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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좌(左)는 왼손을 본 뜬 좌(?)와 도구의 상형인 공(工)이 결합된 형태로, 원뜻은 ‘돕다’이다.
▲ 左 왼 좌(左)는 왼손을 본 뜬 좌(?)와 도구의 상형인 공(工)이 결합된 형태로, 원뜻은 ‘돕다’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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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다섯 개다. 가운데는 황제와 황후만이 출입할 수 있고, 동쪽은 문관, 서쪽은 무관이 들어간다. 좌청룡, 우백호(左靑龍, 右白虎)처럼 오행 사상에 따라 고정된 격식이 정해진 것이다. 양반사회 조선에서 동쪽에 문반, 서쪽에 무반이 늘어선 것도 같은 이치다. 그래서 왕이 봤을 때 좌측에 선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서열상 위였다. 물론 좌우의 서열은 누가 실권을 잡느냐에 따라 역사적으로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동서, 상하, 전후, 좌우라는 말의 순서에서 보듯, 왼쪽이 먼저였다. 왼쪽이 해가 뜨는 동쪽이다 보니 양(陽)이고, 해가 지는 서편 오른쪽은 음(陰)이기 때문이다.

왼 좌(左, zuǒ)는 금문에서 보듯, 왼손을 본뜬 좌(屮)와 곡척, 돌도끼 등 도구의 상형인 공(工)이 결합된 형태로, 원뜻은 '도구를 들고 일을 돕다'인데 주로 왼쪽의 의미로 쓰이자, '돕다'는 뜻을 보존하기 위해 좌(佐)를 새로 만들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왼쪽은 동서양 언어에서 모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의미로 쓰인다. 왼쪽을 나타내는 영어 left, 불어 gauche, 이태리어 sinistro도 모두 '약하고 힘없고, 서툴고 비뚤어지고, 불길한'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말 좌천(左遷)이나 중국어에서 정통이 아닌 이단을 이르는 말인 '좌도방문(左道旁門)', 문명화되지 않은 오랑캐나 소수민족의 산발과 왼쪽 옷섶을 가리키는 '피발좌임(披髮左衽)' 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좌(左)의 공(工)이 숨어 있는 신을 찾을 때 사용되던 주술 도구라는 해석 때문인지 몰라도, 동양 사회에서 왼쪽은 신성시되는, 인간이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을 담당하는, 소망과 기원이 깃드는 곳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무당(巫堂)의 무(巫)자에도 주술도구 공(工)이 들어 있는데, 무당이 춤을 출 때 반드시 왼손, 왼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 금줄을 칠 때도 오른 새끼가 아닌 왼 새끼를 꼬아서 아들이면 고추, 딸이면 숯을 끼워 놓았다. 고대인들은 버선을 신을 때 왼쪽부터 신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왼발이 걸리면 그리 싫어하지 않았다고 하니, 왼쪽이 왠지 좋은 기운을 가져다줄 거라는 믿음이 그만큼 강했던 모양이다.  

옛날 계약을 맺을 때 '권(券)'이라는 대나무 표찰을 두 쪽으로 나눠 계약을 보증했다. 계약 불이행 시 채권자가 지니고 있던 왼쪽 표찰을 증거로 상환을 촉구하는 것을 '가조좌권(可操左券)'이라고 하는데, 이는 왼쪽이 갖는 비록 약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위력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뇌 과학에서는 왼손을 많이 쓰면 창의적 영역을 관할하는 우뇌가 발달한다고 한다. 우리 몸과 뇌는 서로 좌우가 엇갈려 연결되어 있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도 그 의미와 기능을 상실한다. 좌우의 구조도 우리 몸의 디자인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각자 기능하지만, 좌는 우를 활성화하고, 우는 좌를 깨우며 함께 비행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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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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