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황재균이 결국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최근 국내 잔류와 해외 진출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방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서 최근까지 황재균의 영입을 타진하던 롯데와 KT의 계획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황재균은 이미 지난해부터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황재균은 지난 2015년에도 구단 동의하에 해외진출 자격을 얻었으나 포스팅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무응찰이라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황재균은 포기하지 않고 절치부심했다. 첫 포스팅에서의 실패를 교훈삼아 꾸준히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한 준비를 거듭했다. 파워를 키워서 장타력을 강화했고, 체력에서의 약점도 보완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을 염두에 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이후 직접 미국 현지를 찾아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쇼케이스를 열기도 했다. 몇몇 구단들이 황재균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의나 협상 단계로는 가지 못했다.

FA 대박 계약 보장 받고 국내 잔류를 선택한 선수들

황재균 투런 추격포 23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롯데 황재균이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롯데 자이언츠의 황재균. ⓒ 연합뉴스


황재균의 거취 결정이 주춤한 사이에 다른 FA 선수들은 일찌감치 진로를 확정지었다. 최형우(기아)-차우찬(LG) 등은 KBO FA 역대 투타 최고액을 갈아치우며 대박 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많은 국내 최고 FA들의 미국이나 일본 진출 가능성도 거론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올 겨울 해외진출에 성공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저마다 조금씩 선택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안정된 대우와 현실을 쫓아 국내에서의 FA 대박을 선택했다.

황재균에게도 원소속팀 롯데와 KT 등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최근 FA시장의 몸값 폭등을 고려할 때 황재균도 국내 잔류를 선택하면 최소 80~90억 이상의 보장 계약은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이기에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조건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황재균의 진정성에 의구심어린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애초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메이저리그 도전이 처음부터 몸값을 높이고 국내 구단들로부터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계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부 팬들은 나갈 수 있으면 어디 나가보라며 비아냥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 자신의 권리와 현실적인 이익만을 쫓는다고 해서 누구도 뭐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황재균은 예상을 깨고 과감한 도전을 선택했다. 꿈보다 현실을 쫓는 시대에, 황재균은 눈앞에 보장된 목돈을 포기하고 꿈을 먼저 선택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어차피 그의 영입을 두고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구단들을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분명한 입장 정리는 불가피했다. 황재균은 최근까지 국내 잔류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 투트랙 전략을 썼지만 거취 문제가 1월 중순을 넘기면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서로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롯데와 KT로서는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이전에 황재균의 영입 여부를 결론지어야 대체자 발굴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미 황재균의 공백을 대비하여 새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앤디 번즈를 영입했다. 번즈는 마이너 통산 6시즌 동안 610경기에 나서 타율 0.264 55홈런 283타점 87도루를 기록했으며 여러 내야 포지션 중 3루를 소화한 경험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당초 황재균이 잔류할 경우 번즈에게 2루를 맡기는 시나리오가 유력했으나 황재균이 최종적으로 이탈하며 번즈의 포지션이 내야 구성의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김연훈, 문상철, 박용근, 정현, 심우준 등이 다음 시즌 유력한 3루수 후보로 거론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감내해야 할 황재균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가기로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냉정히 말하면 현재 황재균을 둘러싼 시장 상황은 결코 좋은 편은 아니다. 아직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구체적인 협상도 시작하지 못한데다, 지금으로선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강정호나 이대호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KBO 출신 내야수들의 경쟁력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하지만 아직 한계도 있다. 황재균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성적만 해도 이들보다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황재균의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팀이 나온다고 할지라도 국내보다는 훨씬 빈약한 조건에 마이너리그 계약까지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미국 진출에 성공한 이대호 역시 스플릿 계약으로 경쟁을 거쳐 결국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던 케이스다. 대신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하고, 구단의 평가에 따라 마이너리그로 강등당하여 시즌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황재균의 국내 잔류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끝내 황재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언제든 다시 국내 유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FA 계약마감시한을 넘기더라도 KBO에서 황재균의 FA 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각 구단들이 전력보강을 마칠 시점에서 뒤늦게 국내 복귀를 결정할 경우, 황재균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FA 계약에서도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황재균의 도전이 성공할지 아닐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더 큰 무대를 향한 황재균의 도전의식 자체는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배수의 진을 친 황재균의 선택이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결실로 보답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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