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KBS <아침마당> 출연이 금지되면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역시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KBS <아침마당> 출연이 금지되면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역시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 KBS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오늘(25일) 밤 10시에 방송될 예정이던 KBS 1TV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문 전 대표 지지모임에 참여한 음식 평론가 황교익씨의 KBS 프로그램 출연 무산을 이유로 내세웠는데, 제작진은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 연기를 권유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급기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KBS 1TV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하지 않는 강수를 뒀다. 그러자 KBS는 25일 <뉴스9>를 통해 위와 같은 자사 해명 보도에 나섰다. KBS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아침마당> 출연 금지 통보가 논란이 된 지 1주일 만에 나온 해명 치고 궁색한 데다 자사 메인뉴스를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KBS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이와 관련 문재인 전 대표를 힐난한 발언까지 끌어들였다. 'KBS 내 블랙리스트' 논란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을 막고, 황교익씨를 두둔하고 KBS의 입장 해명에 반박하며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의 출연 불참까지 선언한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했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아침마당> CP와 박지원 대표까지 출연시킨 KBS의 뒤끝

 KBS 측은 이같은 문재인 전 대표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KBS 측은 이같은 문재인 전 대표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 KBS


"2월 중후반에 녹화를 해서 3월 중에 방송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가 되면 선거 기간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 저희가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 (시기를 조정하자고 한 겁니다)."

허완석 <아침마당> CP의 인터뷰 내용이다. KBS는 황씨의 'KBS 내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에 'KBS 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랐다는 반박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침마당 제작진은 공영방송 KBS의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은 선거기간 중 선거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고 있거나 특정 정당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은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S는 이후에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측에 자문을 한 것으로 밝혀진 모 인사를 객원해설위원에서 해촉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스9>은 "그동안 방송계에서 행해왔던 블랙리스트 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보도했다. 이어 "뭐든지 항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에게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그러한 기회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의무입니다"라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뉴스9>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문 전 대표가 KBS 대담에 이어 MBC 등 다른 토론도 거부했다며 국민 검증의 기회를 박탈하는 건 오만이라고 지적했습니다"라는 리포트를 덧붙였다.

<뉴스9>의 이러한 "오만"이라는 표현은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정치권의 '패권주의'에 대한 공격과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꽤나 편파적이고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리포트가 아닐 수 없다.

KBS 새노조 "제작 가이드라인에 그런 내용 없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오마이뉴스 <팟짱>에 출연하여, 이번 KBS <아침마당> 출연금지 통보와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오마이뉴스 <팟짱>에 출연하여, 이번 KBS <아침마당> 출연금지 통보와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사측은 '선거기간 중 비정치 분야 취재를 하는 경우... 특정 정당·후보자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을 인터뷰하거나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도록 주의한다'는 KBS 제작가이드라인을 적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작가이드라인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

회사가 내세우고 있는 해당 항목은 KBS 제작가이드라인 책자 안에 '부록'으로 별도 수록된 '실무자를 위한 KBS 공정성 가이드라인' 중 '선거보도' 세부준칙의 일부 내용이다. 아무리 급해도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회사의 공식적인 해명을 내놓고 있으니 논란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아래 KBS 새노조)는 '언제까지 블랙리스트 논란을 자초할 것인가? - 황교익씨 출연 취소, KBS판 블랙리스트 논란으로'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KBS의 'KBS 제작가이드라인'과 관련된 해명을 세세하게 반박한 바 있다.

25일 황교익씨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같은 KBS 본부의 성명을 소개하며 "KBS 뉴스는 이미 KBS 내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내용조차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KBS 새노조는 "KBS에 문서로 존재하는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 하지만 블랙리스트가 실제로는 없더라도 이전부터 KBS가 집권 여당에 편향적이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현실과, 고대영 사장이 '충청포럼'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KBS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라며 사측의 관련 해명을 강하게 비판했다.

