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선두 흥국생명에 이어 돌풍의 팀 KGC인삼공사까지 잡아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5-20,25-18)으로 완승을 거뒀다. GS칼텍스는 작년 12월8일 차상현 감독이 부임한 후 처음으로 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승점26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득점 부문 2위(586점)에 빛나는 알렉사 그레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알렉사는 이날도 주전 공격수로 출전해 교체 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날 GS칼텍스의 최다 득점자는 14득점을 기록한 알렉사가 아니었다. GS칼텍스 이적 후에도 변함 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밍키' 황민경이 블로킹2개를 포함해 16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코트의 살림꾼

 황민경은 작은 키의 핸디캡을 탄탄한 기본기와 넘치는 파이팅으로 극복해냈다.

황민경은 작은 키의 핸디캡을 탄탄한 기본기와 넘치는 파이팅으로 극복해냈다. ⓒ 한국배구연맹


대구에서 태어난 황민경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174cm의 신장은 배구 선수, 특히 공격수로는 매우 작은 편이지만 황민경은 높은 점프력으로 2007년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유망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염혜선(현대건설)에 이어 전체 2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지명됐다.

루키 시즌 14경기에 출전한 황민경은 2009-2010 시즌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했고 2010-2011 시즌엔 기량 발전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11-2012 시즌에는 세트당 0.43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하며 박정아(기업은행), 황연주(현대건설) 등을 제치고 서브왕에 오르며 도로공사의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도로공사는 2012년 임효숙이 은퇴했지만 표승주(GS칼텍스), 문정원, 고예림, 하혜진 등 고교무대를 주름잡던 날개 공격수들이 차례로 입단했다. 하지만 공수에서 다양한 공헌을 할 수 있는 황민경의 입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고교 시절부터 무리한 점프를 많이 시도한 탓에 무릎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었고 어깨와 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때문에 황민경은 젊은 나이에 비해 재활 경력이 비교적 화려한(?) 편이다.

그럼에도 그는 코트에 서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비록 잦은 부상과 작은 신장 때문에 프로 데뷔 후 성인 대표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황민경의 플레이는 신장이 작은 날개 공격수의 교본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대단히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황민경은 코트 밖에서도 응원단장 역할을 자처하며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격한 리액션을 보이는 선수이기도하다.

황민경은2015-2016 시즌에도 득점 19위(266점), 퀵오픈 8위(40.71%), 리시브4위(세트당 3.15개), 수비(리시브+디그) 3위(세트당 6.95개)를 기록했다. 비록 팀은 1위에서 5위로 추락했지만 황민경은 도로공사의 살림꾼으로 맹활약하며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2015-2016 시즌이 9년 동안 정들었던 도로공사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음을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적 후에도 변함없는 '밍키'의 활약

 황민경은 코트에서 표정이 많고 동작이 큰 선수로도 유명하다.

황민경은 코트에서 표정이 많고 동작이 큰 선수로도 유명하다. ⓒ GS칼텍스 KIXX


도로공사는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장소연이 은퇴하면서 높이의 약점을 실감했다. 이에 FA 시장에 나온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영입하며 센터진을 보강했다. GS칼텍스 역시 배유나의 이탈로 센터진이 약해졌기 때문에 보상선수로 183cm의 센터 장혜진이나 왼손잡이 센터 하준임(대구시청)을 지명할 것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GS칼텍스의 선택은 센터가 아닌 레프트 황민경이었다.

GS칼텍스에는 이미 이소영을 비롯해 표승주, 강소휘 등 레프트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었다. 따라서 황민경의 영입은 중복 투자의 성격이 강해 보였다. 하지만 황민경에게는 탄탄한 기본기와 풍부한 경험, 그리고 V리그의 다른 어떤 선수보다 강한 승리욕과 넘치는 근성이 있었다. 결국 황민경은 GS칼텍스에서도 자신의 강점을 살려 금방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강소휘의 부상과 표승주의 센터 변신도 황민경의 주전 입성에 도움이 됐다).

4일까지 GS칼텍스가 치른 22경기 중 21경기에 출전한 황민경은 득점15위(201점), 퀵오픈9위(39.27%)를 달리며 GS칼텍스에서도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43.35%의 서브리시브 성공률과 세트당 3.43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리베로를 제외한 6개 구단 주전 선수 중에서 이번 시즌 40% 이상의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문정원(도로공사,45.82%)과 이재영(흥국생명,45.23%), 그리고 황민경 뿐이다.

4일 인삼공사전은 황민경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황민경은 이날 58.33%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공격으로만 14득점을 올렸고 블로킹으로도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장기인 퀵오픈 공격은 14번 시도해 무려 10득점(성공률 71.43%)을 만들어내며 엄청난 순도를 자랑했다. 비록 서브득점은 하나도 없었지만 정확한 목적타 서브로 인삼공사 수비를 흔들었고 그 결과 황민경의 서브 때 GS칼텍스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이재영이 '표정부자'로 배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코트에서 다양한 표정과 커다란 리액션으로 동료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는 선수는 황민경이 원조다. GS칼텍스의 연승 행진이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코트의 분위기메이커 황민경이 앞으로도 코트를 신나게 누비게 되면 GS칼텍스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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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GS칼텍스 KIXX 황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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