경찰이 돼서도 더 높은 성공을 위해 필사적으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가족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렇게 동생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고 나서야 그녀는 깨닫는다. 그리고 성공만을 위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본다.

센터장 권주, 팀장 진혁, 해커로 유명한 현호(예성 분), 새롭게 합류한 은수까지. 골든타임팀에 소속된 사람들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골든타임을 위해서도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이스>의 골든타임팀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도 이것은 아닐까. 누구보다 빠르게 출동하고 사람을 구해내는 것. 이것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것 말이다.

<보이스>의 골든타임팀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도 이것은 아닐까. 누구보다 빠르게 출동하고 사람을 구해내는 것. 이것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것 말이다. ⓒ OCN


혹시 골든타임을 놓쳤을지라도

<보이스>에는 매화 나오는 사건 피의자들의 사연에 대해서도 꽤 비중 있게 다룬다. 보이스 프로파일링을 배워온 권주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피의자들의 목소리, 대화 내용 등을 통해 상황을 추측해내고 신고 현장을 찾아 나간다. 여기에 해커로 활동했던 현호의 능력이 합쳐져 그 범위가 더욱 좁아지고 현장으로 진혁이 출동하는 식이다.

추리물의 형식으로 범인에게 가까워져 가는 추격의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범인들의 행적이 힌트로 던져진다. 누구인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어째서 이렇게 행동하는지 등의 정보다.

이 과정에서 <보이스>는 범인들의 범행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입양한 아들을 학대하고 칼로 찌른 어머니는 어렸을 적 끔찍한 학대를 경험했던 사람이었다. 집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다 겨우 구조된 그녀였지만 복수를 위해 찾아온 양아버지로 인해 다시금 공포로 떨게 된다. 그렇게 양아버지의 밑에서 범행을 함께 하며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되돌려 준다.

은서의 동생 한별을 납치하고 강간 동영상을 찍으려 했던 황경일도 어렸을 적 상처가 있다. 자신의 선생님과 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게 된 그는 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를 죽게 한다. 그 이후, 여자에 대한 증오를 가지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모두 구구절절 끔찍했고 많이 아팠을 상처들이다. 그 상처들을 이겨낼 도움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결하게 됐다. 자신보다 약한 이에게 자신이 받았던 고통을 화풀이하듯 쏟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증오를 키워나가고 이를 행동에 옮겼다. 이들은 상처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만약 우리가 16년 전에 황경일을 만났다면 황경일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다른 초콜릿을 고를 기회는 있었겠지."

물론, 나쁜 일을 겪었다고 해서 어렸을 적 상처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자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다른 길을 선택해 볼 수 있는 선택지는 생겼을 것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방향이 아니라 조금 더 사람다운 방향으로.

<보이스>의 골든타임팀이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도 이것은 아닐까. 누구보다 빠르게 출동하고 사람을 구해내는 것. 이것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손을 내미는 것 말이다.

어쩌면 <보이스>의 골든타임팀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더는 똑같은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활동했던 유가족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처럼. 아이들을 구할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아이들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삶과 앞으로 살아나갈 아이들의 안전의 골든타임은 놓치지 않기 위해서 행동했던 사람들처럼. 아직 우리 주변에는 골든타임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 아니, 골든타임을 놓쳤더라도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

골든타임 보이스 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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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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