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 참가할 대표팀 엔트리가 또 한 번 바뀌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 중 소속 팀에서 출전을 허락하지 않아 대체 선수를 선발한 것이다.

텍사스 레인저스는 외야수 추신수의 WBC 출전을 허가하지 않았다. 레인저스는 추신수를 포함하여 일본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 내야수 엘비스 앤드류스 등에 대한 불참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다.

추신수의 출전 문제를 두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와 부상방지위원회 등도 나섰다. 최종 결론은 출전 불가였다. 추신수는 지난 시즌에만 해도 부상자 명단에 4번이나 갔다 왔고, 왼팔은 뼈가 골절되어 이를 고정하는 철심과 금속판까지 박는 수술까지 했다.

추신수의 경우는 현재 팀에서도 풀 타임 우익수 자리가 불안한 상황이다. 레인저스 이적 후 워낙에 부상자 명단을 많이 다녀왔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전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추신수 대신 합류하는 박건우, 생애 첫 태극마크

20일 대표팀에서는 외야수 박건우(두산 베어스)를 추신수 대신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박건우는 이번 제 4회 WBC를 통해 처음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1990년 9월 8일 생으로 서울 태생인 박건우는 2009 드래프트 2차 지명 2라운드에서 전체 10순위로 두산에 지명되어 활약하고 있다. 어릴 때 이름은 박승재였으나 고등학교 시절에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본래 박건우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내야수와 외야수를 병행했다. 그러나 2007년 대통령배 고교대회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와 결승전을 치렀는데, 당시 3루수를 봤던 박건우는 5회말 동점을 허용하는 결정적인 송구 실책을 범했다. 이후 다시 리드를 잡았지만 9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이후 내야 송구 트라우마가 겹쳐 완전히 외야수로 전향했다.

이후 박건우는 두산에 입단한 뒤 퓨처스리그에서 상당한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김현수를 포함하여 두산의 외야진이 워낙에 두터워서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박건우는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

이후 이종욱(NC 다이노스)이 FA 계약으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으로 1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부상이 몇 차례 겹치며 풀 타임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2015년 기량이 만개하며 두산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박건우는 2015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10회말 대타로 출전하여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한국 시리즈에서 동기 정수빈의 부상으로 대신 출전하는 등 한국 시리즈 5경기 0.313의 타율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현수가 이적한 2016년에는 외야의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고, 처음으로 20홈런 시즌을 만들기도 했다.

28명 엔트리의 각 팀별 분포, 두산 선수가 7명으로 제일 많아

이렇게 하여 대표팀 엔트리 28명 중 7명의 선수가 두산 선수가 됐다. 선발투수 1명(장원준), 구원투수 1명(이현승), 내야수 2명(김재호, 허경민), 외야수 2명(민병헌, 박건우) 그리고 포수 1명(양의지) 등 모든 포지션에 두산 선수들이 들어가 있다.

다른 팀 소속 선수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KIA 타이거즈(양현종, 임창용, 최형우)와 NC 다이노스(김태군, 박석민, 원종현), 그리고 한화 이글스(김태균, 이용규, 정근우) 소속 선수가 각각 3명이다.

넥센은 내야수 김하성과 서건창이 대표팀에 참가했다. 삼성에서는 구원투수 심창민과 선발투수 우규민이 참가했다. LG에서는 구원투수 임정우와 선발투수 차우찬이 참가했다.

kt 위즈(장시환)와 SK 와이번스(박희수), 롯데 자이언츠(손아섭)에서는 각각 1명 씩이 차출됐다. 그 이외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신분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군인 신분인 이대은(경찰청), 그리고 아직 FA 신분인 이대호까지 합쳐서 모두 28명이다.

본래 SK도 선발투수 김광현이 함께 차출되었지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게 되어 오승환이 대신 참가하게 됐다. 김현수나 추신수와 달리 오승환의 소속 팀인 카디널스는 팀의 다른 선수들도 WBC에 참가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미래를 봤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국대 베어스'

대표팀 선수 28명 중 무려 25%인 7명이 두산 소속 선수들로 선발되면서, 이번 국가대표 엔트리는 소위 '국대 베어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정 팀의 선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시즌 KBO리그의 순위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 두산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정규 시즌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역대 단일 시증 최다승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한국 시리즈에서는 상대 팀 NC 다이노스가 두산을 상대했지만 4전 전패 스윕을 당할 정도였다.

1위와 2위 팀의 전력차가 커, 실력 위주로 선발하는 국가대표 엔트리에서 1위팀 비중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롯데에서도 선수 1명이 선발된 사연은 있다. FA 자격을 취득한 황재균이 해외 진출을 선언한 상태라 롯데의 재계약 제안을 고사했고, 그나마 손아섭의 경우는 김현수의 이탈로 대체 선발된 선수다. 상위권이었던 넥센의 경우는 조상우, 한현희 등이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뒤 재활 마무리 단계라서 선발될 수 없었고, 그래서 김하성과 서건창 2명이 선발된 것이다.

리그 상향 평준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길

이러한 현상이 당장 2018년 아시안 게임에서 개선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상황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시안 게임 금메달 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시안 게임 엔트리는 몇 명의 베테랑 선수들과 정상급 기량의 선수들 중 군 미필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에서 야구 종목이 다시 부활하고, 올림픽 참가를 위해서 2019년에 제 2회 프리미어 12를 치러야 한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신화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각 팀에서 언제든지 여러 선수들을 차출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최근 KBO리그 각 구단들은 FA 시장에서 외부 선수 영입을 통한 투자보다는 내부 육성을 통한 자체 투자에 더 많은 비중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이 부분에서도 유망주 자원이 풍부한 팀들은 장기적으로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팀들은 FA 시장에서 선수들을 애걸복걸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가장 바람직한 리그의 흐름은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보다 적극적인 전력 보강이 이뤄질 수 있게 FA 보상선수 제도에 대한 개선, 트레이드 시장의 활성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꼭 '국대 베어스'가 아니더라도 보다 다양한 선수층의 국가대표를 선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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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엔트리 국대베어스 팀간전력차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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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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