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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문화, 관광, 컨벤션에 대해 다루는 고등학생 단체인 '다원'을 인터뷰했습니다. - 기자 말

국내 관광산업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내국인 관광객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경주'와 '63빌딩' 밖에 몰랐던 국내 여러 지역에서의 관광산업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요 서비스업'으로 주목받은 것은 주5일근무제가 정착되어 내국인의 '1박 2일' 관광이 활성화된 것, 그리고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국내관광 붐'이 일었던 덕분도 있을 테다.

하지만 앞으로 관광산업을 주도해나갈 청소년들이 관광 관련 산업에 대해 인식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관광이 단순히 '놀러나가는 것', 컨벤션은 '킨텍스' 내지는 '벡스코'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 분야로 진출하려는 청소년들 역시 '관광고등학교'를 진학하는 방법 외에는 적극적으로 고민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2016년 1월 생겨난 청소년 단체가 있다. 문화 관광컨벤션 단체인 '다원'이 그것이다. 항공, 외식, MICE 등 관광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의 진로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이 모여 행사,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청소년 단체 '다원'에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신도림동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인터뷰에 참여한 문화관광컨벤션단체 '다원'의 회원들. 왼쪽부터 백서빈 씨, 강소희 씨, 김수현 씨
 인터뷰에 참여한 문화관광컨벤션단체 '다원'의 회원들. 왼쪽부터 백서빈 씨, 강소희 씨, 김수현 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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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백서빈: "자양고등학교 '예비 고3' 백서빈이다. 학교 외부에서 관광 관련 활동을 하고 싶어 '다원'을 만들어 지금은 단장을 하고 있다. '다원'을 하기 전에는 청소년 봉사단 관련 일들을 많이 했었다."

김수현: "파주 운정고등학교 다닌다. 2학년에서 이제 고3 올라가는 김수현이다. 고1 때 광고기획자라는 꿈을 가졌는데, 페북으로 다원을 접하고 관련 활동을 해 보고 싶어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홍보팀에 속해있다."

강소희: "수능 290일 남은 부곡 중앙고등학교 강소희이다. 친구의 소개로 다원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지금은 총괄운영팀에 속해있다."

- 그렇다면 이제 다원에 대한 소개도 들어볼까. 관광에 대해 다루는 청소년단체가 흔치 않은데.

백서빈: "이전에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관광단체가 있었다. 내가 관광학과에 가고 싶다 보니, 두 번 단체에 가입 지원을 했었는데 둘 다 떨어졌다. 그래서 '못 들어간다면 직접 만들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곳이 다원이다. 그것을 재작년 12월에 결심했는데, 정말 1월에 페북 페이지를 만들어서 다원을 만들었다.

사실 단체에 함께 할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를 올리면서 '인원수 미달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겁도 먹었었다. 혼자서 면접을 볼 수 없으니까 지원서만 보고 통과시키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신생단체에 지원서를 잘 써주셔서 '감동' 먹었었다. 중간에 나간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서 '편입'도 했었는데, 그때도 '폭풍 감동'했다."

김수현: "3월에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었는데, 팀별로 주제를 잡고 관광코스를 기획해서 발표했다. '우리 친해지자는 의미'에서 이런 모임을 했는데, 그게 동아리의 '첫 만남'이었다. '한복데이' 행사를 5월에 개최하려고 했는데, 사정으로 인해 미뤄진 경우도 있다. 지금은 관광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거나 멘토링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백서빈: "관광학과에 재학 중이신 분들을 섭외해서 멘토링을 부탁드려야 했다. 6개 대학의 관광 관련 학과가 모인 협의체 분들께 먼저 연락을 드려서, 그분들 덕분에 콘텐츠 제작 감수를 받고 있다."

김수현: "다원에서 단체로 내나라여행박람회에 다녀왔던 적도 있다. 물론 여기 있는 세 명은 같이 다녀오지 못했지만, 회원들이 다녀온 자료를 바탕으로 관광코스를 기획했었다."

