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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율촌면에 있는 대늑도 모습으로 한 때 40여명의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할머니 혼자 살고 있다. 뒷편에 율촌2산단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머잖아 산단에 편입될 예정이다.
 여수시 율촌면에 있는 대늑도 모습으로 한 때 40여명의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할머니 혼자 살고 있다. 뒷편에 율촌2산단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머잖아 산단에 편입될 예정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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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율촌면에 있는 작은 섬 대늑도를 방문했다. 면적 0.16㎢, 해안선 길이 1.5㎞의 대늑도엔 160여 년 전 송도의 진주 강씨가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2000년까지만 해도 40여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할머니 혼자 살고 있다. 2013년 자료를 보면 22세대가 살았다고 나왔지만 현재 할머니가 사는 집 말고는 비었다. 할머니에게 위안이 되는 건 여수에 살지만 해산물 채취를 위해 가끔 섬에 들르는 지인들이다.

마을 중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있고 나무 주위에는 주민들이 쉬라고 만들어둔 평상이 놓여있었다. 혼자 사는 데 누가 와서 쉴까? 그 옆 건물은 교회가 있었던 자리로 지금은 발전소로 이용되고 있다. 

대늑도 마을에 있는 노거수 모습. 노거수 주위로 쉴 공간을 만들어놨다. 할머니 혼자인데 누가 와서 쉴까?
 대늑도 마을에 있는 노거수 모습. 노거수 주위로 쉴 공간을 만들어놨다. 할머니 혼자인데 누가 와서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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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때서 밥해먹는 할머니 부엌 모습
 나무를 때서 밥해먹는 할머니 부엌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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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많았을 때 설치해둔 발전기가 있어 할머니가 TV보고 싶을 때면 켜고 보통은 밤 10시면 끄고 잠을 잔다. 골목길이라야 10여미터만 가면 끝인 동네는 허물어진 채 방치된 폐가가 대부분이다. 다행이 할머니 집 대문간 옆에 우물이 있어 식수문제는 해결된다.

마을 뒤편에는 양배추와 파들이 자라는 조그만 밭이 있어 할머니의 찬거리가 되는 것 같다. 언덕을 넘어가니 해안가에 깨끗하게 지은 집 한 채가 보인다. 대늑도에 과일밭을 일구고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수확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그나마 여수에 살고 일할 때만 이곳에서 잔다. 

대늑도 섬으로 가는 바다에 서있는 나무와 대나무도 외로워 보였다
 대늑도 섬으로 가는 바다에 서있는 나무와 대나무도 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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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늑도 인근에서 고기잡이 하는 어부 모습
 대늑도 인근에서 고기잡이 하는 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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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이 살아야 집인가 보다. 해변에서 굴을 까는 할머니 집을 둘러보니 마당도, 마루도 깨끗하고 사람냄새가 난다.

간간이 지나가는 어선의 뱃고동소리만 들리는 외로운 섬에서 할머니 혼자 어떻게 살아가나 싶어 바닷가로 돌아가 할머니 옆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를 거절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만큼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옆에 앉자마자 할머니가 말을 시작했다.

대늑도에 혼자 사는 할머니(왼쪽)가 굴을 까고 있다. 뒷쪽에서 굴을 까는 노부부는 대늑도 출신 부부로 여수시내에 살고 있지만 가끔씩 섬에 들어온다. 할머니는 가끔씩 섬에 들어오는 노부부가 반갑다고 한다
 대늑도에 혼자 사는 할머니(왼쪽)가 굴을 까고 있다. 뒷쪽에서 굴을 까는 노부부는 대늑도 출신 부부로 여수시내에 살고 있지만 가끔씩 섬에 들어온다. 할머니는 가끔씩 섬에 들어오는 노부부가 반갑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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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굴을 생산하기 위해 배밑에 굴을 달아놓았다.
 싱싱한 굴을 생산하기 위해 배밑에 굴을 달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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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섬 봤소? 징그런 데가 요섬이여. 불도 없고, 물도 그렇고 18살에 시집와서 내가 지금 84살이요." 
"할머니 여수시내에 자주 나가요?"
"통 안 나가요. 일 년에 대여섯번 나갈까? 머리할 때, 영감님 제사 때, 명절 때만 나가요. 여수사는 딸이 와서 살아라고 헌디. 일허든 사람이 방안에 앉아 하루 종일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몸살이 나요. 하룻밤  자고 바로 섬으로 돌아와요.

좋은 옷도 못 입고 살아요. 좋은 옷 입고 나가도 배타면 금방 옷이 더러워져 버리지. 전기는 10시에 끄기도 하고, 12시에도 끄기도 하고. 내가 동네 지키는 대장이요. 내가 요렇게 뵈도 시내 나가면 대늑도 통장 나왔다고 말해요. 하루 저녁만 딸집에서 자면 답답해 애 터져서 집에 가고 싶다며 얼릉 와 부러요. 가끔가다 들어오는 저 사람들 없으면 외로워요. 내가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사람들 많은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낙지를 잡기 위해 미끼를 만들고 있는 모습. 바쁜 어부들은 가만히 앉아서 TV 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낙지를 잡기 위해 미끼를 만들고 있는 모습. 바쁜 어부들은 가만히 앉아서 TV 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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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곁에는 섬주민이었던 노부부가 있었다. 잠시 들어와 굴을 까며 말동무가 되고 있었다. 그 부부마저 없으면 외로울 것이라며 열심히 굴을 까는 할머니. 그래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해산물을 채취해 용돈도 하고 손주들에게 주며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겠다는 할머니.

사람도,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고 갈매기소리만 들리는 섬에 혼자 사는 할머니. 함께 살자는 딸의 요청을 거부하고 외로움을 숙명처럼 여기며 사는 할머니 모습에 고개가 숙여졌다. 잘 가라며 손을 흔드는 할머니가 건강하길 빌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대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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