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의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었던 프로농구가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일 안양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프로농구 20주년 기념식 및 인삼공사와 SK의 경기가 개최되었다.

'응답하라'를 모티브로... 복고 이벤트 줄줄이 이어져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이는 관중석. 체육관을 떠난 관중을 다시 부르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 KBL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이는 관중석. 체육관을 떠난 관중을 다시 부르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 KBL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 서원종


1996년~1997년은 H.O.T., 젝스키스 등 새로운 유형의 아이돌 가수들의 전성기가 시작된 시기이다. 그 추억을 상기시키듯, 쿼터가 끝나거나 작전시간을 이용하여 당시 인기 있었던 노래와 함께하는 이벤트들이 진행되었다.

프로농구 원년에 대한 문제를 푸는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프로농구 첫 득점의 주인공을 알아맞히는 문제 등, 원년 농구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추억의 문제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복고 이벤트는 상당히 성공한 듯 보였다. 경기 수도 비교적 적은 겨울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통산 광객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하였다'는 답을 듣고 많은 팬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흥행 면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보였다.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경기에 많은 빈자리가 보였다. '1석에 3000원'이라는 가격 할인 이벤트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2층 응원석의 많은 자리가 비어 있었다. 보다 비싼 1층 좌석 역시 군데군데 비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적은 관중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열기로 체육관이 채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삼공사의 사이먼, 사익스 두 외인 용병의 활약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데이비드 사이먼이 30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한 가운데, 오세근이 11점 15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외각에서는 이정현이 3점포 세 개를 추가하며 도합 19점을 기록하였다. 사익스 역시 17점이라는 적지 않은 득점을 기록하였다. 특히 이번 경기는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 사익스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잡게 해 준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그 의미는 배가 되었다.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1쿼터부터 큰 점수 차로 앞질러 나간 인삼공사는 2쿼터에 들어서 잠시 추격을 허락하는 듯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끝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하위권인 8위를 기록하고 있는 SK는 7위 창원 LG와의 승차가 3.5게임차로 벌어지며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프로모션은 일부 성공적 모습 보여... 예전의 명성 되찾을까

 전 관객에게 배포된 KBL 20주년 기념 떡. 이날 행사를 보며 한국농구가 진정으로 20년 전과 같은 부흥을 일으키고 싶어한다는 걸 느꼈다.

전 관객에게 배포된 KBL 20주년 기념 떡. 이날 행사를 보며 한국농구가 진정으로 20년 전과 같은 부흥을 일으키고 싶어한다는 걸 느꼈다. ⓒ 서원종


KGC 인삼공사 측은 뜻깊은 20주년 행사를 맞아, 평시 1만 원 전후로 책정된 2층 전 좌석을 3천 원으로 특별 할인을 진행하였다. 또한 모든 입장객들에게 KBL 글씨가 들어간 떡과, 식혜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KBL 자체를 홍보하는 의도가 드러나는 이벤트였다.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본질적인 측면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프로농구 원년, 그 많은 팬들은 리그의 프로모션이 좋아서 농구를 보러 온 것이 아닐 것이다. 선수들의 열정이 느껴지기 때문에, 또 팬들이 갈망하는 리그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많은 문제점들이 프로농구에 지적되고 있다. '미국 대학스포츠인 NCAA팀은 고사하고 고등학교 팀이 와도 한국농구 올스타는 패배할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현실을 한국 농구는 받아들일 자세가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순위권임은 증명하였어도, 가장 최근인 2016 리우 올림픽은 출전하지 못 했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량은 아님은 보여 주었다. 가장 근본적인 실력에 대해 선수들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창의력이 실종된 전술 역시 한몫 한다. 성적중심의 팀워크만을 강조하며, 팀워크에 저해되는 개인기를 선호하지 않는 한국 농구의 특성상 볼거리가 줄어들어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 하고 있다. 이제 이 굴레를 벗어야 할 때가 왔다.

심판 역시 이러한 일에 아주 자유롭지 않은 존재이다. 게임마다 나오는 오심은 경기의 맥을 풀리게 만든다. 지나치게 빈번한 파울 판정은 결과론적으로 점수를 적게 나오게 만들어 리그에 대한 팬들의 흥미를 잃게 만든다. 오히려 100점대 경기가 남발하던 그 시기를 갈망하는 팬들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2016-2017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부산에서 개최한 것은 상당히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겨울스포츠 인기를 막내인 프로배구에게 빼앗긴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러 신선한 시도가 계속해서 필요해 보인다. 미국 프로농구인 NBA에 상당 부분 빼앗긴 국내 팬들을 되찾기 위한 KBL의 눈물겨운 사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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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20주년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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