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MLB는 다가올 봄 시작될 시즌 구상에 바쁘다. 투수와 포수들이 먼저 소집될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일을 약 3주 정도 앞둔 가운데 FA 시장이 점점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각 팀들은 스토브 리그에서 FA를 영입하거나 트레이드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몇 건의 큰 거래들이 있었고, 이를 통해 대권 도전에 나서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윤곽이 점점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당장 대권에 도전하지 않는 팀들 중에서는 야심차게 리빌딩에 나선 팀이 있는 반면, 필요성은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좋지 못한 팀들도 있다. 잘 되고 있는 리빌딩과 그렇지 못한 리빌딩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는 두 팀의 상황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하루 아침에 리빌딩, 시카고 화이트삭스

고마워요 세일 화이트삭스는 지난 12월, 크리스 세일을 트레이드했다.

▲ 고마워요 세일 화이트삭스는 지난 12월, 크리스 세일을 트레이드했다. ⓒ 시카고 화이트삭스 공식 페이스북


그동안 화이트삭스는 전면적인 리빌딩에 소극적이었던 팀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겨울에는 단단히 작정을 하고 나섰다. 지속적으로 트레이드 루머에 올랐던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보스턴 레드삭스로 넘긴 것이 '파이어 세일'의 시작이었다.

반대급부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요안 몬카다를 포함해 잠재력이 높은 네 명의 패키지를 받았다. 세일의 계약이 기량에 비해 매우 구단 친화적인(잔여 3년 3950만 달러) 편이라 레드삭스는 팀 내 최고의 유망주들 중 셋(요안 몬카다, 마이클 코펙, 루이스 바사베)을 내주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화이트삭스는 세일에 이어 주전 중견수 애덤 이튼마저 워싱턴 내셔널스에 내주고 유망주 우완 투수 루카스 지올리토와 레이날도 로페즈, 데인 더닝를 동시에 데려오면서 팜을 더욱 두텁게 채웠다.

두 건의 트레이드에서 화이트삭스는 투수 유망주 다섯 명과 야수 두 명을 얻었고, 이들 중 몬카다는 당장 다음 시즌 2루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이미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유격수 팀 앤더슨과 함께 젊은 키스톤 콤비를 이룰 전망이다. 이튼과 맞바꾼 지올리토와 로페즈는 이미 워싱턴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룬 선수들로, 화이트삭스에서 당장 다가올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 투입될 수 있다.

화이트삭스가 추가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1루수 호세 아브레우는 오른손 거포가 필요한 팀이라면 충분히 탐을 낼 만 하며, 마무리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 역시 8월이 되기 전에 유니폼을 바꿔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아직 화이트삭스에는 트레이드 시장의 좌완 최대어인 호세 퀸타나가 있다. 이 세 명의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면 화이트삭스의 팜은 얼마든지 더 두터워질 수 있다. 또한 보스턴, 워싱턴과의 거래를 통해 몬카다와 지올리토, 로페즈 등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준비가 되어 있는 유망주들을 다수 확보했기에 다시 달리기 시작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누를 수 없는 리빌딩 버튼, LA 에인절스

두 전설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

▲ 두 전설 마이크 트라웃과 알버트 푸홀스. ⓒ LA 에인절스 공식 페이스북


알버트 푸홀스와 맺은 10년 2억 4000만달러짜리 계약의 여섯 번째 해를 맞고 있는 에인절스의 상황은 매우 좋지 못하다. 마이크 트라웃은 자신의 두 번째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하며 맹활약했지만 에인절스는 마운드가 무너지며 74승으로 지구 4위에 그쳤다.

팜에서도 당장 전력에 보탬이 될 만 한 선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가 발표한 2016년 팜 랭킹에서 전체 꼴찌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상황이 결코 낫다고 볼 수 없다. 몇 건의 트레이드들이 있었으나 팜 순위, 혹은 전력을 눈에 띄게 끌어올릴 수 있는 거래들은 아니었다. 대니 에스피노사나 카메론 메이빈, 벤 르비어 등의 선수들을 영입했으며 '히어로' 트라웃의 '사이드킥' 콜 칼훈과 연장 계약을 맺은 정도가 주요한 전력 보강. 하지만 텍사스나 휴스턴과 비교했을 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아직 한참 처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리빌딩에 나설 수도 없다. 올해 만 37세 시즌을 보낼 푸홀스는 에인절스와 계약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지만 아직 5년 1억 30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다. 부상이 아니라면 25개 안팎의 홈런에 80타점 정도를 충분히 올릴 수 있지만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푸홀스의 계약 규모는 큰 부담이다.

리빌딩으로 가는 중요한 과정은 현재 가치가 높은 선수를 미래의 가치와 교환하는 것인데, 현재 에인절스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는 단연 마이크 트라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가치와 '트레이드 가치'는 다를 수 있다. 오히려 트레이드 가치로 보면 난감한 선수가 마이크 트라웃이다. 그를 트레이드한다면 순식간에 팜을 채울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트레이드 견적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 트레이드 가능성이 있는 다른 주축 선수들도 있겠지만 이 같은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사실상의 '탱킹'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푸홀스와 트라웃, 이 두 선수를 생각한다면 에인절스는 절대 리빌딩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없다. 에인절스에게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그 시간이 마이크 트라웃의 빛나는 전성기라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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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꿈꾸는 대학생&아마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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