"더군다나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조항은 '선거보도', 즉 선거기간 중 '보도'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참고해야 할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문제가 되는 '선거기간'이라면 공식적인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선거일 포함 23일에 국한된다. 황교익씨의 출연 예정 방송일은 2월 중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최대한 빨리 인용된다고 하더라도 2달 뒤에 실시될 대통령 선거일을 고려한다면 선거운동 기간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황교익씨는 뉴스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침마당'에서 황씨가 강연하기로 한 주제는 정치와는 무관한 음식 관련 내용이었다. 시사프로그램이나 뉴스가 아닌데도 가이드라인을 억지로 적용, 출연을 취소할 수 있다는 회사의 논리에 누가 쉽게 수긍할 수 있겠는가. 지난 2012년 대선 기간에 당시 박근혜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많은 연예인이 이를 이유로 교양, 예능, 드라마 프로그램에서 모두 출연을 거부당한 적이 있던가? 그래서 이번 출연 취소가 형평성의 논리에도 어긋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언론이 바로서야 정치도 바로 잡힌다"

KBS는 <뉴스9> 보도에 앞서 "KBS는 문 전 대표가 당초 출연 약속과 달리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KBS 1TV) 생방송 대담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KBS의 유감이 <뉴스9> 보도라는 '뒤끝'으로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황교익씨 역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이 바로 서야 정치도 바로 잡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의 KBS 토론 프로그램 불참에 대해 대선후보로서 검증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논평들을 본다. 문재인은 지난 대선의 범야권 후보였다. 그때 검증을 피하고자 방송 토론에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또 이번 일로 다른 방송의 토론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는지 되묻겠다. KBS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항의로 불참한 것을 두고 그런 억지의 말을 던지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도 묻고 싶다.

언론이 정치에 앞선다. 언론이 바로 서야 정치도 바로잡힌다. 공정하지 못한 언론들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바른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나는 문재인의 KBS 토론 방송 불참이 최소한 언론은 공정해야 한다는 그의 언론관에서 비롯한 것이라 여긴다. 문재인의 판단을 나는 존중한다.

방송 토론 불참으로 문재인 당신에게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그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불참을 실행하였다.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타 정치인들에게도 문재인처럼 행동해주기를 바란다. 바른 정치는 바른 언론 없이는 불가능하다."

KBS의 '뒤끝'과 문재인 전 대표의 좌담회 불참, 그리고 황교익씨의 계속되는 비판까지(관련 기사 : 황교익 "입 닥치라는 KBS 협박, 그건 못 참겠다"). 우선 문 전 대표는 박지원 대표의 발언과 같이 일각에서 일 것이 빤한 잡음이나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좌담회 불참이라는 강수를 뒀다.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액션'에는 그간 정권 부역 언론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영방송 KBS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항의가 서려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황씨의 출연금지 통보에 대해 "누구의 뜻입니까? 정권의 지시입니까, KBS의 '알아서 기기'입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한편으로 KBS의 이러한 '뒤끝' 보도는 향후 대선정국에 있어 KBS가 보도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의지 표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 들은 KBS의 보도 행태에 대해 여전히 비판의 칼날을 멈추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보도 역시 편파적이라는 것이 주요 비판 내용이다.

작년 12월 촛불집회가 절정에 달하던 광화문광장에서 MBC 기자들은 쫓겨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KBS에 대해서는 재차 "수신료 거부 운동"에 대한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러한 민심 악화에도 아랑곳없이,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수신료 인상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성과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KBS가 국민 여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황교익씨 출연 금지 통보와 문재인 전 대표의 좌담회 불참은 이에 대한 더없이 정확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KBS 양대 노조는 오는 2월 1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KBS는 계속 부역방송으로 남을 것인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부디 그 갈림길에서 고대영 사장 이하 사측이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길 바란다. 이번 논란에 쏟아진 비판은 물론 떨어질 대로 떨어진 KBS <뉴스9>의 시청률이 그 국민 여론의 증거다.

문재인 KBS 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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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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