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맨시티는 16일(한국시간)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2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4 참패를 기록했다. 리그 경기에서 4골 차 패배는 과르디올라의 맨시티 부임 이후 처음이다.

13승 3무 5패를 기록한 맨시티는 승점 42점으로 5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선두 첼시와의 승점 차는 어느덧 10점 차로 벌어졌다. 6위 맨유에게도 어느덧 2점 차로 추격을 허용했다.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한 발 밀려난 것은 물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겟도 장담할수 없는 고비다.

5패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한 시즌 최다패 타이 기록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FC 바르셀로나 1, 2군과 바이에른 뮌헨 감독 등을 역임하면서 한 시즌 5패를 총 3번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맨시티에서는 이제 겨우 시즌의 절반 정도를 돌아선 가운데 벌써 자신의 역대 최다패 기록과 동률을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하면 벌써 7패로 이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이 1월까지 기록한 최다패 기록이다.

팀 순위 역시 이대로라면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즌 초반만 해도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맨시티는 10월 이후 점점 순위가 하락하며 어느새 5위까지 밀려났다. 과르디올라의 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한 시즌 3위 이하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바르셀로나에서의 1군 감독 데뷔 첫해인 2008-2009시즌부터 뮌헨 시절까지 총 7시즌간 6차례나 리그 우승을 기록했고 유일하게 우승에 실패한 2011-2012시즌에는 2위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과르디올라에게 혹독한 EPL 첫 시즌

    27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풋볼 리그(EFL)컵 16강전 맨유와 맨시티의 경기에서 호셉 과르디올라(오른쪽) 감독이 선수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오른쪽)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맨시티는 지난 여름 유럽 최고의 감독으로 불리우던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기 위하여 감독 최고 연봉을 보장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과르디올라를 잡기 위해 그의 전 소속팀이었던 뮌헨을 비롯하여 첼시, 맨유 등 수많은 빅클럽들이 러브콜을 보낸 것은 유명하다. 과르디올라는 고심 끝에 전통의 명문 대신 신흥강호 맨시티를 선택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하지만, 첫 해부터 EPL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펩시티'의 부진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프리미어리그의 특수성을 빼놓을 수 없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과거 큰 성공을 거둔 바르셀로나나 뮌헨은 이미 그가 지휘봉을 잡기 전부터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클럽이자 자국 내에서는 절대강자의 위상을 굳히고 있던 팀들이었다. 리그 내 대항마라도 해봐야 스페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독일에서는 도르트문트 정도가 고작이었다. 과르디올라가 지휘봉을 동안 팀은 라이벌 팀들과의 경쟁구도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다.

그런데 EPL은 상황이 다르다. EPL은 유럽 빅리그 중에서도 절대강자가 없는 혼전 양상이 가장 두드러진 리그다. 다른 빅리그와 달리 EPL은 2008-2009시즌 맨유를 끝으로 최근 7년간은 연속 우승팀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지난해는 레스터시티가 깜짝 우승을 차지할만큼 이변의 가능성이 높은 리그로 평가된다.

맨시티의 위상은 리그의 여러 강호 중 한 팀 정도에 불과하다. 맨유, 첼시, 아스날, 토트넘 등 선수층이나 자금력에서 맨시티와 자웅를 겨룰 만한 빅클럽이 즐비하고 하위권 팀들도 언제든 강팀들의 덜미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저력을 갖추고 있어서 팀간 전력 차가 적은 편이다. 악명 높은 박싱데이나 컵대회(EFL컵, FA컵)만 2개나 소화하는 등 일정도 빡빡하여 풍부한 선수층과 로테이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장기레이스에서 버텨내기 어려운 리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맨시티는 EPL 개막과 동시에 6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15경기에서 7승 3무 5패로 완연한 하향세다. 챔피언스리그와 컵대회를 병행하는 일정 속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같은 변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재 맨시티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역시 수비다. 맨시티는 페예그리니 감독이 이끌었던 지지난 시즌 41골(경기당 1.07골)을 허용하며 실점 5위를 기록했는데 올 시즌에는 21경기만에 벌써 26골을 내주며 1.23골, 최다실점 8위로 실점률이 더 올라갔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올 시즌 4실점을 허용하며 대패한 경기만 벌써 세 번이나 될 만큼 한 번 흔들릴 때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도 잦다.

맨시티의 발목을 잡는 수비 불안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과르디올라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 맨시티를 상대하는 팀들은 강력한 전방위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반격하는 공식이 성립됐다. 실제로 리그 7라운드 토트넘(0-2), 14라운드 첼시(1-3), 15라운드 레스터시티(2-4), 21라운드 에버튼 등 올해 맨시티를 격파한 팀들이 대부분 이런 패턴으로 승리를 만들어냈다. 강력한 압박과 몸싸움이 더 일상화된 영국 축구의 스타일에 과르디올라가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최근 맨시티 수비 불안의 원흉으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가 바로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와 중앙수비수 존 스톤스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과르디올라 부임 이후 직접 영입을 주도했던 이적생들이다. 수비수와 골키퍼에게도 빌드업과 패싱 능력을 강조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성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잦은 실수와 부진으로 오히려 맨시티의 구멍이 되어버렸다.

브라보는 지난 에버튼전에서 상대에 허용한 유효슈팅 4개를 단 하나도 막지 못하고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는 굴욕을 당하는 등 부족한 선방능력으로 올해 EPL 최악의 골키퍼로 거론되고 있다. 스톤스 역시 엉성한 볼처리와 패스미스로 상대에게 실점 찬스를 내주는 장면이 잦다.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이 중원보강을 위하여 영입해온 패스마스터 일카이 귄도간은 몇 경기 뛰어보지도 못하고 잇단 장기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상위권  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과르디올라의 팀답지 않다. 맨시티는 올 시즌 리그 1~3위를 달리고있는 첼시-토트넘-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설상가상 맨시티는 오는 22일 토트넘과 다음 22라운드에서 다시 격돌해야 한다. 토트넘은 현재 6연승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어서 만만치않은 상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에버튼전 패배 이후 사실상 리그 우승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은 2위 토트넘을 목표로 따라잡겠다는 구상이지만 토트넘전마저 패할 경우 이제는 상위권은 고사하고 중위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다. 성공에만 익숙해져 있던 과르디올라 감독이 EPL에서  지도자 인생의 가장 큰 시험무대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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