다원이 페이스북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포스터.
 다원이 페이스북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 포스터.
ⓒ 문화관광컨벤션동아리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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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토링 활동에 끌리는데, 어떤 멘토링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알 수 있을까.

백서빈: "겨울방학 내내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인데, 청소년들이 관광학과 진학 관련 질문이나 입시 관련 궁금증을 다원의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글에 댓글로 올리면 그 댓글을 대학교에 재학하는 멘토분들께 전달하는 것이 있다. 멘토 분들이 답변을 주시면 그 답변을 모아 페이스북 콘텐츠로 만들고 있다. 질문 남겨주시는 분들께 추첨을 통해 기프티콘을 드리고 있다.

관광학과가 각 대학에 많지는 않은 데 비해,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진학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흔하지 않은 학과라 그런지 관광학과 관련 추천 도서를 찾기 굉장히 어려운 데다가, 관광에 도움이 되는 교내·교외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에 대한 콘텐츠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 만드시는 페북 컨텐츠 역시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소개를 해 주시는 것은 어떨까.

백서빈: "앞서 말했던 입시 관련 콘텐츠도 만들고 있지만, 서울이나 회원들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의 추천 해주고 싶은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카드뉴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관광지에 가서 그곳만의 느낌을 체험하고, 그 체험기를 그대로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인 '익선동'에 관련된 콘텐츠를 작성했고, 조만간 서울 시내 야경이나 숨겨진 다른 '스팟'에 대한 소개도 할 예정이다."

- 그렇다면 지금 기획 중인 행사나 활동이 있을까. 계획했고 실현하려고 하기 직전에 엎어져서 다시 하고 싶은 활동이라던가...

백서빈: "여행업계에 종사 중이신 현업 분을 초대해서 강연회를 할 계획이 있었다. 다만 강연할 분을 마땅히 찾지도 못했고, 강연회를 할 만한 장소를 섭외하지도 못해서 예정했던 5월에 개최하지 못했는데, 다시 개최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지난 7월 20일에 학술회를 개최하려고 했었는데, 예산 부족과 같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개최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겨울에 개최할 테니 그때를 기다려달라고 신청자분께 했었는데, 몇 주 전에 한 참가자분이 겨울에 개최하시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셔서 다시 개최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게나마 이번 겨울 안에는 꼭 개최하고 싶다."

강소희: "아까 말했듯이 '한복데이' 행사를 다시 한번 개최하고 싶다. 광화문 광장에서 한복을 입고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려고 했었는데, 공조하는 기관에서 보호자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하는 바람에 개최가 많이 늦어지게 되었고, 아직도 늦춰지고 있다. 한복데이 행사를 날이 풀리는 대로 꼭 개최할 것이다."

다원에서 만든 관광 컨텐츠. '다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연재중이다.
 다원에서 만든 관광 컨텐츠. '다원'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연재중이다.
ⓒ 문화관광컨벤션동아리 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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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직구' 질문 하나 드려볼까. 여러 가지 문제로 계획했던 활동이나 행사를 취소하는 청소년 단체들이 요즘 늘고 있다. 다원 역시 이런 행사 취소, 연기에 대해 할 말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나.

강소희: "부족한 예산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복데이' 행사도 한복을 대여할 예산이 부족했고, 행사의 지원을 약속했던 관영단체도 갑작스럽게 지원을 취소했기 때문에 행사가 연기되었다. 우리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우리가 많은 회비를 걷고 행사를 개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만큼 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기관이 청소년 단체들의 지원 폭을 조금이나마 넓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백서빈: "요즘 청소년들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선배들 세대에는 외부활동이 적극적인 '스펙'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대외활동에 적극적일 수 있었는데, 우리 세대에는 '스펙'이 아니니만큼 어른들에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도 우회적으로 '스펙'을 기재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애초에 청소년 활동을 스펙으로 보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펙'이 맨 앞에 서는 순간 대외활동을 하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스펙을 쌓으려 모이는 사람들만 늘어난다면 진짜 대외활동의 의미가 사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순수하게 참여하려는 참가자들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수현: "회원들이 다 같이 참여해야 하는데, 규모가 커지면 참여하는 사람들만 하고 '유령회원들'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 지원서에서는 뼈를 묻을 것처럼 썼는데, 연락 두절에 갑자기 나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두 명도 아니고 이런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면 원활한 단체 운영도 어렵고 중요한 행사나 대회도 열기 어려워진다. 이런 행동을 지양했으면 좋겠다."

