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올 시즌 우승 경쟁을 위해서 반드시 잡아야만 했던 첼시에 1-3으로 덜미를 잡혔다. 경기 중 알론소와 충돌한 베예린이 뇌진탕으로 경기장을 떠났고, 체흐는 최악의 실수를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아스널은 아무 것도 못하고 승점을 빼앗겼다. 결국 아스널이 매년 드러냈던 한계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상황을 모면하기보다 더욱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진정으로 그들이 우승을 원한다면, 더욱 진지한 고려와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입장에서는 흐르는 시간이 아쉽다. 벵거 감독의 '남은 감독 수명'을 감안한다면 그와 아스널이 함께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화려한 마무리를 원하고 있지만 올 시즌도 전망이 밝지는 못하다. 한계를 보이는 아스널, 예년과는 다른 결말을 볼 수 있을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고려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 페트르 체흐의 한계, 미래를 위한 대처가 시급하다

페트르 체흐의 실수가 잦아졌다. 오스피나를 제치고 원탑 골키퍼로 자리 잡으며 호평을 받았던 그가 서서히 노화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체흐는 1982년생으로 한국 나이가 36세에 해당한다. 비교적으로 선수 수명이 긴 골키퍼라지만 36세의 나이는 만만치 않다.

사실 체흐는 지난 시즌까지도 탑에 해당하는 순발력으로 잉글랜드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스널은 첼시에서 자리를 잃은 체흐를 쉽게 영입할 수 있었다. 두 팀은 라이벌의 관계였지만 체흐가 아스널 행을 원했고, 첼시는 레전드를 향한 최소한의 배려로 이적을 승인했다.

체흐는 곧장 아스널에서 출장 기회를 잡았다. 매 경기 선발 출장하여 웬만한 슈팅들을 막아냈다. 약점이 많았던 챔버스와 가브리엘 센터 백 라인을 이끌고도 승리를 쟁취했다.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신의 선방을 보여주며 경기 결과를 뒤바꿨다. 그는 여전히 월드클래스 골키퍼였고, 아스널에서도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훈련에 임하는 페트르 체흐

훈련에 임하는 페트르 체흐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페트르 체흐의 최대 강점은 패널티 박스 내의 슈팅에도 꿈쩍 않는 판단력이다. 예년에 비해 순발력과 점프력이 퇴화했지만 여전한 판단력은 그를 최고의 키퍼로 만들었다. 그는 상대의 상황과 플레이를 읽어냈고, 정확한 판단으로 상대의 슈팅을 저지했다. 체흐와 함께 한 아스널은 마지막까지도 우승 경쟁에 함께 하며 최종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이야기가 다르다.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무려 10개의 득점을 중거리 슈팅으로 실점했다. 특히나 체흐는 막아야 했을 중거리 슈팅도 놓쳤다. 파 포스트를 향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슈팅이 아닌, 니어포스트를 향한 평범한 슈팅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체흐의 판단력이 여전하지만, 판단력만으로는 다른 능력을 커버할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체흐는 코스타의 압박에 어색한 동작으로 대처했고, 패스가 파브레가스에게 이어지며 실점의 큰 원흉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구너(아스널 팬들을 일컫는 용어)들과 축구팬들은 체흐의 능력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체흐의 능력치가 하락세에 놓여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아르센 벵거도 인지한 문제다. 벵거는 체흐의 노쇠화를 예견했기 때문에 오스피나를 이적시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스피나의 경기력까지 걱정하여 슈체츠니를 임대 보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이 추측들은 끼워 맞추는 어감이 없잖아 있지만, 틀렸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 분명 체흐는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아스널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아스널과 '동고동락'한 아르센 벵거, 이제는 떠날 시간?

지난 번리전에서 대기심을 밀치며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아르센 벵거는 어제, 첼시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없었다. 그는 관중석에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고 감독의 자리가 비었던 아스널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아르센 벵거는 1949년생, 한국 나이로 69세다. 내일이면 칠순 잔치를 벌여야 될 인물이 여전히 그라운드에 서있다. 벵거의 능력은 대단했고, 그는 아스널의 가치를 충분히 높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너들이 벵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가 아스널에 상당한 '금전적 이윤'을 남겼으며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다는 것. 벵거는 스트라스부르제 대학원의 '경제학 석사'를 졸업했다. 경제학 석사 출신답게 놀라운 구단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그는 충분한 이적 자금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적정 자금만으로 팀을 운영해왔다. 근 3년간은 한계를 드러낸 탓에 메수트 외질과 알렉시스 산체스 등을 비롯한 슈퍼스타들을 영입했지만 여전히 그의 손익 계산서는 '흑자' 표식을 남겼다.

꾸준한 성적도 그의 강점 중 하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4/16 - 아스널 법칙'이란 은어까지 탄생했다. 이는 매 시즌마다 리그 4위, 챔피언스 리그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벵거를 두고 만들어진 말이다. 물론 이 성적에도 한계가 존재했고, 이 한계는 다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놀림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기자 회견장에서 성실하게 답변하는 아르센 벵거

기자 회견장에서 성실하게 답변하는 아르센 벵거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벵거를 향한 구너들의 시선이 나뉘었다. 구너들은 크게 두 가지로 의견을 모았다. 벵거의 능력이 뛰어났기에 연임이 필수라는 의견과 벵거가 한계를 보였으니 또 다른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전자를 주장하는 이들은 근래 프리미어리그의 '데이비드 모예스'와 '루이스 반할' 등을 예시로 삼았다. 어떤 명장도 아스널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결과가 좋을 수 없으며, 아스널과의 조합이 최고였던 벵거가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자를 주장했던 이들은 근래 '지네딘 지단'과 '안토니오 콩테' 등을 예시로 삼았다. 그들은 팀에 최적화된 라인업을 바탕으로 단기간만에 팀을 최정상까지 올려두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숟가락만 얹었다고 말하지만, 분명 감독의 기량은 클럽을 좌우한다. 감독이 카리스마로 팀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팀이 무너진다는 것은 지난 시즌에 입증되지 않았는가. 요 근래에는 벵거도 의심의 눈초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벵거에게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명예는 분명 팀의 가치를 상승시키지만 미래의 성적까지는 보장하지 않는다. 필자는 벵거를 연임시켜서 리그 4등과 챔피언스 리그 16강의 성적을 꾸준히 내는 시나리오는 이제 안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올 시즌의 미라클을 기대해 볼 수 있었던 아스널이었지만, 또다시 조금씩 우승에서 멀어지고 있다. 어느새 우승에서 멀어진지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더욱 혁신적인 개혁을 통해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서히 시간이 흐를수록 벵거의 전술과 교체 지시 능력은 저하되고 있으며,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추세다. 아스널 팬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정말로 우승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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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김동현 기자
아스널 벵거 체흐 프리미어리그 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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