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5일에 개막한 NH농협 2016-2017 V리그가 3개월의 전반기 일정을 끝내고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갔다. 물론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22일 팬들을 위해 많은 볼거리를 선사해야 하지만 각 구단 입장에서 6일의 올스타 휴식기 동안 체력을 보충하며 전력을 재정비하고 후반기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4라운드까지의 일정을 소화했는데 7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남자부는 팀마다 24경기, 6개 구단으로 운영되는 여자부는 각각 20경기씩 소화했다. 특히 여자부는 팀마다 주력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고 감독과 외국인 선수가 교체되는 악재를 겪은 팀도 있지만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을 보여주며 배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쌍포 장착한 분홍거미의 질주와 강호들의 추격

 '야전 사령관' 조송화는 선두 흥국생명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야전 사령관' 조송화는 선두 흥국생명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이 발바닥 부상으로 퇴출당하면서 시즌 막판 센터 요원 알렉시스 올가드를 영입했다. 하지만 주포지션이 센터였던 알렉시스는 기존의 김나희(개명 전 김혜진)와 포지션이 겹쳤고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2연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박미희 감독으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테일러의 부상 이탈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는 196cm의 큰 신장을 앞세워 득점 3위(520점), 공격성공률 5위(38.1%)를 달리며 흥국생명을 전반기 1위로 이끌었다(승점 43점). 토종 에이스 이재영도 득점 6위(323점, 국내 선수 1위), 리시브 1위(세트당 4.06개)를 기록하며 러브와 함께 강력한 쌍포를 형성했다. 여기에 수비 부문(리시브+디그) 1위(세트당 8.19개)를 달리고 있는 수련 선수 출신 리베로 한지현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다만 4라운드 막판 주전 세터 조송화와 레프트 이재영이 각각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당한 부분은 후반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선수 모두 전치 2~3주로 썩 큰 부상은 아니지만, 팀 내 비중이 워낙 크고 과거 부상을 당했던 부위라 박미희 감독의 근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조송화와 이재영 없이 5라운드 초반을 보낼 가능성이 높은 흥국생명은 김재영, 김도희, 공윤희, 이한비 등 대체 선수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흥국생명에 7점 뒤진 승점 36점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서브 리시브가 가능한 외국인 선수 매디슨 리쉘이 합류하면서 박정아가 라이트로 변신해 득점 7위(314점, 국내 선수 2위)를 달리고 있고 이적생 김미연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종아리, 허리 등의 부상에 시달렸던 주전 세터 김사니가 흔들리고 있어 후반기에는 백업 세터 이고은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3위로 전반기를 마쳤다(승점 34점). 지난 시즌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보유했지만, 수비형 레프트 정미선이 부상에 시달렸고 구간별로 기복이 심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작년 11월 말부터 12월 22일까지 6연승을 달리기도 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는 2승 3패에 그쳤다. 좀 더 안정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기마다 기복을 줄일 필요가 있다.

서남원 감독과 알레나가 만들어 낸 인삼공사의 대반전

 알레나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인삼공사의 돌풍도 없었을 것이다.

알레나의 대활약이 없었다면 인삼공사의 돌풍도 없었을 것이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여자부 전반기 1위 팀은 흥국생명이었지만 전반기 여자부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팀은 단연 KGC인삼공사였다.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승점 22점을 따는데 그쳤던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20경기에서 이미 승점 33점을 따냈다. 승점제로 순위를 정하는 V리그에서 4위에 올라 있지만, 승률(.550)과 전적(11승 9패)은 2위 기업은행과 같다(물론 승률로 따지면 2위는 12승 8패의 현대건설이 된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계약 해지된 사만다 미들본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알레나 버그스마가 무려 공격 5개 부문(득점, 공격성공률, 오픈공격, 후위공격,퀵오픈)에서 1위를 달리며 인삼공사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레프트 듀오 최수빈과 김진희가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고 센터로 변신한 한수지는 블로킹 부문 2위(세트당 0.88개)에 오르며 '블로킹 여왕' 양효진(현대건설, 0.97개)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작년 4월부터 인삼공사를 이끄는 서남원 감독의 지도력도 빼놓을 수 없다. 도로공사 감독 시절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고도 재계약을 하지 못한 서남원 감독은 만년 꼴찌 인삼공사를 한 시즌 만에 중위권으로 끌어 올렸다. 선수들의 강점을 살리며 이번 시즌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포지션 변신도 서남원 감독의 작품이다.

GS칼텍스 KIXX는 시즌 중에 이선구 감독이 사임하고 차상현 감독이 새로 부임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5위(승점 20점)로 전반기를 마쳤다. 알렉사 그레이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표승주, 이소영, 강소휘 등 강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6개 구단 중 최다 범실(419개)을 기록하며 접전 상황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을 누리던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전반기 단 4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머물고 말았다(승점 14점). 부진한 외국인 선수 케네디 브라이언 대신 힐러리 헐리를 영입했지만, 도로공사는 힐러리 합류 후에도 7경기에서 단 1승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봄 배구 진출이 어렵게 된 도로공사는 남은 후반기 일정 동안 이소라 세터를 비롯해 최은지, 전새얀, 하혜진 등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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