-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앞으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국내에서의 관광산업이 더욱 크게 발전할 전망이라고 한다. 다만 문제점들이 없지는 않을 텐데, 청소년들이 보기에 국내 관광·컨벤션 사업에서의 문제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본인이 생각하는 해결방안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강소희: "'있는 사람들'만 여행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부익부 빈익빈'의 풍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호텔도 점점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호텔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항공기에서도 비지니스석이나 퍼스트클래스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 데 반해 이코노미석은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아지고 있다. 서민들도 불편함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폭의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수현: "외국인 대상 여행지가 서울에 많이 집중되어있다. 우리나라의 볼거리는 '서울'만 있지 않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지가 서울 이외에도 춘천, 부산, 대구 등 다양할 텐데, 한국의 정서를 드러낼 수 있는 고즈넉한 관광지 대신 명동이나 강남에만 외국인을 위한 관광지들이 몰려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백서빈: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한국에 관광하기 위해 모인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만 여행객 대상의 관광상품이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주변의 다른 나라에서도 여행객이 있을 텐데, 중국인이나 일본인 대상으로만 관광 편의가 제공된다는 것은 언젠가 대상 국가에서의 여행객이 줄었을 때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인, 일본인 위주뿐만 아니라 불어 문화권, 영어 문화권 등 다양한 문화권의 편의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다원의 향후 계획을 물어보고 싶다.

백서빈: "좀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관광산업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2기 회원들도 더 뽑고, 그간 여러 문제 때문에 엎어졌던 기획들도 다시 세우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소희: "개인적으로 대학생분들과 함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행사를 다원에서 개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기 때는 더욱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싶다."

김수현: "홍보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영상을 만든다던지, '페북 홍보 기능'을 이용해본다든지 하는 그런 홍보 말이다."

- 인터뷰하느라 고생하셨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개인적인 진로·진학 목표가 궁금하다. 단순한 목표 역시 말씀해주셔도 좋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말씀해주셔도 좋다.

김수현: "광고기획자가 꿈인데 여행하는 것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안 가봤던 여행지를 많이 가보고 싶다. 그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상품과 관련된 광고를 한번 기획해보고 싶은 것이 꿈이다."

강소희: "호텔리어가 꿈이다. '지배인'까지 되어보고 싶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가족끼리 놀러 가는 경험인데, 온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놀러 가 본 경험이 없어서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가족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 봉사 활동을 한 번 가 보고 싶다."

백서빈: "전시 기획자가 꿈이기 때문에 관광학과를 진학한 다음에, 전시장 같은 곳에서 서포터 활동을 해 보려고 한다. 직접 총괄 기획자가 되어서 기억될 수 있는 전시 기획자가 되고 싶다."

처음 인터뷰에 응했을 때는 단체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 하지만 사람 때문에, 예산 때문에, 협력 민관의 협조 부족 때문에 기획하던 여러 행사가 엎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청소년 단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용기 있게 말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다.

그리고 올해에는 이들이 기획했던 재미있는 콘텐츠부터, 오프라인 행사나 학술대회까지 꼭 개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인들과, 그리고 여러 대학의 동아리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독특하고 즐거운 아이템들을 발굴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들이라면 아마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culturetourismdawon/)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인터뷰 요청은 2월까지 받겠습니다.



태그:#청소년, #관광, #여행, #청소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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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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